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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1-29 19:18
유치원 아이들 입동, 소설 지낸 이야기(2011.11.21-11.25)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341  

 
2011년 11월 21일 달 날 (입동 14일째)
땅이 꽁꽁 얼어붙고 풀밭엔 하얀 서리가 내린 날입니다. 입속 아궁이에선 하얀 연기가 나옵니다. 유치원으로 달려 들어간 아이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나이별로 아이들 그림이 다 다르네요. 7살은 산을 그립니다. 백두산, 한라산, 에베레스트산, 관악산... 그림을 다 그리고는 동생들에게 설명도 해 줍니다. 6살은 바다와 해, 바람, 꽃과 나무를 그리고 5살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동그라미를 그리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색깔을 조금씩 칠해보며 도화지 전체를 가득 채우기도 합니다. 그러더니 썰매타기를 합니다. 썰매 끄는 아이가 천을 펼쳐놓고 그 위에 다른 아이가 타면 신나게 끌고 다니는 썰매. 처음에 한 명씩 신나게 타는가 싶더니 모두들 천을 들고 썰매 탈 사람 모집을 합니다. 그러더니 민교가 사슴이 되고 나머지 아이들은 썰매를 타기로 합니다. 첫째 칸부터 다섯째까지 멋진 천 썰매가 완성되고 드디어 두 발목에 천을 묶은 민교 사슴이 달리기를 시작합니다. 어영차~~ 힘을 내며 끌었는데 그만 천이 풀어지고 말았네요. 그런데 아이들은 썰매를 타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썰매 손을 봐야 한다며 이것저것 풀고 묶고 하더니 다시 도전. 으라차~~ 민교는 열심히 썰매를 끌어 보지만 다섯 아이들이 탄 썰매는 꿈쩍도 안하고 묶인 천만 풀려버리네요.
날이 추워지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겨울 놀이를 하네요.
 
2011년 11월 22일 불 날(입동 15일째)
햇살이 환하게 퍼지니 새벽에 내린 서리도 금새 녹아내리고 어제보다 포근합니다. 서둘러 간식을 먹고 유성 시장에 갑니다. 방앗간에 가서 초등 형님들이 수확한 들깨 껍질을 벗기기로 한 날입니다. 좁디좁은 방앗간에 여기저기서 기계들이 돌아가고 아이들까지 와글와글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신기한 듯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들깨껍질을 벗기는 동안 시장구경을 합니다. 든든히 간식을 먹고 나왔건만 여기저기서 나는 음식냄새에 배가 꼬르륵 거립니다. 초등형님들은 “와~ 맛있겠다. 떡이다. 오뎅이다. 떡볶이다.”며 보는 것마다 먹고 싶다고 아우성이었지만 유치원 아이들은 열심히 선생님을 따라다니기만 합니다. 낯설고 사람 많고 북적이는 곳이 바다처럼 넓고 크기만 한 듯합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형님들이 나눠주신 배도 먹고 따스한 햇살 받으며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손 놀이를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오후가 되며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합니다. 때마침 보일러까지 고장이 나 난로를 켜고 낮잠을 잡니다. 이불도 두 겹으로 덥고 잠을 청하니 시장에 다녀온 것이 피곤했는지 새근새근 깊은 단잠을 자고 일어납니다.
 
