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꽃피는 사랑방/알콩달콩 이야기
 
 
작성일 : 11-06-07 15:17
유치원 아이들 소만 지낸 이야기2(2011.5.30-6.3.)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803  

2011년 5월 30일 달 날 (소만10일째)
콩콩콩 체조를 마치고 유치원으로 걸어 올라갑니다. 저 멀리 아까시 꽃은 시들어 있고 찔래는 활짝 피어 마지막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다음 차례는 감꽃 밤꽃인가 봅니다. 열심히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네요. 꽃과 시냇물 풀들과 아침인사를 하던 동인이가 심하게 다리를 비틀어 쉬가 마려운지 물어보니 그렇다고 합니다. 길가에서 쉬를 하던 동인이 “폭포가 생겼네.” 하며 자신이 만들어놓은 오줌 폭포를 가리킵니다.
빨간 버찌가 어느새 하나 둘 검붉은 색으로 익어 갑니다. 아쉽게도 손이 안 닿는 높은 곳에 있는 버찌부터 익기 시작해 따먹진 못하고 떨어진 버찌들만 주워봅니다. 차와 떡, 그리고 조안이가 싸온 주먹밥 간식을 먹고 놀이를 합니다. 동인이와 동진이는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열심히 동그라미 회오리 같은 것을 그리는 동인이와 거기서 좀 발전해 여러 가지 색으로 팔각형 모양을 닮은 그림을 그리던 동진이. 그것들이 모두 뺑이라고 합니다. 그림을 다 그리더니 일어나 팔을 뱅글뱅글 돌리며 그림 속 뺑이들을 몸으로 돌이며 놀고 있습니다.다른 아이들은 동하의 리더 아래 파워놀이를 합니다. 불파워, 물파워, 번개파워, 천둥파워, 벼락파워들이 나쁜 놈을 무찌르는 놀이인데, 서로 나쁜 놈은 안한다고 해서 가짜로 있다고 하고 열심히 입과 몸을 움직이며 파워를 모냅니다. 산책을 나갈 때는 물조리개를 하나씩 들고 갑니다. 동인이와 동진이는 덥다며 냇가로 달려가 물과 놀이를 하고 동하와 유선이, 민교와 조안이는 커다랗게 자란 셔요셔요를 따다가 팝콘놀이를 합니다. 원두막 바닥에 소루쟁이를 열매를 퍼뜨려놓고 뒹굴고 뛰고 또 먹으며 놀이를 합니다. 동하는 팝콘, 유선이는 질경이 조안이는 고구마, 민교는 발잡이(발을 잡는다고 붙여진 별명)라고 부릅니다. 그러더니 팝콘 먹어보라며 열매를 내밉니다. 약간 시긴 하지만 독특한 맛이 납니다.
 그 사이 선생님들은 밭에 물을 주고 풀을 메주고 야채들을 솎아 줍니다. 그리고 효소에 넣을 산야초들을 뜯습니다.
오늘 점심은 맛난 여름채소 비빔밥입니다.

