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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5-17 00:59
유치원 아이들 입하주간 지낸 이야기 (2011.5.9-5.13)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371  

2011년 5월 9일 달 날 (입하 4일째)
솔솔 부는 바람에 더운 기운이 묻어오는 여름학기 첫 날입니다.
들판엔 황금빛 애기똥풀이 손을 흔들고 그 밑으로는 더 작은 들꽃들이 미소 짓고 있습니다.
유치원 마루의 커다란 나무에도 손바닥만한 잎들이 자라있습니다. 아이들은 깻잎이라며 잎을 따서 바구니에 담네요. 나들이 나갈 때는 바구니를 하나씩 챙겨 갑니다. 아이들의 바구니는 밀짚모자입니다. 바구니에 이 꽃 저 꽃 이 풀 저 풀을 뜯어 담으며 풀밭을 뛰어 다닙니다. 다 부서진 의자가 동인 동진이에게는 훌륭한 놀잇감이 됩니다. 한참을 의자와 뒹굴뒹굴 놀더니  냇가로 달려가 물놀이를 합니다. 초등 형님들이 원두막에 앉아 리코더 연주를 들려주고 유치원 아이들은 풀밭을 뛰어다니며 놀기도 하고 쑥을 뜯기도 하니 이보다 더 평화로울 수가 없는 듯합니다. 봄 학기에 텃밭에 심었던 상추와 쑥갓, 배추를 뜯어 점심상에 올려주니 부들부들 하다며 맛있게 쌈을 싸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내일 보림사에 가져갈 연등을 만듭니다. 작은 손으로 조심조심 꽃잎을 붙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색깔꽃잎을 껍질이라고 부릅니다. 빨강 잎은 토마토껍질, 노랑은 바나나 껍질, 주황은 귤껍질 그리고 하양은? 양파껍질이라고 부릅니다. 껍질을 다 붙이고 나니 예쁜 연꽃이 피어납니다.

2011년 5월 10일 불 날 (입하 5일째)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유치원 마루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간식을 먹고 잠시 수공예를 한 후 우비를 입고 보림사로 갑니다.
 꽃들도 보고 며칠 동안 내린 비로 새로 생긴 물줄기를 구경하고 찔래순도 따 먹느라 초등형님들보다 30분 먼저 출발했는데도 보림사에 도착하니 어느새 형님들의 목소리가 따라옵니다.
부처님 앞에서 절도 하고 육법공양 올리는 것도 보고 어제 만든 연등도 정성스레 올립니다. 맛있는 점심 공양도 하고 초등형님들의 공연을 봅니다. 돌아올 때는 낮잠 시간이 다 되어 찬우 형님 할아버님께서 승용차로 유치원 아이들을 데려다 주십니다. 덕분에 점심 먹고부터 눈이 풀리며 졸려하던 하던 아이들, 현미 선생님의 부처님 이야기를 듣고 모두 꿈나라로 갑니다. 한참 잠을 자던 민교가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어 달려가니 팔이 아프다며 웁니다. 팔을 베고 자서 저렸나 봅니다.^^ 한참을 울다 다시 새근새근 잠이 듭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보림사에서 선물로 주신 떡 간식을 먹고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뚫고 나기를 합니다.

