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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3-27 23:21
유치원 아이들 춘분주간 지낸 이야기 (2011.3.21-3.25)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642  

2011년 3월 21일 달 날
주말에 내린 비로 세상이 맑아졌습니다. 봄비는 새싹비라 하더니 나무에 꽃망울이 쑥쑥 자라있습니다. 봄비는 꽃비라 하더니 냉이꽃,광대나물꽃,봄까치풀꽃,꽃다지가 피고 학교입구에 개나리꽃도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물논에 막 깨어난 올챙이도 반갑다고 꼬리를 흔드는 달 날 아침입니다.
저만치 자신을 앞질러 달려가는 형님들께 화가 났는지 소리를 지르며 동인이가 뛰어가고 빨리 가느라 아이들이 놓쳐버린 봄 풍경 이야기들을 아침열기 시간에 들려줍니다. 때론 천천히 가는 사람들만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거라며 동인이를 달래봅니다.
어른들이 무심코 쓰는 말들 “잘한다. 잘했다. oo가 일등이다.......”이런 말들이 때론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아침입니다.
참 신기하게도 바람처럼 유치원에 날아 들어간 줄 알았던 아이들이 자유놀이 시간에 꽃밭을 만들었는데 달팽이 끈으로 만든 꽃 위에 구슬을 하나씩 올려놓고는 꽃망울이 맺혔다고 이야기 하네요. 아이들은 몸으로 마음으로 세상을 느끼고 만나나 봅니다. 아니, 어쩌면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011년 3월 22일 불 날
날씨가 다시 쌀쌀해져 살얼음이 얼긴 했지만 봄은 열심히 우리에게 찾아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유치원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가며 봄이 오는 소리를 듣고, 보며 갑니다. 얼음 밑에 살고 있는 올챙이들은 반갑다며 꼬리를 흔들고, 꽃다지, 개나리가 방긋 웃습니다. 아이들은 올챙이가 옷도 안 입고 얼음 밑에서 춥겠다며 걱정을 합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수로에 구멍이 나 퐁퐁 물이 솟아오르자 분수라며 구경을 하네요.
자유놀이 시간에는 목에 천을 하나씩 두르고 날아다니더니 다시 머리로 뒤집어쓰고는 “나 귀신이다”며 귀신 놀이를 합니다. 그러다가 동인이와 동진이가 부딪혀 울고 다시 새가 되기로 합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달팽이 끈으로 꽃밭을 꾸밉니다. 구슬을 올려놓고 꽃봉오리를 만들어 소개합니다. 그러더니 장화신은 고양이가 되어 음식을 만들어 날라 옵니다. 솔방울소라비빔밥, 소라달팽이끈스파게티, 소라빵, 소라과자, 부드런쿠션빵, 달팽이끈칼국수, 물, 차 등이 오늘의 요리들입니다.
배불리 먹고 산책을 나가니 초등형님들이 밭을 가느라 분주합니다. 1학년 형님들이 귀엽다며 유치원 동생들을 불러 쓰다듬고 안아주고 합니다. 선생님들이 봄나물을 캐는 동안 아이들은 열심히 경사진 밭을 뛰어 다닙니다. 유선이와 조안이는 오르락 내리락하며 달음박질 내기를 하고, 남자 아이들은 막대기와 끈을 들고 뛰어다니며 여기저기를 탐험합니다.
봄까치풀꽃이 보랏빛 얼굴을 들고 아이들 노는 모습을 바라보네요.

2011년 3월 23일 물 날
땅이 다시 꽁꽁 얼고 서리가 내리긴 했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니 별로 춥지 않은 날입니다. 오늘은 할머니댁에 간 조안이가 들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파랑과 노랑으로 연두빛 봄을 그리고 그 위에 빨간 빛으로 봄꽃을 만나며 빛칠하기를 합니다.
봄햇살이 퍼지자 선생님들이 밭을 가는 동안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모래를 퍼 나르기도 하고 냇가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뛰어다닙니다.

