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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4-26 02:23
유치원아이들 청명, 곡우 주간 지낸 이야기 (2011.4.18-4.22.)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768  

2011년 4월 18일 달 날-청명 15일째
아침부터 하늘이 흐리더니 기온이 뚝 떨어져 차가운 날입니다. 길가엔 활짝 피어난 벚꽃이 산에는 여기저기 산벚꽃이 연분홍빛 미소를 보내주네요. 떨어진 목련 잎을 몇 장 주워 목련꽃차를 마십니다. 그윽하면서도 강한 맛을 내는 목련차입니다.
오늘은 유치원에 유난히 찐드기들이 많습니다. 조안이와 민교는 찐드기라며 선생님께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합니다. 간지럼을 태우고 얼음 손을 대봐도 “난 찐드기다요.” 하며 선생님에게 꼭 달라붙어 있습니다. 요녀석들이 뭔가 몸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게 뭘까? 잠시 일손을 놓고 조안이를 꼭 안아줍니다. 아기처럼 한참을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고 그네도 태워주고, 이젠 가서 놀라고 하니 그제서야 놀이를 하러 달려갑니다. 동인이는 하루종일 “나 화났어요.”하는 얼굴입니다. 종종 환하게 웃다가도 조금만 마음이 불편하면 화를 내고 누나들은 때리기도 합니다. 아무리 화가나도 때리지 않는다며 혼을 내주고 가만히 안아주니 편안해 하며 한참을 안겨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우중충한 하늘처럼 아이들 마음날씨도 흐림이었나봅니다.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유치원 고양이 나비가 지난 금요일에 아기를 다섯 마리나 낳았습니다. 꼬물꼬물 젖을 먹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모두들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2011년 4월 19일 불 날-청명 16일째
개나리, 진달래, 벚꽃,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매화와 목련, 산에는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아침엔 바람이 쌀쌀합니다. 따뜻한 유치원으로 들어와 동하가 주도하는 동하놀이인 ‘말레이시아 사람’놀이를 합니다. 모두 목에 천을 하나씩 두르고 돌아다니네요.^^ 유선이만 혼자서 다른 놀이를 한다고 천을 깔고 밭도 만들고 인형도 가져다 놓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둘 다 비슷한 놀이 같은데 아이들 사이엔 뭔가 다른 규칙이 있나 봅니다.
봄꽃을 따다가 화전을 만들어 차와 함께 먹고 또 놀이를 합니다. 오전에 간식을 두 번 먹던 것을 오늘 부터는 차 마시는 시간에 한 번만 먹기로 합니다. 요가를 하고 산책을 가자고 하니 민교가 간식은 왜 안 먹느냐고 합니다. 동하는 아까 먹은게 간식이라며 갑자기 바뀐 흐름을 동생에게 설명해 줍니다.
햇살이 따스한 봄 들판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동인이와 동진이는 냇가에서 샤워기가 달린 물뿌리개를 가지고 놀고, 조안이와 유선이는 그네를, 민교와 동하는 냇가를 살핍니다. 그러다가 모두들 셔요셔요를 찾으러 냇가 주변을 졸졸졸 한 줄로 걸어 다닙니다. 병아리들이 엄마 닭을 따라 나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유선이가 달려와 눈감고 아 해보라고 합니다. 입속에 뭔가를 넣어주기에 먹어 보니 “아이~~셔~~”입니다. 눈을 찡그리며 너무 시다고 하니 좋아하며 뛰어갑니다. 아이들은 신맛을 괴로워하는 어른의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나 봅니다. 이어 민교도 셔요셔요를 입에 넣어주고, 조안이는 한 술 더 떠서 그 뿌리를 입에 넣어 줍니다. 오늘은 아이들 덕분에 신 것을 실컷 먹어 봅니다.^^

2011년 4월 20일 물 날-곡우 1일째
바람이 불 때마다 연분홍 꽃잎들이 떨어집니다. 하얀 목련 나무 아래엔 떨어진 목련잎을 주워 꽃풍선을 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오늘도 꽃잎 몇 장을 주워 목련꽃차를 마십니다.
물 날은 빛칠하기 하는 날. 조안이와 유선이는 물감이 퍼지는 물통의 빛깔을 보며 노란빛은 바나나쥬스, 진한 초록빛은 깻잎쥬스라고 합니다. 다른 색을 조금 섞어도 색이 변화가 없자 색이 꿈쩍도 안 한다고 합니다. 그림을 다 그린 민교와 동하는 장난감들을 총 동원해 비행기를 만들고 동인이와 동진이는 목에 천을 하나씩 걸치고 돌아다닙니다. 유선이와 조안이는 천을 깔아 꽃밭을 만들고 달팽이 끈을 감아 꽃을 심어줍니다. 그러다가 조안이와 유선이가 나무토막을 질질 끌며 걸어 다닙니다. 나무신이라고 하네요.
점심을 먹고 나서는 마당에서 흙 놀이를 합니다. 물 공사를 한다며 물뿌리개에 열심히 물을 떠 나르며 호수를 만듭니다. 모래를 파내고 그 위에 물을 붓고 물길도 만듭니다. 냄비에도 주전자에도 물을 퍼다 나릅니다. 오늘은 큰 공사를 하는 날이라며 종종종 바쁜 걸음을 옮기는 아이들.
별님이 소곤소곤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듣더니 모두 콜콜 꿈나라로 갑니다.

