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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13 15:04
유치원 아이들 소설, 대설 지낸 이야기(2011.12.5-2011.12.9.)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433  

 
2011년 12월 5일 달 날 (소설 13일째)
땅이 꽁꽁 얼어붙고 물이 고여 있던 논에는 얼음이 얼어 아이들은 얼음을 깨보느라 신이나는 달 날입니다. 지붕 위 서리들은 햇살에 내리자 모두 녹아버렸는데 나뭇가지로 그림자가 드리운 곳만 하얗게 서리가 남아 있으니 지붕위에 자연이 멋진 그림을 그려 놓으신 듯 합니다. 아침 간식으로 따뜻한 누룽지죽과 가을부터 말려두었던 건율을 먹습니다. 사탕처럼 이쪽 볼과 저쪽 볼로 굴려가며 먹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오늘의 놀이는 무지개 놀이. 놀이는 언제나 7살 동하가 이끌어갑니다. 동하가 부르는 색깔이 자기 옷에 있으면 움직이는 놀이를 하더니 작은 의자를 높이 쌓아놓고는 키 재기 놀이를 합니다. 산책을 나갈 때는 소꿉을 챙겨 가지고 가서는 고시래기 나물이라며 풀을 뜯어다가 시냇물에 씻어 요리를 하네요. 논에는 얼음이 있고 그늘에는 서리가 그대로 있는데 아이들은 추운 것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가 봅니다. 풀을 뜯느라 손이 꽁꽁 얼어도 시냇물을 뜨다가 털장화가 젖어도, 덥다며 잠바에 양말까지 벗어놓고 노는 아이도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빠는 동하, 엄마는 조안, 아기는 유선이 그리고 민교는 강아지가 되어 소꿉 놀이를 합니다. 그 틈에 오랜만에 비어있는 그네에 올라라 뱅그르 돌기도 하고 배로 그네를 밀기도 하며 동인, 동진이는 즐겁습니다. 형님들이 그네 탈 때는 항상 구경만 해야 했는데 오늘은 그네가 한참 비어 있으니 쌍둥이들에게도 그네 탈 기회가 왔네요.
파란 하늘 높이 날개를 쩍 펼친 매가 빙글빙글 돌고 있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숲에서 꿩들이 날아오르기도 합니다.
잎을 모두 떨군 숲의 나무들이 조용히 아이들 노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2011년 12월 6일 불 날(소설 11일째)
모자와 목도리 두터운 털잠바에 털장화까지 챙겨입은 추운 겨울입니다. 햇살이 퍼지며 따뜻해지긴 했지만 바람은 매섭습니다. 유선이는 선생님 옆에 앉아 제법 능숙하게 세 번째 큐션을 만들고 나머지 아이들은 어제에 이어 작은 의자를 쌓아놓고 키재기를 합니다. “너는 135,나는 150센티미터”동하가 머리에 표시까지 해가며 제법 그럴듯한 치수를 불러줍니다. 산책을 나가서는 조안이 정원꾸미기 놀이를 합니다. 나무를 만든다며 풀을 뽑아다 모래밭에 나란히 심어 줍니다. 조안이는 주로 말로 바쁘게 지시를 하고 유선이와 동하가 열심히 심어줍니다. 민교는 어느새 흥미가 없어졌는제 원두막에 올라가 긴 막대로 말을 타며 놀고 있고 형님들이 그네를 비운 틈을 이용해 동인 동진이는 열심히 그네를 탑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양초 만들기를 합니다. 홀쭉이 초들이 따끈한 양초물에 목욕을 할 때마다 뚱뚱해집니다. 다섯 살들도 진지하게 초를 만듭니다. 민교는 어느새 초를 던져놓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한참을 놀다가 또 달려와 양초 만들기를 합니다.
별님이 소곤소곤 잠자는 시간이 되어 황금빛 양초들을 걸어놓고 잠자러 갑니다. 양초들도 겨울바람 맞으며 잠을 자고 나면 더 단단해 지겠지요?
 
2011년 12월 7일 물 날(대선 1일째)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바람은 여전히 쌀쌀하지만 햇살이 따스합니다. 양지바른 곳에는 개자리 명자꽃이 피어나기도 했네요. 꽃들이 추울텐데...... 밭에는 얼마전에 심은 양파가 추위를 이겨가며 잘 자라고 있습니다. 박명수 선생님께서는 아침 일찍부터 난로에 불을 지펴 밀납 조각들을 녹여주시고 아이들은 그 연기게 불이 났다며 폴짝폴짝 뛰어다닙니다. 그리곤 조용히 앉아 빛칠하기 화집에 붙일 그림을 그립니다. 동하는 잔잔한 꽃을 조안이는 활짝 웃는 여자아이가 꽃밭에 물을 주고 유선이는 나무와 무지개 그리고 나무만큼 커다란 금덩이를 그립니다. 동진이는 빨강파랑노랑 크레용을 바꿔가며 셀 수 없는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동인이는 선들이 이어져 도화지 가득 뭔가를 그려놓긴 한 것 같은데 도통 뭘 그렸는지 모르겠네요. 먼저 그림을 다 그린 동진이가 달려와 그림을 보며 “어디가 머리야? 다리도 많이 있네?” 하고 물어봅니다. 어른은 몰라도 아이들끼리는 통하나보다 했는데 동인이의 대답이 그건 다리가 아니라네요.^^
점심 즈음 온다던 민교는 엄마와 집에서 지내고 다섯 아이들만 산책을 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어제 만들던 양초를 만들고 소곤소곤 이야기 나라와 꿈나라에 갔다 옵니다.
 
