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꽃피는 사랑방/알콩달콩 이야기
 
 
작성일 : 11-03-05 16:09
유치원아이들 우수주간 지낸 이야기(2011.2.28.-3.4)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602  

2월28일 달 날
8살 형님들이 유치 울타리를 넘어 초등으로 올라가고 6명의 아이들이 등원했습니다.
열심히 형님들을 따라다니며 놀던 동하는 맏형님이 되었고 마냥 애기 같던 민교도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유선이와 조안이도 평화롭게 놀고 쌍둥이 동인, 동진이도 더 많은 유치원의 놀잇감을 이용해 놀이 영역을 넓혀 갑니다.
아직 콧물과 기침을 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솔솔 봄비가 내려온 논에서는 어느새 깨어난 개구리들이 합창을 합니다. 바깥 나들이를 나가 모닥불을 피워놓고 손도 녹이고 땅콩을 구워 먹습니다.
오후에는 겨우내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잘 말라준 메주로 장을 담갔습니다. 봄부터 씨뿌리고 거둬들인 콩으로 지난 겨울에 메주를 쑤고 겨우내 말려 새봄에 장을 담그니 우리가 먹는 음식이 하늘과 땅과 사람의 정성으로 이루어진 참 귀한 것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또한 자연의 순리대로 먹고 입고 사셨던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됩니다.
‘땅이 우리에게 이것을 주었고
햇님이 이것을 무르익게 했어요.
사랑하는 땅님 사랑하는 햇님
우리는 영원히 당신들을 잊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이 귀한 음식을 먹기 전에 하는 기도입니다.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 틈틈이 초등으로 올라간 1학년 형님들이 기웃거립니다. 지난주까지 다녔던 유치원 생활이 무척 궁금한 모양입니다.^^

3월1일 불 날
아침까지 눈비가 섞여 날리더니 해가 비치자 눈이 녹아 시냇물이 졸졸 흘러갑니다.
콧물과 기침이 나는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귤껍질 차와 매실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6살과 7살 아이들은 소꿉방에서 엄마 아빠 놀이를 하고, 동인이와 동진이는 달팽이 끈으로 집을 짓습니다. 4~5채의 집을 지어놓고 우리집 많다며 속닥입니다.
산책시간에는 불날 도우미인 민교가 약가방을 들고 냇가로 갑니다. 6살과 7살은 냇가주변으로 탐험을 다니고 동인이와 동진이는 모닥불 옆에서 땅콩이 익기를 기다립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버들강아지를 유치원에 초대합니다. 버들강아지와 함께 따스한 봄님도 함께 유치원에 들어옵니다.

3월 2일 물 날
하얀 서리가 내리고 조금 쌀쌀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땅 사이의 얼음을 깨며 유치원에 올라갑니다. 5살 동인 동진이도 달려가고 멀쩡한 신발이 불편하다며 투정을 하던 민교도 어느새
저만치 뛰어갑니다.
오늘은 따뜻한 귤차와 은행을 먹으며 놀이를 시작합니다. 물 날은 빛칠하기를 하는 날입니다. 빨강,파랑,노랑으로 만들어내는 저마다의 빛깔들이 독특하고 아름답습니다. 한쪽에선 집짓기가 한창입니다. 오늘은 다같이 힘을 모아 집을 꾸밉니다. 침실과 마루 현관, 다락방, 부엌, 창고, 개집이 있는 아주 커다란 집입니다. 고양이 역할을 맡은 민교는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 맛보라고 합니다. 미역 비빔밥, 조개 비빔밥, 송편과 조개구이, 해물을 넣은 달팽이끈 스파게티, 하얀 조약돌 송편, 후식으론 달콤한 차를 내옵니다. 아! 얼마나 황홀하고 행복한 맛인지......
간식을 먹고 산책을 가는데 조안이는 나뭇잎이 춤을 춘다며 자기도 따라 춤을 춥니다. 그 귀여운 자태란! 나도 따라 나뭇잎 춤을 추니 행복함이 가득 찾아옵니다. 냇가에선 동인 동진이가 물에 돌을 던지며 놀고 민교는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더니 물속에 발을 담급니다. 이어 동하, 조안, 유선이까지 양말을 벗네요. 우수의 물은 정말 차갑습니다. 어서 발담그고 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빌며 따뜻한 유치원으로 돌아와 몸을 녹입니다.

2011년 3월 3일 나무 날
아침엔 땅이  꽁꽁 얼은 듯 했지만 따뜻한 봄 햇살이 퍼지자 조금씩 흙이 촉촉해 집니다.
오늘은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냉이를 캐러 갑니다. 작년에 벌에 쏘여 고생했던 민교가 주차장 텃밭에 가기를 겁내합니다. 벌들은 다 겨울잠을 잘 거라며 안심을 시켜 올라가 보니 빈 벌통과 물기없는 풀들이 텃밭에 누워 있습니다. 오늘은 초등 텃밭에서 냉이를 찾아봅니다. 서 있을 땐 잘 안 보이더니 쪼그리고 앉으니 어느새 자란 냉이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조심조심 냉이를 캐고 흙은 다시 덮어줍니다. 그 곳에 살던 작은 생명들이 춥지 않게 다시 덮어주기로 했습니다. 벌금자리와 풍년초 꽃다지는 잎만 살짝 따기로 했습니다. 실수로 뿌리까지 뽑힌 나물들은 다시 묻어 줍니다. 사람 먹겠다고 겨울 잠자고 일어난 풀들이 놀라지 않게 조심조심 나물을 뜯어봅니다. 오늘 점심상에는 봄나물이 올라왔습니다. 흙만 살살 씻어내고 생으로 먹는 나물 속에 숨어있는 봄기운을 함께 먹습니다.

2011년 3월 4일 쇠 날
요즘 아이들은 콩콩콩 체조가 끝나면 유치원까지 달려서 올라갑니다. 초등생 형님들이 잡으러 온다며 열심히 달려갑니다. 그러다 하얀 얼음을 만나면 잠시 멈춰서서 열심히 얼음을 깹니다.
쇠 날은 유치원 대청소를 하는 날입니다. 쇠 날 도우미인 동인 동진이가 먼저 걸레를 들고 바닥을 밀고 다닙니다. 동하와 조안이는 마루까지 깨끗이 닦습니다. 발이 무척 시러울텐데 청소하느라 추위도 잊은 모양입니다. 청소가 끝나자 걸레를 빱니다. 비누로 조물조물 주물러 빤 하얀 걸레를 뒷마당에 널어 줍니다. 아직 방법을 잘 모르는 5살 동생들을 유선이가 안내합니다. 걸레를 펴고 빨랫줄에 널은 후 집게로 집는 법까지 조근조근 설명하며 도와줍니다. 유치원에 비록 또래 아이들은 적지만 언니, 오빠, 동생들이 가족처럼 어우러져 지냅니다. 언니들은 동생들을 돌보고 가르치고, 동생들은 언니들을 보고 모방하고 배우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잘 자라나봅니다.
간식을 먹은 후에는 꽃동산으로 산책을 갑니다. 아직 꽃은 없지만 따뜻한 봄햇살이 피어있는 논둑을 지나 꽃동산 원두막에서 놀다 내려옵니다. 언 땅이 녹아 진흙이 되어 있습니다. 질퍽질퍽 진흙이 잔뜩 묻은 진흙신발을 신고 유치원으로 돌아옵니다.


조영미 11-03-06 22:13
 
  선생님, 고맙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아이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조미란(박조안) 11-03-09 23:21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평화가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