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꽃피는 사랑방/알콩달콩 이야기
 
 
작성일 : 12-03-17 23:18
초등 아이들 3월 셋째 주 지낸 이야기(경칩)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361  











 
2012년 3월 12일 월요일(경칩8일째)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면 봄이 오겠지 했지만 학교로 들어서는 마른풀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논도 꽁꽁 얼었습니다.
아이들도 생각보다 추웠는지 시린 바람에 옷깃을 여밉니다.
하지만 힘껏 걷기 후에 햇님을 맞이하며 아침열기를 할 때는 웃옷을 나뭇가지에 거는 아이들도 몇몇 있습니다.
바깥공부 갔을 때 1학년들과 첫 아침열기를 한 후에, 학교에서는 처음으로 1학년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아침열기를 합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듯 형님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도 하고 형님들은 그런 1학년들의 모습에 웃음을 짓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처음으로 1학년이 2,3학년 형님들과 섞이어 한 테이블마다 한 명씩 초대되어 점심을먹었습니다.
담임 선생님과 함께 1학년들만 2주 동안 점심을 먹고 처음으로 형님들과 먹으니 새롭기도 하고 낯설기도한가 봅니다.
형님들이 하는 대로 따라해보기도 하고 밥알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습니다.
1학년들이 점심을 늦게까지 즐겁게 먹는 덕분에 돌봄을 나서려니 벌써 점심 끝나는 종을 울릴 시간입니다.
그래도 1학년들이 함박 웃음을 웃으며 작은 입으로 밥 한 숟가락을 떠 넣을 때마다 미소가 저절로 번지는 즐거운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다음날부터는 당분간 다시 1학년들만 따로 먹기로 했습니다.
 
2012년 3월 13일 화요일(경칩9일째)
겨울은 정말 떠나기 싫은 듯 아침마다 논과 산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하얀 서리가 내리고 논은 얼어 있고 아이들은 발로 쾅쾅 구르며 한 번씩 확인해 봅니다.
시린 바람이 불지만 전 날보다 약간은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개나리에는 연둣빛 잎이 조그맣게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나무마다 꽃과 잎을 틔울 준비를 합니다.
아이들도 어느 새 그런 나무들을 알아차립니다.
 
이렇게 얼었던 논도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 학교 밖으로 나오면, 어느 새 녹아 아이들의 발을 보드랍게 감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 2학년은 논을 탐험하며 걷고 있습니다.
날마다 가는 논도 하루 하루 조금씩 다른 모습이고 아이들은 그런 논으로 여전히 달려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같지만 다른 새로움을 찾아갑니다.
4학년 몇몇 남자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야구를 합니다.
화요일은 공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날이라 기다려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공을 던지는 모습이 제법 그럴 듯하고 방망이를 잡는 모습도 멋집니다.
2, 4, 5학년들 남자 아이들이 운동장에 많이 안 보인다 했더니 개울가에 모여 있습니다.
2학년들이 먼저 박명수 선생님과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는데 형님들도 모여듭니다.
물고기가 제법 많습니다.
대야에는 물반 고기반입니다.
개구리도 있고 가재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자연 속에 푹 파묻혀 노는 모습입니다.
아니,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모습입니다.
어떤 아이는 오리에게 개구리를 특식으로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점심 끝나는 종을 치기가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2012년 3월 14일 수요일(경칩10일째)
조금씩 따스해짐이 느껴지지만 여전히 하얀 서리는 아쉬운 듯 찾아 옵니다.
흐린 하늘에 햇님이 숨박꼭질을 합니다.
아침마다 1학년들이 앞장 서서 걷는 힘껏걷기도, 아직 낯설은 아침열기도 우리 햇병아리들에게 조금씩 익숙해져갑니다.
1학년 아이들에게 형님들의 모습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봄바람이 불어와, 흐린 하늘에 햇님이 고개 내밀어 1학년들의 모습을 따사롭게 감싸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1학년들이 신기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개구리알과는 달리 뱀처럼 생긴 도룡뇽알입니다.
손으로 잡아 나무 막대기에 걸어보기도 하면서 즐거워 합니다.
도룡뇽알이 엄마 찾아 못 가면 엄마도 아가도 슬퍼할 것을 안 1학년은 다시 논으로 돌려 줍니다.
2, 4, 5학년 남자 아이들(여자 아이들도 보입니다.)이 또 새로운 놀이를 합니다.
아주 새로운 놀이는 아닙니다.
작년에도 했으니까요.
벼베기 하고 남아있는 벼 아래부분을 잡아당기면 진흙이 붙어 있습니다.
편을 나누어 그것을 던져 서로 맞추는 놀이입니다.
돌격 하며 맞추고 후퇴하기도 하고, 맞아도 툴툴 털어버리고, 간혹 진흙팩이 되기도 합니다.
어찌나 열심히 뛰어다니는지 나중에는 길바닥에 앉아 쉽니다.
무궁무진한 아이들의 놀이를 보고 있으면 장남감 하나 없이 자연 속에서 뛰노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습니다.
 
