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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06 18:42
유치원 아이들 소설 지낸 이야기(2011.11.28-12.2)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499  

 
2011년 11월 28일 달 날 (소설6일째)
매서운 겨울바람이 아닌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나무마다 흔들리는 마지막 남은 단풍잎들이 빨갛게 노랗게 빛나는 소설 한 주를 시작하는 달 날입니다. 겨울학기 첫 주부터 긴 방학이 언제 오느냐고 물었던 민교는 집에서 쉰다고 하고 나머지 다섯 아이들만 등원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지난 쇠날 만들기로 한 큐션 생각이 났는지 “난 오늘 장난감 하나도 안 꺼내고 큐션만 만들가다.”라며 바느질을 합니다. 바느질 솜씨가 가지각색입니다. 바늘땀이 매우 촘촘한 아이. 시작은 촘촘하나 끝은 달리기를 하는 아이. 처음부터 시종일간 성큼성큼 뛰어서 매우 빨리 바느질을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 옆에서 모처럼 형님들이 모두 작업을 하는 틈을 이용해 동인,동진이는 넓은 유치원 공간을 다 차지하고 모든 장난감을 이용해 재미나게 놀고 있습니다. 바느질을 하는 아이들 옆에서 현미선생님이 조안이와 유선이가 1년 동안 수틀에 수놓았던 것을 가지고 동그란 큐션을 만들고 계십니다.
산책을 나가서는 동하를 따라 탐험놀이를 합니다. 처음에는 동하와 유선이만 하더니 선생님 주위를 맴돌며 민교가 안와서 심심하다던 조안이가 따라갑니다. 그리고 셔요셔요를 보이는대로 입에 넣고 오물거리던 동인,동진이까지 밤나무 숲과 시냇가 탐험에 동참합니다. 무성하던 풀과 나뭇잎들이 모두 떨어지고 풀숲이 훵해지니 넓어지고 길 찾기도 쉬워졌네요. 내가 길을 찾아 냈다며 좋아하는 아이들입니다.
겨울은 앙상한 가지만 달고 있는 나무들이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탐험놀이를 하기에 딱 좋은 계절인가 봅니다. 미끈이 길쭉이 친구들도 안 보이구요.ㅎㅎ
 
2011년 11월 29일 불 날 (소설7일째)
서리대신 짙은 안개가 내려온 겨울 아침입니다. 햇살이 나오고 안개가 걷히는가 싶더니 다시 검은 구름들이 몰려오고 또 해가 나왔다 비올 듯 구름들이 몰려오는 따뜻한 소설입니다. 엄마와 등원한 민교가 벌써 유치원에 들어와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재잘재잘 아이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작은 의자로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들어오자 소꿉 놀이를 시작합니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조안이가 어제 만들던 하트큐션에 솜을 넣고 동하도 그것을 합니다. 그러면서 민교에게 왜 네가 먼저 시작해놓고 너는 큐션만들기를 안하느냐고 캐묻습니다. 민교는 난 그냥 안하고 싶다며 바느질을 잘 못한다고 합니다. 사실 지난 쇠날 제일 먼저 큐션을 만들겠다고 한 게 민교이고 덕분에 모두들 바느질하고 솜 넣고 분주한데 정작 민교만 별 관심이 없으니 아이들은 이상한가 봅니다. 선생님에게까지 이르듯 얘기를 합니다. “민교가 하고 싶을 때가 되면 하겠지요.” 하고 이야기해주니 잠잠해집니다.
산책을 나가서는 어제에 이어, 남자 아이들은 탐험을 하러 가고 여자 아이들은 그네를 타며 공주님 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은 뭘 해도 그냥 놀지 않습니다. 상상속의 세계에서 공주가 되고 왕자가 되고 강아지가 되기도 합니다. 역할에 맞게 중얼중얼 이야기를 나누며 놀이를 합니다. 늘 꿈꾸고 있는 듯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6,7살들은 박스를 모래위에 깔아놓고 놀고 5살들은 바닥에 그림을 그리네요. 그림 속엔 새도 날아가고 물고기도 있고 바람도 불고 그러다가 진짜 독수리가 되어 두 팔을 벌리고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아이들의 자유로움이 참 부럽기만 합니다.
아! 그리고 6살 유선이의 젖니가 처음으로 빠졌습니다. 작은 앞니가 몇주전부터 흔들리더니 자고 일어나 하얀 명주실에 매달려 쏘옥 빠졌습니다.
 
