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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5-23 19:26
유치원 아이들 입하 지낸 이야기2 (2011.5.16-5.20)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578  

2011년 5월 16일 달 날 (입하 11일째)
유치원에 올라온 조안이와 유선이의 손에 빨간 버찌열매가 들려 있습니다. 봄꽃이 떨어진 가지마다 열음열음 열매가 열리는 여름에 들어가는 시기가 맞나 봅니다. 소나무 꽃가루가 노랗게 내려앉은 마루를 쓸고 지난 쇠 날부터 쌓였던 먼지들을 쓸어내니 동진이가 연기가 난다고 합니다. 밝은 햇살에 비친 먼지들이 연기처럼 보였나 봅니다.
주말을 지내고 온 공주님 왕자님과 인사를 나누는데 민교와 동인, 동진이는 장난을 치며 즐거워합니다.
나들이를 나가서는 민교부터 냇가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밤새 열이 났던 동인이는 안된다고 하니 싫다며 화를 냅니다. 오이 모종을 심자며 텃밭에 데려가니 모두 달려와 모종을 옮겨 심고 갑니다. 오늘은 동인이와 상추, 쑥갓, 청경채, 그리고 쌈배추를 솎아 줍니다.
점심에는 갖가지 쌈에 무생채와 시금치나물 그리고 김치를 올려 혼합 쌈을 싸 먹습니다. 어느새 신선한 쌈을 먹는 계절이 돌아왔네요.

2011년 5월 17일 불날 (입하 12일째)
햇님이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불 날입니다. 초등형님들은 마을 평화놀이를 하고 유치원 친구들만 평소와 같이 들기를 합니다. 햇살이 비치는 바깥이 실내보다 더 따뜻한 날입니다. 기침을 하는 동인이를 위해 준비한 목련 차와 떡 간식을 먹고 놀이와 요가를 한 후 나들이를 갑니다. 어제부터 알을 품고 있던 엄마 닭이 오늘도 꿈쩍안하고 그대로 앉아 있습니다. 혹시 병아리가 깨어 날 수 있을까? 기대해 봅니다. 냇가로 몰려간 아이들이 “비상 비상~~”하며 달려옵니다. 뱀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뱀이 죽어 있다고 합니다. 얼굴이 삼각형이면 독사일거라며 동하가 설명을 합니다. 하늘나라로 잘 가라고 무덤을 만들어 주고 비석도 세워 줍니다. 동하와 동진이는 물뿌리개와 깨진 찻주전자로 시냇물을 퍼다 감자밭에 뿌려줍니다. 민교는 꽃밭에도 물을 준다며 개망초에 물을 부려 줍니다. 감자나 개망초나 똑같은 생명이고 둘 다 목이 마르다는 것을 아이들은 잘 알고 있나 봅니다. 박명수 선생님께서 유치원 논에 지푸라기를 태우시자 불이 났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연기가 쑥을 뜯고 있는 현미 선생님 쪽으로 가자 현미선생님을 구해야 한다며 달려갑니다. 잠시 후 커다란 호스로 냇가 계곡의 물을 끌어 논에 물을 대자 물이 차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그 옆에서 개미에게 물을 먹인다며 열심히 물을 뿌려주고 개미를 보살핍니다. 개미들은 홍수가 났다며 분주히 움직이는 듯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개미들을 보살피고 있는 거라며 정의로운 눈빛으로 한참을 모여 앉아 어떻게 개미들을 보살필지 논의를 합니다. 조안이는 여름 방학 때도 유치원에 나오겠다고 합니다. 개미를 보살피러......^^


