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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5-06 16:28
유치원 아이들 곡우주간 지낸 이야기 (2011.4.25~4.29.)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459  


2011년 4월 25일 달 날, 곡우 6일째
쌀쌀한 봄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니 봄꽃비가 내리는 듯합니다. 주말동안 꽃들이 더 활짝 피어나 세상은 온통 꽃 잔치를 합니다. 하얀 설류화가 촘촘히 피어 가지를 흔들고 복숭아꽃도 예쁘게 웃고 있네요. 유치원 마루 위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도 꽃이 피어나려는지 봉우리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하늘만 보고 행복해 하고 있는 사이 아이들은 땅위에 소리 없이 피어 웃고 있는 꽃들을 초대해옵니다. 냉이꽃이 꽃을 피우고 하트모양의 씨앗 주머니를 달고 초대를 받습니다. 냉이꽃을 꽃병에 꽂아두고 한 주를 함께 시작합니다.
감잎차와 민교가 가져온 흰떡을 구워 먹습니다. 떡이 딱딱하다며 못 먹겠다는 민교와 조안이. 튼튼한 이로 아삭아삭 형님들이 남긴 떡까지 맛있게 먹는 동인이와 동진이. 아무 말 없이 오물오물 먹고 있는 유선이와 동하.
나들이 갈 때는 모자를 하나씩 챙겨갑니다. 머리를 하나로 묶어 모자가 필요 없다던 유선이도 모자를 들고 갑니다. 그런데 머리에 쓰지 않고 긴 줄로 손으로 잡고 모자를 거꾸로 들고 나가 봄나물을 뜯어 모으기 시작합니다. 셔요셔요, 쑥, 냉이꽃, 원츄리, 그리고 이름 모를 풀까지. 그러다가 잠시 쉬며 새참으로 셔요셔요 한 잎을 먹고, 또 나물을 뜯습니다. 그동안 선생님들이 열심히 쑥을 뜯고 냉이를 캐는 모습을 별 관심 없이 보는 듯 하더니 어느새 아이들이 그 모습을 모방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더니 유치원 친구들은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고 있나 봅니다.

2011년 4월 26일 불 날 곡우 7일째
씨앗비가 내리려는지 하루 종일 꾸물꾸물 흐린 날입니다. 가끔 소리 없이 비가 내리기도 하고 세찬 바람이 불기도 하고 오후엔 천둥도 치네요.
날씨가 흐린 날은 아이들도 다툼이 잦습니다. 작은 일로 다투고 서로 때리기도 하고 울고, 그리고 곧 화해합니다.
봄꽃을 초대해 화전을 만들려고 잠시 꽃을 따러 나오니 여섯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 나와 나도 가겠다고 합니다. 학교 마당에 복숭아꽃도 보고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 쑥을 따서 바구니에 담고 목련 잎도 몇 장 주워 차로 마시기로 합니다. 반죽도 해보고 싶다며 주물주물 동인이 동진이는 꽃 붙일 때 쓰는 찹쌀 풀을 섞어주고, 놀이하던 아이들도 달려와 꽃전을 만듭니다. 이제 제법 동글 납작하게 반죽을 빚고 꽃도 예쁘게 올려놓네요. 동인이는 꽃을 거꾸로 올려놓고 그 위에 또 겹쳐서 꽃잎을 올리며 특별한 모양으로 꽃전을 만듭니다.
차와 꽃전을 맛나게 먹고 봄 들판으로 나들이를 나갑니다.

2011년 4월 27일 물 날, 곡우 8일째
매화꽃, 벚꽃이 떨어지고 가지엔 어느새 새잎이 돋아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지는 꽃잎을 맞으며 아이들은 꽃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꽃잎이 떨어지는 모양새가 비보단 눈을 닮았네요. 쑥을 덕어 쑥차를 만들고 있으려니 민교가 달려와 기웃거립니다. 나는 쑥차는 싫은데...효소차가 좋은데... 하고 가네요. 그래도 오늘은 쑥차와 사과와 떡 간식을  먹습니다. 한쪽에선 빛칠하기를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집을 만들고 동물놀이를 합니다.허리에 달팽이 끈을 묶어 옷 뒤로 늘어뜨리고 다닙니다. 강아지 꼬리라고 하네요.^^
들개와 사냥개, 귀여운 개가 된 아이들은  아기도 낳아 기릅니다. 나비가 아기를 낳았던 일이 아이들 놀이에 소재가 됩니다. 언제나 아이들에게 주변 환경이 말없이 스며들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유치원 가운데 공간에는 천을 깔아놓고 꽃밭을 꾸미고 꽃을 심어 줍니다. 그러더니 기둥에 달팽이 끈을 묶은 후 길게 늘어뜨려 잡고는 호스라고 합니다. 이제 여름이 되고 건조해져서 꽃밭에 물을 준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여름이 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네요.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흡수하고 있나봅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때를 잘 살피며 살아가는 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나들이를 나갈 때는 모두 모자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나갑니다. 목련나무 아래 떨어진 목련꽃잎을 주워 모으고 가끔 민들레도 따고 진달래도 따고, 진달래꽃도 따서 먹어보고 개나리도 먹어봅니다. 꿀맛이 난다며 두 손에 꽃을 들고 웃는 아이들. 꽃보다 더 환하게 빛이 납니다.