2011년 11월 30일 물 날 (소설 8일째)
눈 대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날입니다. 장맛비처럼 밤새 내리고 또 하루 종일 내려오니 강물도 엄청 불었네요. 비가오니 옷도 젖고 무척 춥습니다. 젖은 옷을 벗어 유치원 바닥에 펼쳐놓고 말려줍니다. 어느새 옷들이 유치원 바닥에 가득차고 유선이와 동하는 또 다른 큐션 만들기에 도전. 조안이와 쌍둥이들은 옷이 없는 곳에서 놀이를 합니다. 민교는 오늘도 할머니와 집에서 논다고 하네요.
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난로와 유치원 공간이 참 고마운 날입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실내에서 놀이를 합니다. 산책 나가서 젖었던 옷들을 벗어 말려놓고 내복만 입고 동인이와 동하는 양말도 벗어놓고 노네요. 한쪽에선 아침에 이어 쿠션 만들기. 조안이와 쌍둥이들은 인형을 데려다놓고 인형극 놀이를 합니다. 노란천, 파란천 초록천도 깔아놓으니 풀밭도 생기고 호수도 생겨납니다.
창밖에선 여전히 겨울비가 내리지만 따뜻한 유치원 안에서는 아이들의 상상의 나라에서 새들과 동물들이 파란풀밭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있습니다.
 
2011년 12월 1일 나무 날 (소설 9일째)
비가 오고 난 후라 그런지 바람도 매섭고 쌀쌀합니다. 파란 하늘엔 흰구름들이 멋진 모습으로 흘러가고 마지막 남은 단풍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아침. 어제부터 나무 날 서울에 간다던 조안이는 정말 등원을 하지 않았고, 나머지 다섯 아이들만 쪼르르 달려와 반갑게 안깁니다. 지난 가을 말려두었던 곶감 몇 개를 따서 아침 간식으로 먹습니다. 반 정도 마른 곶감이 참 달고 맛있네요. 아이들은 더 달라며 쩝쩝 입을 다십니다. 커다란 솥에 황금빛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듭니다. 잘 익은 콩이 맛있다며 열심히 주워먹는 아이들. 절구공이를 잡고 나도 찧어보겠다고 거드는 아이. 하지만 거들어 주는 건지 절구 공이에 매달려 있는건지......^^열심히 놀다 쪼르르 달려와 나도 메주 만든다며 주물럭. 하지만 아무리 주물러도 모양이 나오질 않네요. 지푸라기를 깔고 메주를 올려놓으니 돼지 삼형제네 집 지을거냐며 물어봅니다. 따뜻한 유치원 안에 메주를 들여놓고 메주가 자는 동안 아이들도 낮잠을 잡니다. 모처럼 함께 눕게 된 유선이와 동하. 잠은 안자고 눈을 말똥 뜨고는 손을 잡고 놀고 있네요. 어서 눈을 감으라고 얘기하니 동하는 금새 잠이 들고 유선이만 뒤척뒤척.
낮잠을 잘 자고 일어나야 얼굴이 반짝반짝 윤이 날 텐데........
 
2011년 12월 2일 쇠 날(소설 10일째)
쌩쌩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는 겨울날입니다. 곶감과 지난 봄에 만들어 두었던 쑥개떡을 먹고 놀이를 합니다. 뽀드득 유치원의 먼지를 닦아내며 함께 평화놀이 할 사람을 기다려 보건만 오늘은 아무도 도와주러 오지 않네요. 보온 밥통에 도시락을 싸서 보림사로 먼 산책을 나갑니다. 하늘 높이 불을 끄러 날아가는 헬리콥터도 구경하고 배추를 뽑고 계시는 아주머니도 만나고 왕왕 짖어대는 개들과 많은 식구를 거느린 고양이 아줌마와 인사도 하고 쉬엄쉬엄 보림사로 올라갑니다. 부처님께 절을 하고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보석가게. 한얀 돌, 반짝이는 돌, 길쭉한 돌, 네모난 돌. 여섯 아이들이 모두 신이 나서 돌을 주워들고 보석을 찾았다며 신나합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보석처럼 아름답게 보이네요. 하늘이 맞닿아있는 보석 동산에서 날개를 감춘 천사들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천국에 와 있는 듯 행복해 집니다. 하늘 정원에 놀러와 있는 듯 하네요.
눈 대신 비가 내리는 따스한 소설 지낸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