박명수 선생님이 열심히 무언가를 캐십니다.
옆에서 거드는 아이도 있습니다.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 아닌, 껌도 아닌, 칡뿌리입니다.
잘 캐어서, 잘 씻어서 톱으로 썰어주십니다.
형님도 아우도 귀여운 1학년도 모두 나누어 먹습니다.
처음에는 씁쓸하고 쌉살한 맛이지만 그렇다고 뱉으면 칡의 진정한 맛을 못 봅니다.
먹을수록(홈피 금지 단어'씨 +ㅂ'을 쓸 수 없어 이렇게 표현합니다.)  달콤해지는 것을 안 아이들은 서로 주면서"쓰다고 뱉지 마라~!"합니다.
어릴 적 추억의 껌맛입니다.
화학첨가물과 설탕이 가득 든 껌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칡껌으로 오후 내내 즐겁습니다.
 
2012년 3월 15일 목요일(경칩11일째)
청명한 푸른 하늘이 머리 위에 펼쳐져 있고 봄향기가 나는 듯 합니다.
아침마다 조금씩 조금씩 따뜻해지더니 아마 봄님이 다가오고 있었나 봅니다.
하얀 서리는 보이지 않고 작고 여린 아기 쑥들이 고개를 내민 모습이 보입니다.
오늘은 가슴이 쫘악 펴지는 것 같습니다.
봄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들어서는데 그 봄님이 느껴지는 날입니다.
 
1, 2학년은 여전히 논에서 놉니다.
이제 놀이터가 된 듯 합니다.
더 물렁물렁해진 논을 걷습니다.
점심시간이 끝나도 아쉬운 듯 더 놀고 싶어 합니다.
2학년들은 운동장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원두막과 평균대를 오가며 놀고 있습니다.
3학년들은 봄학기부터 새로 배운 단소 연습을 합니다.
단소는 처음에 소리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 소리를 내려고 아주 열심힙니다.
2, 4, 5학년이 어제 진흙 던지기 놀이가 아쉬웠는지 오늘도 진흙을 던지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2012년 3월 16일 금요일(경칩12일째)
우윳빛 하늘이지만 봄바람이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햇님이 숨어 있어도 그 기운이 느껴지는 듯한 아침입니다.
우윳빛 하늘은 봄비를 품고 있었나 봅니다.
얼시간에는 처음으로 1학년부터 5학년 모두가 하나되어 강강술래를 합니다.
메기고 받으면서 신이 났습니다.
처음으로 모두 모두 함께 했는데 아이들은 그야말로 신명나게 한 판 잘 놀았습니다.
앞으로 금요일마다 이렇게 강강술래를 하며 모두 하나 되기로 하였습니다.
그 여흥이 남아 아침 얼수업은 모두 밖에서 하였답니다.
 
힘껏걷기 후에 안개처럼 오던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합니다.
1학년은 논 안으로 논 밖으로 탐험을 합니다. 넷이 항상 같이 다니며 자연 속으로 들어 갑니다.
아이들은 봄비에도 우산도 쓰지 않고, 운동장에서 처음에는 제기로 콩주머니를 대신하여 던져 맞추기 놀이를 하더니 어디서 구해왔는지 때묻은 콩주머니를 가지고 던지고 있습니다.
형님들은 콩주머니를 던지는 속도가 제법 납니다.
그래서 살살 던지라는 주문도 있습니다.
구경하는 아이들도 선생님도 보는 것만으로 즐겁습니다.
모래놀이터 옆 형님들이 만든 흙집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지붕 위에서 한 아이가 떨어졌습니다.
높지 않은 지붕이라 가볍게 착지하여 다친 곳은 없었지만 형님들이 만든 지붕 한 쪽은 무너졌습니다.
흙집에 비를 피하는 데 지붕이 뚫린 곳이 있어 종이 박스, 우산 등으로 아이들 나름대로 수리를 하다가 그리 된 것입니다.
2, 5학년 아이들 중 몇몇은 모래놀이터 옆 원두막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나무토막 위에서 나뭇가지를 손으로 돌리며 불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원시인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하면서...
연기는 났다고 하는데 불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실험정신도 대단합니다.
비오는 날이 아니였다면 불을 일으켰을까요?
 
이번 한 주도 아직은 겨울인 듯한 날이 많았지만 아이들은 씩씩하게 잘 뛰어 놀았답니다.
다음 주에는 작은 싹들이 고개 내미는 봄님이 다가오실 지...기대해 봅니다.

이현희 12-03-20 08:16
 
글을 다 읽고 나니, 첫번째 사진, 이해가 되네요^^
연기도 보이는거 같고.....냄새도 나는 거 같아요^^

매주 기다리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승지(훈운) 12-03-21 08:38
 
정말 '자연과 하나되는 우리 아이들'이네요. 신나게 노는 아이들, 옆에서 웃으면서 지켜 보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아름답네요. 박명수 선생님 덕분에 저도 칡 껌 맛을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
조영미 12-03-22 10:18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