2011년 5월 11일 물 날 (입하 6일째)
장마 비 같은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초여름. 냇가의 물은 콸콸콸 힘차게 흘러가고 길가엔 여기저기 작은 시냇물들이 생겨 흘러가니 걸을 때마다 찰박찰박 신이 나는 아이들. 신이 나게 물 친구와 놀며 올라오는 사이 옷은 다 젖어 있습니다. 유치원에 도착하자 조안이는 제일 먼저 모래 놀이터를 확인합니다. 아이들이 파논 구덩이에 물이 고여 큰 호수가 만들어졌네요. 호수 옆에 수레에도 물이 가득 고여 있더니 어느새 호숫가로 넘어지고 맙니다. “와! 수레가 넘어졌다”며 아이들은 우루루 창가로 달려가 구경을 합니다. 그러다 아이들은 다시 소방서 놀이를 하러 달려갑니다. 민교와 동하가 빛칠하기를 하는 사이 유선이와 조안이는 달팽이 끈으로 줄넘기를 합니다. 처음 하는 줄넘기라 한 번도 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연습을 합니다. 그런데 유선이는 줄이 너무 길고 조안이는 너무 잛은 듯 합니다. 몇 번 하다보면 스스로 적당한 길이를 찾겠지요?
드디어 한 번을 넘은 유선이. 동하는 “우리 엄마는 줄넘기 엄청 잘 해”합니다. 민교도 유선이도 조안이도 우리 엄마가 줄넘기를 더 잘 한다며 자랑을 합니다. 아무래도 어머님들 줄넘기 솜씨를 보여주실 기회를 만들어야 할 듯 합니다.^^;
어제에 이어 수공예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 5살은 펠트 끼기, 6살은 수놓기, 7살은 직조  틀을 합니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절대로 화장실에 안 가고 싶다며 몸을 꼬는 아이도 있고 몸이 저려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는 바쁘게 이를 닦고 호숫가로 몰려갑니다. 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물에 들어가더니 어느새 6살 아이들은 장화도 벗고 맨발로 놀이를 합니다. 비가 오는 날은 비가 오는 대로 햇살이 맑은 날은 맑은 대로 자연이 주시는 대로 자연스럽게 노는 아이들 모습에서 또 다른 자연을 만나게 됩니다.

2011년 5월 12일 나무 날 (입하 7일째)
잠깐 비가 멎는 듯 하더니 보슬비가 내립니다. 변덕스런 날씨에 아이들 옷차림도 여러 가지입니다. 덥다며 반팔만 입은 아이, 긴팔에 내복까지 입은 아이도 있습니다.
따뜻한 차와 떡을 먹고 생일잔치를 하러 마암리 마을회관으로 갑니다. 민교와 조안이도 잔치의 주인공이 되어 축하를 받습니다. 초등형님들의 공연도 보고 형님들이 준비한 생일 음식도 먹습니다. 두 손 모아 다소곳이 인사하고 팔닥거리며 뛰어다니는 유치원 아이들이 귀여웠던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연신 미소를 지으십니다. 보슬비를 맞으며 마을길을 돌아 버스에 오릅니다. 동하와 민교가 말도 없이 형님들 틈에 끼어 먼저 올라가버려 선생님들은 한 걱정을 합니다. 멀리서 들리는 아이들 울음 소리를 듣고도 가슴이 철렁해 뒤를 돌아보며 버스에 가보니 다행히도 안전하게 버스에 앉아 있습니다.
유치원으로 돌아와  바로 산책을 나갑니다. 발목을 덮을 만치 무성하게 자란 풀밭을 지나 냇가로 달려갑니다. 민교가 먼저 물속으로 들어가고 동인 동진 동하가 차례로 물놀이를 합니다. 뒤늦게 유선이와 조안이도 민교놀이에 합류했지만 곧 유치원에 갈 시간이라 아쉬워하며 유치원으로 돌아옵니다. 상추쌈밥을 먹고 이를 닦습니다. 오늘은 조안이가 머리에 물을 바르고 달려와 서캐귀신이라고 합니다. 늘 머리에 물을 바르고 가르마를 타고 달려오는 민교에게 그러면 서캐 생긴다고 서캐귀신이라고 부르던 조안이도 실은 무척 해보고 싶었나봅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흑탕물 호숫가로 달려가 놀이를 합니다. 그러더니 또 달려와 비가 온다며 비옷을 챙겨 입습니다. 혼자서 척척 옷을 입더니 동인 동진이가 옷 입는 것을 도와줍니다. 그러더니 어느새 다시 흙탕물 호숫가로 달려갑니다.
물과 흙이 만나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되었습니다.