2011년 4월 21일 나무 날-곡우 2일째
연분홍 진달래와 산 벚꽃, 막 돋아난 새 잎을 달고 춤추는 연두빛 나무들이 따스한 햇살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쑥과 현미를 버무린 쑥버무리와 차를 마시고 집 놀이를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나무 조각 바구니를 확 뒤집더니 바구니만 들고 갑니다. 뭘 하려는 걸까요? 알고 보니 목욕통으로 쓰고 있네요. 동하와 조안이 민교, 유선이가 번갈아 들어가 목욕을 하고 나옵니다. 민교는 바구니를 놀이기구처럼 타고 다니다가 아무래도 바구니의 안전이 우려되어 놀이를 중지 당하고 맙니다. 조안이와 유선이의 나무 신발이 오늘은 한 층 발전되어 달팽이 끈으로 묶은 신발이 되었네요. 벗겨지지 않으니 걷는 속도가 좀 빠릅니다. 잠시 뒤 조안이가 한 발엔 나무토막을 끌고 손에는 큰 나무토막을 들고 다녀서 뭔가 했더니 씽씽카 라네요.^^! 손에 든 나무는 손잡이였구요. 아이들의 상상력은 우주만큼 넓어서 감히 추측하기도 어렵네요.
산책을 나가 그네도 타도 물 떠다 물길도 만들고 여우야 놀이도 합니다. 어제는 민교와 동하가 원추리를 뜯어와 먹는 거냐고 해서 데쳐서 먹으면 맛있다고 했더니 오늘은 민교가 한 웅큼 따와서는 집에 가져가 먹겠다고 합니다. 동하, 민교, 조안이가 뜯어온 원추리와 선생님이 뜯은 것을 모두 모아 데쳐 고추장에 찍어 먹으니 상큼한 봄님의 맛이네요.
점심밥을 먹은 후엔 어제에 이어 물공사가 계속됩니다. 어제 물을 부어 놓았던 곳이 다 말라 진흙이 된 것을 보고는 물이 얼었다고 합니다. 공룡 발자국 같은 것도 있다고 하네요. 오늘은 이건이 형이 와서 삽으로 모래를 파내며 거들어 줍니다. 물이 제법 고이니 꽤 깊은 연못이 생깁니다. 별님이 소곤소곤 노래를 불러도 장화를 신고 물속을 첨벙이며 우리 연못이 깊다고 자랑을 합니다. 보는 사람마다 자랑을 해서 초등 선생님도 들어가 보십니다. 애개~~겨우 선생님 발목까지 오는 깊이 군요. 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만든 연못이 한없이 크고 깊기만 합니다.
어른이 아이들 세상에 들어가려면 일단 몸을 최대한 작게 만들어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생각은 바람처럼 자유로와져야 하겠지요. 아이들 세상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

2011년 4월 22일 쇠 날-곡우 3일째
세찬 바람과 함께 봄비가 내립니다. 봄꽃들은 차분히 잎을 오므리고 비를 맞으며 햇살을 기다립니다. 벚꽃이 떨어져 꽃비가 함께 내리는 거리엔 물이 고여 있는 곳마다 꽃잎들이 함께 어울려 꽃 웅덩이를 만들었네요.
유치원에 들어온 아이들은 제일 먼저 어제 만든 연못을 보러 갑니다. 아직 물이 조금 남아 있네요. 커다란 공룡 발자국도 보입니다.
오늘은 초등 형님들과 소방서에 가는 날이라 대청소를 하고  아침간식을 먹고 소방서로 갑니다.
응급처치법과 심폐소생술에 대한 설명과 시범을 보고 선생님들과 초등 형님들은 직접 해보기도 합니다. 화재 시 대피요령, 신고방법 등을 배우고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옵니다.
우산을 들고 빗속을 걸어가던 동인이와 동진이가 넘어지기도 하고 형님들 틈에 끼어 열심히 걸어 유치원으로 돌아옵니다. 새롭고 낯선 곳에 다녀온 것이 힘들었는지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들은 후 단잠을 잡니다.

환한 하늘 ‘청명’절기의 끝자락과 촉촉한 씨앗비가 내리는 곡우절기가 시작되는 한 주의 풍경이었습니다.


조미란(박조안) 11-04-26 11:59
 
  나비 아기들 이름이 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 조안이가 이야기해주더군요.. 가끔 유치원에 가지말고 할머니네 가자고 꼬셔도 싫다고 합니다. 이리 평화로운 유치원이 너무 좋은가봐요..^^~
조영미 11-04-26 13:40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