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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4-05 00:04
유치원 아이들 두 번째 춘분주간 지낸 이야기 (2011.3.28-4.1)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574  

2011년 3월 28일 달 날
주말을 신나게 놀았는지 쌍둥이는 버스 안에서 잠이 들어 눈을 뜨기조차 힘들어하는 달 날 아침입니다.
매일 보던 하늘과 나무와 들판, 시냇물, 봄꽃들이 며칠 새 더 많이 자라 있습니다. 올챙이도 머리가 뚱뚱해졌네요. 꼬리를 더욱 힘차게 흔들며 인사를 합니다.
 지난 주 쇠 날부터 못뵜던 성희 선생님을 보자 아이들이 한 달음에 달려가 안기며 반가워합니다. 이번 주가 지나면 부산으로 내려가셔야 하는 선생님. 헤어져야 한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해지지만 아이들은 전화하면 된다며 별로 슬퍼하는 기색이 없네요. 과거에 대한 집착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다 어른들의 생각이었나 봅니다. 아이들에게 사랑은 줄 수 있으나 생각까지 줄 수는 없다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이들은 지금, 여기를 살고 있었군요. 그래서 늘 행복한 미소를 갖고 있었나 봅니다.
나들이 시간엔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텃밭을 갈고, 그네도 타고, 냇가에서 나무배도 띄우며 놀이를 합니다. 동진이가 나무배를 잡으려다 물에 풍덩 빠지고 물놀이에 옷이 젖은 아이들이 많아 일찍 유치원으로 돌아가 몸을 녹이고 쉬기로 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더니 동하, 민교, 조안이가 힘을 합쳐 밥상을 옮깁니다. 집을 짓기 위해 자리를 마련하려고 그랬다며 그 무거운 밥상을 조심조심 옮깁니다. 혼자서 하기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아이들은 참 지혜롭게도 서로 도와가며 잘 해냅니다. 억지로 가르치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배움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아이들을 성장시키나 봅니다.

2011년 3월 29일 불 날
생강나무 노란 꽃망울은 점점 더 커져가고, 냉이들은 어느새 하얀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노란 꽃다지, 보라 봄까치풀, 노란 개나리꽃들이 미소 짓는 춘분 주간입니다.
오늘은 하남학사에서 이현미선생님께서 오신 날. 처음 뵌 선생님인데도 키 큰 선생님께 매달리고, 안기며 몸 장난을 치는 아이도 있고 자신의 그림을 보여드리며 설명해 주는 아이도 있습니다. 낯을 많이 가려 걱정이 됐던 동인, 동진이도 명랑하게 대답하고 장난까지 치네요. 선생님의 푸근함과 편안한 미소가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주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세 분의 선생님과 여섯 아이들이 도란도란 하루를 보냈답니다.

2011년 3월 30일 물 날
춘분이 지나며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어 오늘 아침은 유난히 햇살이 눈이 부시네요. 노오란 생강나무꽃을 초대해 봄차를 마시며 하루를 엽니다. 찻잔에 담긴 봄내음과 봄빛 그리고 봄의 맛을 함께 마시니 내 안에 봄햇살이 스며들어 새싹이 피어나는 듯 따뜻해집니다. 아이들은 현미 선생님이 놀이기구라며 허리에 타고 돌리기를 해달라기도 하고 거꾸로 매달려 재미있어 합니다. 어제는 현미쌀이라 먹어야 한다더니 키 큰 현미 선생님이 아빠처럼 듬직했나 봅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각자의 집을 짓고 놉니다. 동하와 민교가 유선이와 조안이의 집을 손봐줍니다. 달팽이끈과 종이블럭 그리고 작은 의자로 벽을 만들고 천을 깔아 침대를 만들고 찻잔과 주전자로 주망을 꾸미고 놀이를 합니다. 놀이 중간 중간 원하는 아이들은 달려가 빛칠하기를 합니다.
간식을 먹고 나들이 시간에는 그동안 일군 텃밭에 거름을 뿌리고 호박 구덩이에 거름을 넣어 줍니다. 각자의 나이만큼 거름을 퍼 손수레에 싣고 모두 힘을 모아 거름을 나릅니다. 가파른 오르막, 선생님 둘이서 꿈쩍도 않던 수레가 고사리 손들의 힘을 모으니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작은 힘을 모으니 큰 일을 해내네요. 아이들은 다시 신나게 그네를 타고 철봉을 하고 냇가를 탐색하러 쪼르르 달려가고, 거름을 뿌리고 돌을 골라내고 골고루 섞어주는 일은 선생님들의 놀이가 되었네요. “아! 돌 골라내주는 강아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며 요즘 듣는 옛이야기 속의 주인공 흉내를 내자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 부지런을 떨며 아주 쬐끔 일을 도와주고는 또 다시 포르르 놀러갑니다. 동인이와 동진이는 재잘재잘 열심히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노느라 밭일에는 관심도 없네요. 쪼르르 선생님께 달려오기에 일을 도와 주려는 줄 알았더니 이러네요. “코가 나와요.” 그래서 코를 닦아 주었더니 다시 놀러 갑니다. 노는게 일이고 공부인 아이들이니 당연한 일이겠지요.