2011년 5월 18일 물 날 (입하 13일 째)
세상은 푸른빛으로 물들고 햇살을 점점 뜨거워집니다. 유치원 실내가 바깥보다 더 춥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빔밥을 만들어 모래놀이터 원두막에서 밥을 먹고 긴 놀이를 하기로 합니다. 큰 소쿠리에 음식을 담아 머리에 이고 가니 아이들은 떡장수 같다며 재미있어 합니다.  바깥에서 밥을 먹는 게 좋았는지 낮잠도 원두막에서 자자고 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우리 집은 아파트라 마당에서 밥을 못 먹는다며 맛있게 비빔밥을 먹습니다. 아이들 종아리까지 오는 풀밭을 민교와 동하는 맨발로 뛰어다닙니다. 부드러운 풀밭을 맨발로 밟는 기분이란! 하지만 뱀이 나올까 걱정되어 장화를 신으라고 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밥먹은 그릇을 냇가로 가져가 씻고 있으려니 동하와 민교가 달려와 거들어 줍니다. 풀을 한 줄기씩 뜯어와 싹싹 그릇을 닦고 시냇물에 헹구어 주니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달 날부터 열이 좀 있었던 동인이는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아침부터 발목이 아프다던 동진이는 열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따스한 햇살과 바람이 쌍둥이의 감기를 날려 버렸으면 좋겠네요.
유선이와 조안이는 어제에 이어 쑥버무리를 만듭니다. 봄 학기에 봄 쑥으로 몇 번 쑥버무리를 해 주었는데 그걸 그대로 놀이에 모방하고 있습니다. 그리곤 개미 먹을 것을 챙겨준다며 꽃잎과 모래와 물을 반죽해 음식을 만들고는 개미에게 먹입니다. 그런데 개미를 잡아다가 음식 속에 넣어놓고 먹으라고 하네요. 개미를 돌보는 건지 괴롭히는 건지 잘 모르겠으나 본인들은 개미를 돌보는 거라고 합니다. 어른들도 아이를 돌본다고 저렇게 귀찮게 만들었던건 아닐까? 돌아보게 됩니다.
야들야들한 감잎과 뽕잎을 따서 덖어 차를 만듭니다. 1년 동안 먹을 차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모두 푸르던 잎들이 덖어 놓으니 감잎은 황금빛, 뽕잎은 초록빛이 됩니다. 유치원이 깊은 자연의 품에 둘러싸여 있으니 조금만 손을 움직이면 철철이 자연이 주시는 선물을 받을 수가 있어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2011년 5월 19일 나무 날(입하 15일째)
아까시 향기가 바람에 날려 오는 날. 하얀 마가렛 몇 송이, 토끼풀 꽃 몇 송이,민들레,꽃마리,엉겅퀴,수영꽃,소루쟁이, 그리고 이름 모를 풀들을 초대해 화관을 만듭니다. 초록빛들 사이사이 들꽃이 수줍기 피어나는 이때에 세상에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조안이의 생일입니다.
동하는 자기만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며 어젯밤에 쓴 생일카드와 선물을 보여주고 민교는 제일먼저 달려 들어와 생일선물을 만듭니다. 오리 배를 만들었다며 조안이 머리위에 띄워주며 조안이를 웃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옆에선 동인, 동진이가 앉아 그림을 그립니다. 그러다가 선생님의 화관재료에서 형님들이 셔요셔요를 찾아 먹고 있자 달려와 ‘나도 먹어 볼래’ 합니다. 조안이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생일 음식을 나누어 먹고 참외는 초등 형님들과도 나누어 먹습니다. 온 세상이 초록빛으로 물든 이때에 태어난 조안 천사가 아름다운 빛으로 곱게 피어나길 바라며......
나들이 시간에는 물 조리개를 하나씩 손에 들고 냇가와 모래 놀이터로 달려갑니다. 동인이와 동진이는 열심히 냇가의 물을 퍼다 감자에게 부어줍니다. “감자야 시원하지?”하니까 감자가 “네” 하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유선이와 조안이는 오늘도 모래 놀이터에서 개미를 위한 요리를 하고 동하와 민교는 냇가에서 팬티만 입고 물놀이를 합니다. 조금 뒤 보니 조금 젖은 바지를 빨았다며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들고 오네요. 뒤이어 동인이도 형님들 따라 물떨어지는 바지를 들고 옵니다. 동진이는 물뿌리개를 들고 풀밭에 털썩 주저앉아 있습니다. 오늘도 열이 많이 나서 몸이 힘든가 봅니다.
별님이 소근소근 시간에는 특별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조안 어머님께서 조안천사가 이 세상에 내려온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깔깔깔 웃으며 재미있어하는 아이들. 동인이는 어느새 잠이 들고 조안이와 엄마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2011년 5월 20일 쇠 날 (입하 15일째)
아침부터 하늘이 흐립니다. 유치원으로 달려온 아이들은 목이 마르다고 합니다.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 놀이를 합니다.
쇠 날은 대청소의 날. 현미 선생님을 따라 걸레를 들고 마루와 벽, 문 등을 쓱쓱 닦아줍니다. 새까매진 걸레를 빨아 빨랫줄에 널어줍니다. 그 사이 옥선 선생님은 향기로운 아까시 꽃을 따다 차를 끓이고 쑥절편을 찌고 사과와 당근 간식을 준비합니다. 작년에 민교가 두 번이나 벌에 물려받았다는 벌꿀을 쑥 절편에 찍어 먹습니다. 꿀에서도 차에서도 달콤한 아까시 향기가 납니다.
나들이를 나간 아이들 동물 우리에서 떠날 줄을 모릅니다. 2주 동안이나 엄마 닭이 품고 있던 둥지를 흰오리가 빼앗아 덩그러니 앉아 있습니다. 오늘 낳은 오리 알이 엉덩이 옆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태연하게 앉아 엄마 닭이 품고 있던 알을 품고 있습니다. 잠시 밥을 먹으러 갔던 엄마 닭이 오리에게 비켜달라는 듯 머리로 밀어 보지만 엄마 오리는 커다란  부리로  엄마 닭을 밀어냅니다. 삐져나온 하얀 오리알 몇 개를 옆방에 넣어주고 기다려도 엄마오리는 눈치를 못챕니다. 포기한 엄마 닭이 오리 알을 품으러 옆 둥지로 갑니다. 알을 품는 엄마 오리와 엄마 닭의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꿈쩍도 안 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앉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부모님도 아마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은 키우고 계시겠지요?


조영미 11-05-27 06:26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글솜씨는 날로날로 새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제 노래솜씨가 날로날로 새로워지듯....ㅋㅋ
박병현/조미란(… 11-05-30 12:52
 
  저두 조안생일에 유치원에 다녀오니 큰 숙제를 한 것 같아요..^^~ 조안이가 개미밥 때문에 방학때 유치원에 가야한다해서 살짝 걱정했는데, 담날 오더니 개미가 다 떠내려 갔다고 하네요.. 속상해하는 조안이 앞에서 울어야할 지 웃어야 할지 ㅎㅎ
정은영(석환) 11-06-03 21:05
 
  개미밥이라는 말에 웃음이 절로 나네요.
선생님 뿐만 아니라 어머님들의 댓글도 하늘로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