 2011년 5월 31일 불 날 (소만 11일째)
아침부터 뻐꾸기 소리가 푸른 산 가득 울려 퍼집니다. 요즘은 뻐꾸기들이 제짝을 찾으려는지 하루 종일 뻐꾹뻐꾹 노래를 합니다. 가끔은 전깃줄에 앉아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낮고 굵은 목소리가 여름 산에 울려 퍼집니다. 오늘은 생명이가 나비 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자식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젖이 빨갛게 불어 풀숲에 힘없이 누워있던 나비가 제 아기는 아니지만 젖을 먹여 키웠던 생명이가 돌아오자 털을 핥아주고 앞말로 쓰다듬으며 하루 종일 생명이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판단으로 아기들을 모두 분양했던 것이 엄마인 나비에게는 큰 충격이었던 듯합니다. 생명이를 보살피는 나비를 보며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핑 도는 건 나도 엄마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동인이가 뒷마당에 걸린 커다란 거미줄을 보여 줍니다. 와! 정말 커다란 거미줄입니다. 유선이는 "난 벌써 알고 있었는데." 하며 자기가 동인이보다 먼저 봤다고 강조를 합니다.  "앙,앙 내 놔. 내 꺼를 뺏어갔어." 하며 커다란 울음소리가 납니다. 동하가 민교의 달팽이끈을 잡아당기고 민교는 안 뺏기려고 울며 꼭 잡고 있습니다. 동진이 것을 민교가 빼어가서 형인 동하가 나선 듯합니다. 아이들도 모두 삼동이쪽에 앉아 민교를 향해 네가 잘못한 거라고 합니다. 민교는 끝까지 울며 동하형이 뺏었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그리고는 장난감 정리를 하는 동진이를 밀고 난 그냥 놀고 있었다고 합니다. 전적으로 민교의 잘못으로 보이지만일단은 민교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게 먼저인 듯합니다.
민교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쌀을 담으러 갑니다. 잡곡과 쌀을 쌀통에 옮겨 담고 두 손으로 섞어주며 "동하형이 달팽이 끈을 뺏어가서 속상했지?" 하며 민교의 속상한 마음을 읽어주니 더 신나게 쌀을 섞습니다. 쌀을 들고 달려가는 민교, 마루에 올라가 생명이를 한 번 쓰다듬고는 동하와 다시 신이 나게 놉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사과를 하고 모든 것이 해결된 모양입니다. 입으로 하는 말 보다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 더 잘 통할 때도 있네요.

2011년 6월 1일 물 날 (소만 12일째)
하늘이 꾸물꾸물 흐리더니 장맛비 같은 굵은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우산이 없는 아이들이 많아 태정이형 아버지 차를 타고 들기를 합니다. 차에서 내려 선생님 우산 속으로 모여들어 종종 걸음을 떼며 유치원으로 들어갑니다. 미열에 콜록콜록 기침을 하는 조안이는 유난히 선생님 주변에서 맴돌며 자꾸 안기려 합니다. 뭔가 부족함을 표현하려 할 때 아이들은 매달리고 안기고 얼굴을 비비고 합니다. 그냥 꼭 안아주고 한참을 있으니 포르르 날아가 놀이를 합니다. 산책 나갈 즈음엔 비가 그치고 하늘이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냇가에서 배를 타고 놉니다. 어제 민교가 띄워 놓은 노란 짐 박스가 배가 되고 6살 민교와 유선이는 맨발로 배에 오르고 7살 동하가 노를 젓습니다. 5살 동인이와 동진이는 장화에 물을 담았다 쏟아 붓기를 반복하며 즐거워합니다. 조안이는 맨발로 배에 오르기가 싫었던지 장화를 신고 타겠다고 하다가 승선을 거부당하고 배 주위에서 장화를 신고 물을 첨벙이며 놀이를 합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모두 삽을 하나씩 들고 물구덩이(아이들은 농사짓는 곳이라고 함)에 박힌 커다란 돌을 빼냅니다. 그러더니 삽을 모두 내려놓고 나뭇가지로 낚시를 한다며 들고 다닙니다. 그런데 물속에 고기가 아니라 나무 위에 고기를 낚는다고 하네요. 흥미와 관심이 바뀔 때 마다 미련 없이 몸과 마음을 옮겨 놀이에 집중하는 아이들. 과거에 대한 집착도 없이,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이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는 아이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2011년 6월 2일 나무 날 (소만 13일째)
분홍의 메꽃이 피기 시작하고 버찌 나무에 빨간 버찌들이 검은 빛으로 익어갑니다. 아이들은 깡총대며 버찌를 따 보려하고 긴 가지를 잡고 버찌를 따기도 합니다. 새콤 쌉싸름한 버찌를 입에 넣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아이들. 땅바닥에 씨앗을 뱉어놓은 그곳에서 버찌 나무가 열릴 거라고 합니다. 산책을 나가서는 애기 피자두를 한 웅큼씩 따서 먹습니다. 다 익으면 따 먹자고 해도 나는 장식할거고, 나는 초등 현님들 줄 거라며 열심히 따네요.
 쑥떡을 만들어 마잎, 칡잎, 그리고 망개잎에 올려놓은 후 쪄먹습니다. 나뭇잎자루를 접어 떡과 연결시켜 아주 특별한 모양을 만들기도 합니다. 애벌레떡, 자동차떡, 공룡떡, 햇님떡 ,별떡을 아까시차와 먹습니다. 그리고 윗텃밭으로 올라가 풀속에서 자란 딸기를 따먹습니다. 작년엔 유치원 텃밭이었지만 집들이 지어지는 이유로 돌보지 못했는데 고맙게도 딸기와 상추 한 개가 자라 있습니다. 가만히 서서 난 딸기를 한 개도 못 먹었다는 아이. "와! 딸기다~~" 라는 소리에 잽싸게 달려와 딸기를 낚아채 먹는 아이. 낚아채간 딸기를 보며(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우는 아이. 동생들에게 딸기를 따 주는 아이. 자신의 색깔별로 딸기 따먹는 모습도 다 다릅니다.
소만 절기엔 먹을거리가 참 많아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망종이 되면 산딸기가 익겠지요?