2011년 4월 28일 나무 날, 곡우 9일째
오늘은 초등 형님들이 빛 여행을 가고 유치 아이들만 들기를 합니다. 유치원 아이들도 햇살이 퍼지며 갑사로 봄빛여행을 가는 날입니다.
 꽃들이 눈처럼 날리는 운동장에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제일 먼저 아이들이 만든 호수로 달려갑니다. 물은 없고 쵸콜릿만 가득합니다. 오늘은 조안이가 공룡발자국 정체를 알려주네요.그건 사람 공룡이 낸 발자국이라며 유선이와 동하가 진흙위에 열심히 공룡발자국을 만듭니다.
 나비가 배가 고픈 얼굴로 마당을 어슬렁거립니다. 모두 5학년 교실로 달려가 나비에게 밥을 주고 아기고양이들을 구경합니다. 서로 뒤엉켜 자고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계절이와 이리저리 살피고 다니는 온생명. 온생명이는 옥선 선생님댁에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아기 고양이로 지금은 나비 젖을 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나비가 아기 고양이들에게 젖먹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우리도 슬슬 배가 고파집니다.
 유치원으로 달려가 간식을 먹고 하늘을 살핍니다. 구름과 바람이 자꾸 놀러오고 햇님은 안 보이니 날씨가 쌀쌀합니다. 일단 갑사로 가보기로 하고 차에 오릅니다. 막 피어난 연두빛 잎들이 손을 흔들고 황금빛 매화가 반짝이는 길을 지나 다람쥐가 살 것 같은 구멍이 뚫린 할아버지 나무도 만납니다. 아이들은 거인 나무라며 올려다봅니다. 물 없는 수로에서 탐험놀이도 하고 꽃과 나무도 만나고 돌도 줍고, 10분이면 올라갈 길을 1시간 동안 올라갑니다.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에 이르자 그 험상궂은 표정에 겁을 먹은 아이들은 왜 팬티만 입은 사람을 거인이 밟고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세상에서 나쁜 일을 하는 사람들-거짓말하고, 밥 안 먹고, 떼 부리고, 동생 괴롭히고......하는 사람들을 동, 서, 남, 북을 지키는 하늘 왕들이 내려와 혼내주는 거라고 하자 잔뜩 겁을 먹은 아이들. 두 손을 모아 자기 죄를 용서해 달라고 심각한 표정으로 빌고 있습니다. 어찌나 귀엽던지......^^
 부처님께 절도 하고 냇가를 돌아 햇살이 부드러운 벌판에 앉아 밥을 먹습니다. 해가 들어가면 쌀쌀해지고 다시 나오면 따뜻해지니 바람님은 가고 햇님 나오시라고 하늘을 보며 자꾸 빌어 봅니다. 냇가로 달려가 막대기를 들고 조심조심 바위를 건너다니던 아이들. 동하가 첨벙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운동화에 물을 담아 와서는 차라고 마셔보라고 합니다. 이어 모두들 물에 발을 담그고 놉니다. 휘어진 막대기로 낙엽을 잡아 올리며 낚시를 하고 휘휘 저으며 호박죽을 끓이던 유선이와 조안이도 어느새 발을 담그고 신발을 던지며 놀고 있습니다. 민교는 떠내려가는 신발(실은 조안이가 장난으로 던졌다고 합니다.)잡으러 물속으로 뛰어들고 동인이와 동진이는 운동화에 물을 담았다 버렸다 하며 놀더니 집에 가자고 하니까 “신발 다 빨았다”고 합니다. 아! 오늘은 갑사 계곡에서 신발 빠는 날이었군요.^^
젖은 옷을 갈아입고 내려가는 길. 1시간에 올라온 길을 10분 만에 달려가는 아이들. 쌍둥이는 따뜻한 차 안에서 바로 잠이 듭니다.
조금 쌀쌀하긴 했지만 연두빛 봄빛 속에서 흠뻑 젖어 행복하게 웃는 봄빛여행을 한 날이었습니다.

2011년 4월 29일 쇠 날, 곡우 10일째
햇님과 구름님, 바람님이 숨바꼭질을 하고 목련꽃 향이 바람에 실려 코끝을 은은하게 간지릅니다.
들기를 한 아이들은 배가 고팠을 꽃나비에게 고양이밥을 주고는 봄`여름`가을`겨울`계절이를 바라보느라 한참동안 5학년 교실에서 나올 줄을 모릅니다. 어제 빛 여행을 다녀온 아이들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활기차게 놀이를 합니다. 그런데 조안이는 냇물에 발을 담그고 젖은 신발을 신어서였는지 안타깝게도 목이 잠겨 목소리가 걸걸해졌네요. 하지만 놀이뿐만 아니라 대청소에도 빠지지 않고 이곳저곳을 쓱쓱싹싹 하더니 걸레를 빨아 정리하는 것까지 함께 합니다.
쇠 날의 도우미인 동인이와 동진이는 산책 나가는 길에 어느새 약가방을 챙겨 목에 걸고
나섭니다. 그리고는 산책을 나가 풀잎을 뜯다 손이 긁힌 조안이에게 환한 얼굴로 약가방을 들고 나타납니다. 약가방이 냇물에 살짝 젖기는 했지만 마음만은 하늘을 날을 듯한 표정입니다.
점심을 올려놓은 밥솥에 예약시간이 잘못되어 식사가 늦어지는데도 식탁에 앉은 아이들은 배고프다는 투정도 없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느새 기다림을 아는 아이들이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조영미 11-05-10 09:38
 
  선생님, 너무 고맙습니다.....
정은영(석환) 11-05-11 22:26
 
  선생님 두분의 맑은 기운이 유치원 가득 평화로움으로 채우는 것 같네요.
보기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게 하는 귀염둥이들과 행복한 오월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