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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25 10:44
모든 벽은 문이다
 이름 : 장영애(진홍모)
조회 : 1,801  
 
사본 - 20130620_113545.jpg

 
 "벽이 있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벽은 우리가 무언가를 얼마나 진정으로 원하는지 가르쳐준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지 않는 사람은 그 앞에 멈춰 서라는 뜻으로 벽은 있는 것이다." 이 말은 결국 인생의 벽을 절망의 벽으로만 생각하면 그 벽 속에 있는 희망의 문을 발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벽을 벽으로만 보면 문은 보이지 않습니다. 가능한 일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결국 벽이 보이고,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다고 보면 결국 문이 보입니다. 벽 속에 있는 문을 보는 눈만 있으면 누구의 벽이든 문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문이 굳이 클 필요는 없습니다. 좁은 문이라도 열고 나가기만 하면 넓은 희망의 세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작은 문 하나 지니고 있어도 그 문을 굳게 닫고 벽으로 사용하면 문이 아닙니다.
 
 문 없는 벽은 없습니다. 모든 벽은 문입니다. 벽은 문을 만들기 위해 존재합니다. 벽 없이 문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나는 이제 벽을 부수지 않는다
따스하게 어루만질 뿐이다
벽이 물렁물렁해질 때까지 어루만지다가
마냥 조용히 웃을 뿐이다
웃다가 벽 속으로 걸어갈 뿐이다
벽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을 걸을 수 있고
섬과 섬 사이로 작은 배들이 고요히 떠가는
봄바다를 한없이 바라볼 수 있다
 
나는 한때 벽 속에는 벽만 있는 줄 알았다
나는 한때 벽 속의 벽까지 부수려고 망치를 들었다
망치로 벽을 내리칠 때마다 오히려 내가
벽이 되었다
나와 함께 망치로 벽을 내리치던 벗들도
결국 벽이 되었다
부술수록 더욱 부서지지 않는
무너뜨릴수록 더욱 무너지지 않는
벽은 결국 벽으로 만들어지는 벽이었다
 
나는 이제 벽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벽을 타고 오르는 꽃이 될 뿐이다
내리칠수록 벽이 되던 주먹을 펴
따스하게 벽을 쓰다듬을 뿐이다
벽이 빵이 될 때까지 쓰다듬다가
물 한잔에 빵 한조각을 먹을 뿐이다
그 빵을 들고 거리에 나가
배고픈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뿐이다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중에서, 정호승-
 
 
 

조영미 13-06-25 14:38
 
"벽을 타고 오르는 꽃"피는 학교! 이런 말이 만들어지는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병관(우진,형… 13-06-25 18:26
 
"벽속에있는 문 .....
벽은 문을 만들기위해 존재한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설예인태인태… 13-06-28 14:26
 
참 좋은 글이다라고 읽고 있다가 마지막 반전... 정호승...
네이버나 구글에 "정호승 천안함" 쳐보세요. 반전입니다...
제 집에 있던 정호승 시집은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장영애(진홍모) 13-07-01 09:26
 
태오엄니...
천안함에 대한 글을 통해 정호승시인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은 제 맘을 울리더군요.^^ 아마 저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겠지요.

꽃공동체 사람들을 보며 사람을 어떻게 여기는가? 좀 더 쉬운 표현으로 '사람은 다른 이를 어떻게 판단하는가?'를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그의 말과 글, 행동과 삶의 양태를 통해 우리는 그를 판단합니다. 그 판단으로 그는 옳은 이가 되기도 하고, 올바르지 못한 이가 되기도 합니다. 내 마음에 들어 좋기도 하고,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만큼 싫어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그런 제 안의 티끌들을 만나는 때입니다.

이런 문장들을 떠올립니다.
사람의 근본마음을 믿고 신뢰하기, 긍휼한 마음 놓지 않기, 각 자가 자기 벽을 성찰하기..

저 혼자 그렇게 해봅니다. 다소 바보같아 쿡쿡 웃음이 나지만..

나라도 바보 노릇 해야지 싶습니다.^^
설예인태인태… 13-07-01 12:07
 
태오아빠입니다. 태오엄니가 오해받게 생겨서 다시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네요ㅎ.
정호승 시인을 무지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천안함에 대한 그의 글을 읽었을 때 정말 배신감이랄까 너무 충격이 컸지요.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저도 모르지만, 시인으로서 어떻게 전쟁을 부추기는 발언을 할 수 있는지, 그 전에 그의 시에서 느꼈던 감정들, 평화와 침묵, 고즈넉함 등등에 감정이입했던 제가 부끄러워졌어요.

위 글을 읽으면서도 처음엔 참 좋은 글이고 통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마지막 시인의 이름을 발견하는 순간 천안함에 대한 그의 글이 준 충격이 또다시 엄습하여 제게 댓글을 달도록 하였지요.

물론 한 가지 행동이나 말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는게 올바른 일은 아니라는 것 알고 있고, 아니 판단 자체가 얼마나 위험한가도 알고 있지요. 그럼에도 아마 제가 다시 정호승 시인을 좋아하게 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저는 속이 좁아서 삐지면 좀 오래가거든요...
장영애(진홍모) 13-07-01 17:00
 
아버님... 저도 삐지면 한참 갑니당^^
요즘은 제가 저한테 삐질라고 합니다.
"너 너무 쉽게 쉽게, 좋게 좋게만 살아온거 아니야? 그건 책임지지 않겠다는 거 아니야?" 하면서요..
상처 받지 않으려는 제 안의 두려움을 만납니다.
진정한 평화를 원하는 것인지,
상처받지 않으려는 두려움이 더 큰 것은 아닌지.. 저를 살핍니다.
왠 횡설수설입니당~~양해해 주세요...
조영미 13-07-02 09:35
 
와~ 저랑 비슷한 사람이군요, 원정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