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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26 22:03
유치원 아이들 대설 지낸 이야기(2011.12.12-12.16)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430  

2011년 12월 12일 달 날 (대설 6일째)
하늘에선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듯 잔뜩 찌푸린 얼굴입니다. 오전에는 햇님이 안 나오시니 저녁처럼 어둡더니 오후가 되어 환해집니다.
6,7살 아이들은 밀납 공예와 쿠션 마들기를 하고 동인 동진이는 소꿉놀이를 합니다. 조약돌로 지핀 불 위에 후라이팬을 놓고 음식을 만들어 고양이에게 먹입니다. 둘이 얼마나 다정하게 노는지 가만히 노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그러다 동인이가 울고 동진이는 달래며 미안해 합니다. 6살 누나들이 달려가 동인이 왜 울었냐며 중재를 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동진이까지 울상이 되고 동인이는 더 길게 울고 있네요. 그냥 내버려 두면 둘이 잘 해결할 듯 한데 비장한 표정의 누나들이 일을 해결해 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멀찍이서 상황을 지켜보던 동하는 “동진이만 너무 나무라지마!” 하고 한마디 합니다. 그런데 조금 뒤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동인 동진이는 다시 깔깔거리며 놀고 있네요.
아침열기를 하고 동방박사 연극을 합니다. 오늘부터는 동지제 때 맡을 역할을 정해 한 주 동안 같은 역을 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늘 마리아를 했던 조안이가 갑자기 동방박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마지막 남은 배역은 마리아. 동인이가 마리아가 됩니다. 천을 두르고 아기를 안고 있는 동인이가 정말 귀엽네요.^^동하도 별을 해보고 싶어 하긴 했지만 민교의 눈치를 보더니 그냥 요셉을 하겠다고 합니다. 지난 3주간 늘 같은 배역을 하더니 이젠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었나봅니다.
산책을 나가 동인 동진이는 삐그덕 삐그덕 그네타기. 나머지 아이들은 학교 놀이를 합니다. 숙제 검사도 하고 시험도 보고, 꽃피는 학교는 아닌 듯 한데 어떤 학교인지 참 궁금해집니다. 그러다 냇가로 갔던 동하가 그만 물에 빠지고 맙니다. 모닥불에 발을 말리고 유치원으로 먼저 들어가고 나머지 아이들은 탐험놀이를 하며 유치원으로 갑니다. 풀숲을 헤치고 언덕을 미끄러지고 꽁꽁 얼어있는 논길을 지나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갑니다.
 
2011년 12월 13일 불 날 (대설 7일째)
서리가 하얗게 내리고 물 고인 논에 굵은 얼음이 얼어 몹시 추운 날입니다. 무지개떡과 고구마 그리고 달콤한 당근 간식을 먹고 있으려니 민교가 들어옵니다. 한참을 선생님 품에 웅크리고 앉아있더니 간식을 먹고 기운을 차렸는지 소꿉놀이를 시작합니다.
요가를 하고 산책을 나가 어제에 이어 학교 놀이를 합니다. 동인 동진이는 그네를 탑니다. 그러더니 모두 철봉에 매달려 작은 철봉부터 큰 철봉까지 1-5학년이라며 매달려 봅니다. 민교는 풀잎을 돌돌 말아 배추쌈이라며 먹어보라고 합니다. 어찌나 먹음직스럽고 야무지개 풀잎 쌈을 만들었는지 참 맛있어 보이네요. 모닥불을 피워 놓으니 뭐 구워먹을 거냐고 물어봅니다. 내일은 밤과 고구마를 구워먹기로 하고 유치원으로 돌아옵니다. 여섯아이들이 나란히 손을 잡고 여섯 쌍둥이라며 신나게 걸어갑니다.
점심을 먹고는 황토 흙을 모아 인절미 만드는 방앗간 놀이를 합니다. 먹음직스런 인절미를 보여주며 신이난 아이들. 손시러운 것도 잊은 듯합니다.
그 옆에서 선생님은 내년에 쓸 밀납 초를 만들고 계십니다.
 