2011년 6월 3일 쇠 날 (소만 14일째)
먼 산의 뻐꾸기 뻐꾹뻐꾹 노래를 하고 작은 또랑에는 올챙이 몇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며 돌 밑으로 숨어버립니다. "올챙이가 이사 왔나보다"면서 보림사에 있던 올챙이들이 여기로 이사 왔느냐고 묻습니다.
 어느새 자란 작은 아기 개구리들이 폴짝이는 논을 지나 유치원으로 올라갑니다.
 다음주 달 날에 있을 동하 생일카드를 그리고 대청소를 한 후 보림사로 먼나들이를 갑니다. 분홍빛 산딸기 꽃이 피기 시작하고 노란 돈나물 꽃도 피어있습니다. 앵두가 빨갛게 익을 준비를 하고 엉겅퀴 꽃은 아이들보다 키가 더 자라있습니다. 죽순을 먹고 싶다며 대나무 옆을 서성거립니다. 죽순은 조금 더 기다려야 먹을 수 있겠네요. 양지는 뜨겁고 그늘은 시원하니 잠깐씩 나무 그늘 아래 서서 쉬며 쉬며 올라갑니다. 쇠뜨기가 무릎까지 자란 풀속을 헤치고 너럭바위에도 올라가 봅니다.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절을 하고 앉아 있으려니 민교가 부처님 말씀 듣는 거 해보라고 합니다. 지난주에 반야심경을 외워주었었는데 그게 좋았나 봅니다. 가만히 반야심경을 외주니 조용히 앉아 듣고 밖으로 나와 점심을 먹습니다.
'깐호두'라고 써 있는 통에 콩나물을 담아 왔는데 호두는 두 글자이니 거기 써 있는건 '콩나물'이 맞는 것 같다며 자기들끼리 '깐호두'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콩.나.물.'하고 읽고 무척 자랑스러워 합니다. 나물 비빔밥을 먹고 쫄병이 잡으러 가는 놀이를 여섯 아이들이 모두 모여 하고는 다시 유치원으로 돌아옵니다. 마당에서 못 놀았다고 아쉬워하며 이를 닦고 이야기를 들은 후 꿈나라로 갑니다.

 점점 푸른 빛이 짙어지고 점점 더 더워지는 소만절기 지낸 이야기였습니다.


정은영(석환) 11-06-07 20:29
 
  )
제 아가들을 모두 떠나 보낸 꽃나비를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져려 왔습니다.
내 아이를 누군가 모두 다 데리고 가 버렸다면, 그 아이가 아주 어린 아이라면...하는 생각이 떨칠 수 없었던 한 주였던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 말 못하는 꽃나비, 여기저기 서성이며 울음으로 그 저리는 마음을 삼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아이들, 늘 따스한 사랑 속에 자라는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런지...
박병현/조미란(… 11-06-09 08:08
 
  이제 산열매들이 익기 시작하는가 봅니다. 성강리에도 버찌랑 오디가 익어가고 있네요.. 더위를 잠시 쉬게하는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입니다. 아이들과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