2011년 11월 23일 물 날 (소설 1일째)
작은 눈이 내린다는 소설입니다. 눈 대신 비가 내리는 아침. 점심이 되며 바람이 매서워 지더니 저녁엔 정말 눈발이 날립니다.
유선, 동하, 조안이가 빛칠하기를 합니다. 따뜻한 빛들로 평화로운 색을 물들이는 동하. 빨강과 파랑을 섞어 귀신 나오는 곳을 그리는 유선. 알고 보니 글씨를 썼다 지웠다고 합니다. 지운 곳이 어두운 빛깔이 되니 귀신 생각이 난 모양입니다.
밀납을 꺼내놓으니 밀납공예를 합니다. 먼저 손으로 따스한 기운을 한참동안 불어넣어 주어야 하는데 빨리 안 된다며 짜증을 내는 아이도 있습니다. 오늘은 마음이 편편치 않은 모양입니다. 아이들과 놀이를 하다가도 곧잘 토라지고 싸운 아이만 쏙 빼고 우리 집에 오라는 둥 자꾸 미운 마음을 냅니다. 다행이도 나머지 아이들이 그 말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고 있습니다.
산책을 나갈 때도 비가 오니 우비를 입습니다. 잠바위에 입기 어려워 잠바를 안 입고 산책을 나갑니다. 6살과 7살 아이들은 그네를 타며 우리집에 왜 왔니? 하고 동인이와 동진이는 위험하다며 구경만 하라고 합니다.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하려니 추워집니다. 그래도 형님들 놀이를 물끄러미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잠바와 털목도리를 둘러주고 다시 비옷을 입혀놓으니 답답했는지 자꾸 몸을 뒤척입니다.
선생님은 그 사이 텃밭에서 배추와 당근 파를 뽑습니다. 지난 가을에는 하도 작아서 과연 잘 자랄까? 했었는데 당근도 제법 통통하게 자라있고 배추고 작지만 노란 속이 찬 것도 있습니다. 땅님과 햇님 바람님, 빗님이 이렇게 튼튼하게 키워주셨네요.
점심을 먹고는 바람이 더욱 쌀쌀해지고 비까지 내리 실내에서 밀납공예를 합니다. 동하가 초를 만들자 모두들 하향, 노랑, 빨강의 초를 만듭니다. 단추를 만들었다며 모기만한 소리로 얘기하는 동진. 그리고 매우 추상적인 작품을 만든 동인이 것까지 꽃 옆에 초대가 됩니다. 그 사이 민교는 작은 의자로 대포까지 달려있는 자동차를 만듭니다.
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난롯가가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2011년 11월 24일 나무 날 (소설 2일째)
땅이 다시 꽁꽁 얼어붙고 웅덩이엔 얼음이 얼어있는 추운 날입니다. 착착, 탁탁 작은 얼음들을 깨며 올라가는 길. 춥지만 참 재미있습니다.
기침을 심하게 하는 동하를 위해 탱자 효소 차와 오후에는 은행을 까서 구워 줍니다. 아침부터 심하게 기침을 하더니 잠자는 시간에도 잠을 못잘 정도로 심하게 기침을 합니다. 겨울과 함께 감기 친구도 찾아온 모양입니다.
어제 뽑아온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놀이를 합니다. 동인, 동진이는 둘이서 인형들을 세워놓고 새모이도 주고 잠도 재우며 속닥속닥 놀이를 합니다. 둥글레 시간에는 동방박사 연극을 합니다. 반짝이는 천을 머리에 쓰고 진지하게 연극을 하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산책을 나갈 때도 천을 그대로 두르고 가고 싶다는 아이도 있습니다. 연극은 내일 또 하기로 하고 천을 정리한 후 잠바를 입고 산책을 나갑니다. 닭장의 알이 얼어 깨져 있고 오리들은 양지바른 곳에서 앉아 졸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어서는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동하가 아직 기침이 심하니 오늘도 실내에서 놀이를 합니다. 어제부터 꺼내주었던 밀납으로 만들기를 합니다. 손의 따뜻한 온기로 만지다 보면 어느새 밀납도 따뜻해지고 말랑말랑 해집니다. 그런데 손이 차가운 아이는 빨리 밀납이 안 따뜻해지니 마음이 급했는지 전기난로에 밀납을 붙여놓고는 이것보라고 합니다. 화들짝 놀라 밉납을 떼어내고 천천히 기다려 보자고 합니다.
은근하고 지속적인 사랑의 열기가 딱딱한 것을 변화시키고 부드러워지게 함을 조금씩 배워나가면 좋겠네요.
꽁꽁 얼어붙은 세상에 햇님은 여전히 따스한 사랑을 내려주시는 나무 날입니다.
 
2011년 11월 25일 쇠 날 (소설 3일째)
회색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에선 금방이라도 눈이 떨어질 듯 하지만 오후가 되며 햇살이 비칩니다. 눈이 내릴지도 모르겠다고 하니 눈은 하얀색이니 하얀 구름에서 내린다며 오늘 구름은 회색이니 눈이 안 내릴 거라고 하네요.^^ 언제쯤 하얀 눈이 내리실지...
오늘은 보림사로 나들이를 안가고 김장을 합니다. 밭에서 뽑은 무, 파, 당근, 사과도 채썰어 고춧가루로 버무려 속을 만듭니다. 유선이만 달려와 채를 썰어줍니다. 1년 동안 갈고 닦은 솜씨가 제법입니다. 같은 크기로 고르게 채를 썰어 담아 줍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노는데 열중하느라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습니다. 남은 무로 굵은 채를 썰어 실에 엮어 걸어주고 지난 주에 말린 무들은 채반에 옮겨 더 말려줍니다. 내년 이른 봄엔 아마도 영양 많고 맛도좋은 무말랭이 반찬을 먹겠지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동방박사’연극을 합니다. 아침부터 나는 마리아 할 거라던 조안이는 다시 마리아, 동하는 여전히 요셉, 민교는 별, 유선이와 동인, 동진이는 동방박사를 합니다. 동인이는 어제에 이어 파란천을 두르고 맨 뒤에 따라오게 하니 맨 뒤는 싫다며 토라져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천을 계속 머리에 쓰고 있고 싶다며 산책 나갈 때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합니다. 빨강, 파랑, 노랑, 보랏빛, 푸른빛 천을 두른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자꾸 웃음이 나오니 웃지 말라며 쑥쓰러워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산책을 나가서는 어제에 이어 “우리 집에 왜왔니? 왜 왔니? 왜 왔니?” 놀이를 합니다. 동하가 붙이는 이 놀이는 왜 왔니? 가 꼭 3번들어간다고 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김장 속을 넣습니다. 소금에 절여 두었던 배추에 아침에 준비한 속을 싸주니 맵다며 잘 받아 먹습니다. 유선이만 속 넣는 일을 직접 해보고 나머지 아이들은 놀이에 푹 빠져 있습니다.
낮잠을 자고 나더니 큐션을 만들겠다는 민교를 따라 6,7살 아이들은 모두 하트 모양의 쿠션을 만들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간식 먹고 집에 갈 시간이라고 하자 달 날에 만들겠다고 합니다. 과연 달 날에 기억할까요?
집에 갈 때는 현미 선생님께 목도리 선물을 받습니다. 진보라, 보라, 분홍, 노랑, 주황, 빨강 빛깔의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폴짝이는 천사들이 참 귀엽고 예쁘네요. 7살 동하는 모자까지 선물을 받고 싱글싱글.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겨울이 찾아온 듯하네요.

박병현/조미란(… 11-11-30 09:18
 
조안이는 동방박사 놀이를 넘 좋아합니다. 매일 집에서 노래도 부르고 율동도 합니다.ㅎㅎ
저 어렸을 때 교회해서 하던 기억이 나서 저두 같이 노래해 봅니다. 항상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