2011년 12월 8일 나무 날 (대설 2일째)
하늘이 흐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지만 바람은 부드럽습니다. 오후가 되며 조금씩 매서워 지네요.
민교가 오자 동하가 제일 좋아합니다. 유치원은 다시 들썩이고 장난감을 고르고 놀이를 정하느라 민교는 선생님이 불러도 한참 만에 대답을 합니다. 그 옆에서 동인이와 동진이는 작은 의자를 쌓아놓고 의자에 앉아 운전을 합니다. 핸들을 열심히 빙글빙글 돌려가며 진지하게 운전을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형님들이 했던 놀이들을 마음에 잘 담아두었다가 재현을 하는 듯 합니다.
은행 몇 알을 구어 차와 함께 먹고 생일잔치를 하러 마을회관으로 갑니다. 안 춥다며 잠바도 안 입고 가는 아이도 있네요. 겨울에 태어난 동인이와 동진이도 날개옷을 입고 축복을 받고 유치원 아이들은 물 날마다 하던 강강술래도 보여줍니다. 손을 잡고 욱신욱신 뛰고 돌며 신이 납니다. 선생님들의 사물놀이도 눈만 동그랗게 뜨고 구경하고 맛난 떡과 과일 잡채를 먹고 유치원으로 돌아옵니다. 점심시간이 가까웠으나 조금 전에 먹은 간식으로 배가 부르니 탐험놀이를 갑니다. 동인이만 현미 선생님을 따라 유치원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다섯아이들만 옥선 선생님을 따라 갑니다. 산과 들과 강을 넘어 오르고 쭈르르 미끄러지기도 하며...... 그때 덤불 속에서 퍼드득 꿩들이 놀라 날아오릅니다. 평화로운 꿩들에게 놀래켜 미안하다고 하고 얼른 언덕으로 올라가니 모래놀이터가 내려다보입니다. 그네도, 집도 철봉도 모두 작아졌다며 신기해합니다.
그리고 유치원으로 들어가 꿀밥을 먹습니다.
 
2011년 12월 9일 쇠 날 (대설 3일째)
기다리고 기다리던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쇠 날입니다. 비대신 눈이 내릴 뿐인데 마음은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기쁘기만 합니다. 나무위에도 유치원 모래밭에도 내리는 눈을 구경하느라 신이 난 아이들. 조안이는 소꿉 냄비에 눈을 모아 보겠다며 눈을 받고 있네요.^^
신이 난 유선이와 조안이는 현미선생님을 따라 유치원 대청소를 합니다. 남자 아이들은 천을 깔아놓고 구슬치기를 합니다. 간식을 먹고 아침열기를 한 후 도시락을 준비해 보림사로 먼 나들이를 갑니다. 펑펑 눈이 내려 살살 얼어붙은 논에 발도 살짝 담가보고 돌도 던져봅니다. 그러더니 여섯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얼음땡 놀이를 합니다. 신나게 놀며 올라가니 어느새 보림사에 도착했네요. 눈 덕택인지 오늘은 모두들 기분이 최고입니다. 선생님 손을 잡자는 아이도 없고 모두들 폴짝 거리며 뛰듯이 걸어갑니다. 민교는 겨울이 난 좋아 이 겨울이 가면 새봄이 오고 새봄이 오면 내 마음에 심은 꽃이 핀다며 자작곡을 불러줍니다.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앉아 있으려니 기도하시던 보살님께서 유치원 아이들을 축원해 주시겠다며 건강을 빌어주십니다. 바깥으로 나가니 눈이 더 많이 내리고 있네요. 보석도 줍고 돌 미끄럼도 타고 잡기놀이도 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절에서 해 주신 부침개와 시원한 동치미도 먹고 산길을 내려옵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산길을 입을 쩍 벌리고 내려오다니 눈빙수가 입안을 쏘옥 들어옵니다. 잠바에 붙은 눈을 자세히 바라보니 꽃모양이 보입니다. 그래서 눈송이가 꽃송이라는 걸 알아채고 “꽃 사세요~~” 노래를 부르며 눈꽃을 팔아봅니다. 눈꽃을 하나도 팔진 못했지만 하얀 눈꽃과 함께 행복했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꿈나라로 갑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눈이 펑펑 내린 소설, 대설이 함께 있던 한 주 지낸 이야기였습니다.

박병현/조미란(… 11-12-16 10:01
 
1년 동안 아이들 지내는 모습을 눈에 보는 듯 알 수 있도록 글로  남겨 주셔서 감사드려요..
샘들도 건강한 겨울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