2011년 12월 14일 물 날(대설 8일째)
논도, 길도, 밭도 꽁꽁 얼어 추운 날입니다. 아침에 컴컴하더니 햇님이 나오시며 환하고 따뜻해집니다. 시원하고 달달한 배와 새봄에 덕어 놓았던 감잎차로 간식을 먹습니다. 어떤 아이는 나 감기에 걸렸다며 감잎차를 여러 잔 마시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작된 놀이. 동인 동진이는 달팽이끈 여러개를 겹쳐 커다란 달팽이를 만들어 놉니다. 그런데 동하가 도와준다는 것이 그만 참견이 되어 오히려 동진이를 화나게 만들었네요. 짜증이 났는지 동진이는 울며 다시 달팽이를 만듭니다. 유선이와 조안이는 쿠션만들기. 동하와 민교는 초등형님들이 부르던 이상한 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집짓기 놀이를 합니다. 유치원에선 그런 노래 안부른다고 하니 노랫소리가 쏘옥 들어갑니다. 놀이가 끝날 무렵. 선생님들의 시 읽기와 노래가 시작되면 여섯 아이들도 쪼르르 달려와 시를 외고 노래를 합니다. 때론 하던 놀이를 게속하는 아이도 있지만 선생님들을 따라 하는 일이 재미있나봅니다. 그리고 바로 정리노래와 함께 장난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 줍니다. 나랑 놀아줘서 고마우니 이젠 집에 들어가서 편히 쉬라고...
정리가 끝나면 둥글게 빛나는 햇님을 만들어 아침열기를 합니다.5살 아이들도 긴 아침시를 또박또박 욉니다. 그리고 물 날마다 하는 강강술래. 한참을 뛰고 흥이 난 아이들. 콧노래를 흥얼 거립니다. 도우미님은 약가방을 챙기고 산책 갈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동인, 동진이가 서로 동하형님에게 약가방을 챙겨주겠다며 다툼을 합니다. 모래놀이터까지 내내 토라져 있더니 그네에 앉아 화해를 하네요. 철봉과 그네에 매달려 노는 동안 모닥불을 피우니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밤과 고구마를 구워 하나씩 들고 먹습니다. 입과 코, 손이 까맣게 되어도 따끈 고소한 밤과 고구마를 먹는 일에 신이난 아이들.
겨울은 불 피우고 그 불가에 모여 열매를 구워먹기 좋은 계절입니다.
 
2011년 12월 15일 나무 날(대설 9일째)
차가운 겨울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논에는 살얼음이 얼어있습니다. 오늘은 방학에 돌봄을 해주실 선생님께서 유치원에 참관을 오셨습니다. 삼동이의 이모님이신 선생님이 오시자 동하가 제일 신이 난 듯합니다. 선생님의 손을 잡고 유치원 장난감들을 설명해 드립니다. 엄마와 늦게 등원한 민교는 맛있는 음식들을 푸짐하게 차려 선생님께 대접을 합니다.
오늘은 진짜 요리로 팥죽을 만듭니다. 새알심을 빚어 나이보다 한 살씩 많은 수의 새알심을 먹으며 나이를 세어봅니다. 민교는 팥죽을 먹으면 차멀미가 난다며 한 수저만 먹고 조안이는 팥죽보다는 새알심을 더 좋아하네요.
산책을 나가서는 어제에 이어 모닥불을 피워 밤과 고구마를 구워 먹습니다. 오늘은 겨울 바람이 심하게 부니 불꽃들이 이리저리 춤을 춥니다. 불꽃 따라 연기들도 함께 신이 났습니다. 그네를 타고 철봉에 매달려 놀던 아이들도 밤과 고구마가 너무 맛있다며 신이 났네요.
땅이 우리에게 이것을 주었고
햇님이 이것을 무르익게 했어요.
사랑하는 땅님
사랑하는 햇님
우리는 영원히
당신들을 잊지 않을 거예요.
음식을 먹기 전에 아이들과 하는 기도입니다.
 
2011년 12월 16일 쇠 날(대설 10일째)
겨울학기 마지막 날입니다.
겨울님은 겨울다운 추위를 보여주고 싶으신 듯 공기가 매우 차갑습니다. 논에는 얼음이 꽁꽁.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됩니다. 산책을 나갈 때도 얼음판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해가 나오며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쩍쩍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민교와 동하는 용기있게 얼음판에 들어가 뒹굴고 미끄럼타고 묘기를 보여줍니다. 구경하던 유선이와 조안이 용기를 내어 몇 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동인이와 동진이는 논둑에 서서 형님들 노는 모습만 구경합니다. 그러다가 살짝 얼음에 발을 올려보는 동진이. 다시 발을 얼른 빼고는 깨진 얼음을 들고는 이것 보라며 좋아합니다. 현미 선생님이 모닥불을 피워 고구마와 밤을 굽는 사이 언덕으로 논둑으로 탐험놀이를 다니는 아이들. 깊어가는 겨울의 모습을 품은 마암리 자연 친구들과 뛰어놀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니 더욱 신이 났나 봅니다. 그리고 오늘은 현미 선생님과도 유치원에서 함께 지내는 마지막 날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하남으로 놀러 가면 된다며 매일 타던 뱅글이를 태워달라고 줄을 섭니다. 신나게 뱅글이를 탄 아이들. 내년 동지제날 또 와서 뱅글이를 태워 달라고 현미 선생님께 신신당부를 하네요.^^;
언제나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아이들. 그래서 늘 행복할 수 있나 봅니다.
 
이렇게 늘 지금 여기서 행복한 아이들과 꿈결 같은 일 년을 지내고 이제 긴 겨울 방학을 맞이합니다.
 
깊고 어두운 겨울밤. 잘 자고 푹 쉬고 나면 몰라보게 자라있겠지요?
낙엽을 덮고, 하얀 눈 이불을 덮고 새봄을 기다리며 잠을 자는
씨앗들이 깨어나는 새봄에 다시 만나게 되겠지요?
 
2011년 여섯 천사들과 함께 지낸 이야기였습니다.

박병현/조미란(… 11-12-27 11:11
 
한 해 동안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을 돌봐주신 두 분 샘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에 더욱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