2011년3월 24일 나무 날
봄볕이 잘 드는 산길가에 노란 생강나무 꽃이 샛노랗게 웃고 있습니다. 개나리 꽃망울은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하고 설류화 가지에는 장미꽃과 같은 초록 새순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냉이꽃은 어느새 하얀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봄까치풀도 보랏빛 미소를 머금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온 세상에 온 들판에 따스하게 봄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봄햇살을 품고 자라난 봄꽃과 봄나물을 초대해 햇님떡을 만들어 봅니다. 하얀 쌀가루에 물을 넣어 조물조물 반죽을 하니 어느새 놀이하던 아이들이 모두 달려와 해보고 싶다네요. 고사리 손으로 반죽을 하고 햇님 모양으로 빚고 포크로 햇님 무늬를 찍어봅니다. 햇님떡을 쪄서 식힌 후 꿀을 조금 바르고 봄꽃과 나물로 장식을 하니 봄햇살과 봄들판이 유치원에 찾아온 듯합니다. 맛있게 햇님떡을 먹고 봄 들판으로 놀러 나갑니다. 호미를 하나씩 들고 윗냇가에 가서 냉이도 캐고, 마른 덤불을 뛰어다니며 막대기를 휘둘러 보기도 하고 냇가에 가서 다슬기를 잡아 집을 지어주기도 합니다.
오후에는 예보대로 정말 눈과 비와 힘찬 바람이 불어 옵니다. 떠나기 싫은 겨울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모양입니다.

2011년 3월 25일 쇠날
어제 내린 눈과 비로 온 세상이 더욱 맑아졌습니다. 새로 나온 싹들이 더 푸르게 빛이 납니다. 아이들은 따뜻한 감잎차와 볶은콩을 먹고 놀이를 시작합니다. 꽃나비도 어젯밤에 추웠는지 불룩한 배를 바닥에 깔고 난로 앞에서 늘어지게 한숨 자네요. 오늘은 각자의 집을 한 채씩 짓습니다. 민교는  색깔 천으로 벽을 만들고 지푸라기집을 지었다고 하고 동하는 작은 의자로 집을 짓고 집안에 찻잔과 주전자로 장식을 했네요. 그리고 나무 블록 컴퓨터와 핸드폰도 들여 놓았네요. 유선이는 천으로 집을 짓고 천이불을 깔고 누워 아픈 사람이라고 하네요. “난 지금 아파요.” 하고 말하는데 그 목소리가 얼마나 또랑또랑 하던지.......어서 낫길 바란다며 웃어줍니다. 조안이는 작고 아담한 집을 지어놓고 옆집에 놀러 다니고 쌍둥이는 냄비 뚜껑으로 “내가 더 째다!” 면서 열심히 팽이를 돌립니다.
오늘은 ‘오!풀빛나래’ 날. 간식으로 양배추가 나왔네요. 조금 낯설긴 하지만 꼭꼭 씹어 먹으며 땅 맛, 햇님맛, 달콤한 맛, 아삭이는 맛, 흙 맛, 질긴 맛, 매운 맛....... 숨어 있는 맛들을 찾아봅니다. 흙맛은 땅맛과 같은거라고 동하가 말합니다. 정말 흙과 땅은 같은 걸까? 하고 잠시 생각해 봅니다.^^
간식을 먹고 나들이 시간. 오늘은 모두 소가 되어 열심히 밭을 갈기로 합니다. 호미로 땅을 파고(돌이 많아 괭이나 삽질은 불가능한 황무지를 개간 중) 돌을 골라내고 벌레가 나오면 다시 흙을 덮어주기도 하며 씨 뿌릴 텃밭을 갈아줍니다. 그런데 꽃피는유치원 소들은 느리고, 힘이 센 소가 아니라 재빠르게 날듯이 뛰어다니고 한두 번 호미질을 하면 그네도 타고 철봉도 하고 냇가도 다녀와야 하는 아주 부산스런 소들입니다. 그래도 서로 자기가 일을 제일 많이 했으니 밥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오늘 점심을 꿀맛이겠지요?

꽃샘추위가 찾아왔던 춘분주간이었지만 봄은 조금씩 우리에게 찾아오고 아이들은 봄 속에서 행복했던 한 주를 보냈답니다. 봄나물을 캐고, 밭을 갈며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영미 11-03-29 03:35
 
  마암리에는 새봄이 가득인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내가 제일 째다!"...하하하!
정은영(석환) 11-03-29 21:47
 
  자연에서 온 요리와 아이들의 달팽이끈 요리가 참 예쁜 조화를 이루네요.
늘 마음 가득 아이들을 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