2011년 5월 13일 쇠 날(입하 8일째)
연두 빛 잎사귀에 밝은 햇살이 내려오시고 돌돌돌 흐르는 시냇물에도 햇살이 내려와 반짝반짝 빛나는 맑은 날입니다. 일주일 내내 억수같은 비가 내리더니 우리 아이들 먼 나들이 가는걸 아셨는지 햇님이 나오셨네요. 버스에서 내려 파 꽃이 피어있는 밭길을 지나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정자에 앉아 잠시 쉬어갑니다. 맹꽁맹꽁 어디선가 맹꽁이가 몰래 숨어서 노래를 하고 일주일 동안 내린 비로 냇물 곳곳에 폭포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어느새 동하는 토끼풀꽃을 엮어 화관을 만들고 나머지 아이들은 꽃을 따 초대한다며 한 다발씩 안고 선생님댁으로 갑니다. 과일과 차를 마시고 산에 오릅니다.
시냇물 소리도 듣고 철쭉과 씀바귀 꽃을 따서 냇물에 띄워 보내며 마을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학림사 약수터에 다 왔네요. 물을 마시고 있으려니 스님이 오셔서 귀엽다며 과자를 주십니다. 양손 가득 과자를 받아들고 어리둥절한 아이들과 난 채식을 한다며 다시 스님께 과자를 돌려주는 유선. 스님의 따뜻한 마음을 어찌 받아야 할지 난감한 순간입니다. 어느새 과자 껍질까지 벗겨 먹으라고 손에 들려주시니 할 수 없이 한 개씩만 먹고 나머진 선생님 가방에 넣기로 합니다. 산에 오르는 길은 지난달과 사뭇 다릅니다. 계곡 골짜기마다 물이 흐르니 조심조심 발을 디디며 물길을 건너갑니다. 가만히 고개를 들어보니 연두빛 잎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파란 하늘이 호수처럼 보입니다. 조금 올라가다 커다란 폭포계곡을 만나 살짝 발만 담근다는게 그만 점심때까지 놀게 됩니다. 최대한 바지를 걷어 올리고 폭포 아래로 다가가 고동도 잡고 낚시 놀이도 하고 장화에 물을 담았다 쏟았다 하며 놀기도 합니다.
점심을 먹자고 하니 넙적 바위와 미끄럼 바위가 없다며 거기 가서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아이들 걸음으로 1시간도 더 올라가야 나오는 그곳에 꼭 가야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밥도 못 먹고 별님이 소근 소근 시간이 될 거라며 살살 달래서 그냥 폭포 옆 돌 위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날벌레와 애벌레들이 자꾸 놀러오는 숲속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산을 내려옵니다. 내려오는 길에 유선이가 계곡에서 미끄러져 넘어집니다. 늠름한 민교가 냇가 건너는 것을 열심히 도와줬으나 아직은 꼬마신사의 힘이 좀 부족했나 봅니다.
선생님 댁에 돌아와 이불을 펴 놓으니 뒹굴뒹굴 춤을 추던 아이들 소곤소곤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잠이 듭니다.
연두빛 여름을 만나고 온 5월의 먼 나들이였습니다.
 


박병현/조미란(… 11-05-17 14:56
 
  조안엄마는 뚱뚱이에 산후조리가 덜 되어서 줄넘기를 못한답니다. ^^~ ㅎㅎ 매번 사랑스런 아이들 모습을 그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은영(석환) 11-05-17 20:29
 
  선생님 글도 푸르러 가네요. 줄넘기도 예전처럼 안 되던데요.^^; 평화스런 꽃피는 아이들 이야기에 흐뭇해집니다.
최연수 11-05-18 19:39
 
  아 오랫만에 꽃밭에서 글 읽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아이들 저녁도 못 먹였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인터넷 공간 안에만 머물고 있는게 아쉬울 따름입니다..책으로 묶어도 아주 아름다운 아이들 이야기인 것을요... 고맙습니다.. 이런 정성과 수고로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셔서...
조영미 11-05-18 22:32
 
  저도 동감; 봄, 여름, 가을, 겨울 별로 이야기를 엮어도 멋진 책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