2011년 3월 31일 나무 날
마암리에 짙은 안개가 찾아왔네요.
콩콩콩 체조가 끝나자 남자아이 넷이 손을 잡고 먼저 올라가고 유선이와 조안이는 그 뒤를 따라갑니다. 유치원에 들어가 생강꽃차와 호두를 깨먹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은 사다리를 이용해 뚝딱뚝딱 망치 소리까지 내며 집을 짓습니다. 쌍둥이들은 오늘도 팽이 돌리기를 합니다. 어찌나 열심히 돌리는지 달인 수준입니다.
‘꽃들은 어디에서 오나요~~’ 선생님들의 노랫소리에 놀이를 하던 여섯 아이들이 모두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그러다가 조안이가 휴지를 뜯더니 동진이의 누런 콧물을 닦아 주네요. 참 다정한 모습입니다.
오늘은 논갈이를 하는 날입니다. 거름을 퍼 논에 붓고 삽으로 흙을 갈아엎습니다. 돌이 많아 삽이 들어가지 않으니 몇 번 삽질을 하던 아이들은 힘들다며 쪼르르 놀러가고 그러다 또 와서는 호미로 살살 흙을 부드럽게 부숴줍니다. 그리고 황금빛 볏단을 옮겨와 흙에 이불을 덮어 줍니다. 봄햇살 아래서 열심히 일을 하니 등에서 땀이 주르르 흐릅니다. 어느새 아이들 얼굴도 발그레 해져있습니다. 지난해 담아 두었던 복숭아 효소차로 시원하게 목을 축이니 달콤한 행복감이 온 몸에 스며듭니다. 닭과 오리들도 그늘에 앉아 깃털 속으로 목을 쏙 집어넣고 쉬고 있는 평화로운 봄날입니다.

2011년 4월 1일 쇠 날
풀들은 서리 이불을 덮고 아침을 맞이했지만 햇살이 금새 이불을 걷어가 버리고 논에는 오랜만에 얼음이 안 얼어있습니다.
오늘은 성희 선생님과 함께 지내는 마지막 날. 이탈이아 스파게티 집인 지베르니 아저씨께서 유치원 아이들과 선생님을 초대해 주셨습니다. 초여름 같은 무더운 날씨에 아이들은 지베르니 뒤쪽의 냇가로 달려가네요. 물고기 뜰망을 건드려 보기도 하고 바위에 앉아 강물 소리를 듣기도 하고, 징검다리를 건너다니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은 여기저기 지저분한 쓰레기들을 줍습니다. 그러다가 색깔이 이쁜 타일을 발견하고는 동하에게 주워 달라고 합니다. 동생들을 위해 조심조심 물속의 타일을 꺼내던 동하는 그만 홀딱 젖어 버립니다. 옷 젖는 것보다 동생들에게 타일을 선물하는게 더 소중했나 봅니다.
옷을 갈아입고 아저씨가 준비하신 스파게티를 맛나게 먹습니다. 쌍둥이 얼굴에 스파게티 소스가 묻은 걸 보고 민교는 빨간 수염이 났다며 깔깔 웃습니다. 그리고는 높은 소파를 큰 산인양 넘어 다니며 신나게 노네요.
한참을 놀고 근처의 선생님댁으로 가서 산책을 합니다. 베어놓은 통나무를 타고 놀며 천국이라도 온 듯이 좋아합니다. 위험하다는 스님의 걱정을 듣고 통나무 탐험 놀이를 끝내고 산길을 오릅니다. 좁은 산길엔 봄꽃들이 한창입니다. 냉이꽃, 꽃다지, 제비꽃, 마리꽃, 광대나물꽃, 그리고 막 돋아난 돈나물. 이 꽃 저 꽃 다 따 먹으며 맛을 봅니다. 그런데 그 맛이 제각각입니다. 냉이꽃은 매콤한 맛, 꽃다지는 시원한 맛, 제비꽃을 꿀처럼 달콤한 맛이 숨어 있습니다. 민교는 봄꽃을 초대해 선생님께 선물하고 조안이와 유선이는 한 주먹 손에 꽃을 들고 틈나는 대로 먹고 다닙니다.
선생님댁에서 낮잠을 자고 간식을 먹은 후 유선이와 조안이는 현미 선생님과 다시 유치원으로 들어가고 삼동(동하,동진,동인)이와 민교는 학교 버스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성희 선생님과 작별인사를 합니다. 저만치서 놀던 아이들이 모두 달려와 선생님께 안기네요. 동인 동진이는 “짜랑해요.”라며 뽀뽀를 합니다. 성희 선생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고요. 언제 어디서건 행복하시길 빌어요.
선생님께선 우리가 함께 심은 감자를 캐는 하지 무렵에 놀러 오신다고 합니다. 하지 감자를 캐서 나눠 먹을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조미란(박조안) 11-04-05 08:57
 
  조안이가 나물박사님이라 말하는 옥선샘의 글 늘 감사합니다. 성희샘도 항상 행복하시고, 새로오신 현미샘도 아이들과 행복하세요..
정은영(석환) 11-04-08 21:20
 
  유치원에서 들은 이야기와  노래 등을 오빠에게 늘 알려 줍니다. 안성희 선생님께서 아플거라네요. 산에 올라가느라...무슨 산이냐고 했더니 부산이라네요. 몇밤 자면 오시는지 자꾸 물어 봅니다. 세밤 자면 오지 않을까 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