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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7-05 15:02
유치원 아이들 하지 지낸 이야기2 (2011.6.27-7.1)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2,179  

2011년 6월 27일 달 날 (하지6일째)
하늘은 여전히 흐리지만 억수같이 내리던 장맛비가 잠시 멈추고 세상을 맑은 초록 빛으로 빛나는 달 날 아침입니다. 콸콸 흐르는 시냇물과 인사하고 버찌 몇 개 주워 먹고 까매진 입으로 유치원에 들어갑니다. 하지 감자 얇게 썰어 감자죽을 해주니 맛있다며 더 달라고 합니다. 죽을 별로 안 좋아하는 민교도 맛있다며 싹싹 긁어 먹고 유선이와 동인이 동진이는 죽이 바닥 날 때까지 먹습니다.
산책을 나가니 쑥쑥 자란 풀들이 장화 위로 나온 다리를 살살 간지럼 태웁니다. 원두막에 앉아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현미 선생님께 몸이 예뻐지는 마사지도 받고 닭다리도 하고 팔씨름도 하며 놉니다. 그러다 동인이가 저게 뭐내고 가리키는 것이 있어 바라보니 호박꽃이 피었네요. 이제 호박이 열리려나 봅니다. 오이도 토마토도 작은 열매를 달았습니다. 논에 벼들도 빗속에서 쑥쑥 자라 있습니다. 억수같이 내리는 장맛비가 땅 위의 식물들을 이렇게 키워주고 있네요.
 
2011년 6월 28일 불 날 (하지 7일째)
오늘은 모처럼 햇님이 나오셨습니다. 콩콩콩 체조를 마치고 유치원에 올라가려는데 초록 칡 덩쿨 사이로 빠알간 열매가 보입니다. 자세히 보니 산딸기입니다. 빗속에서 어느새 산딸기가 익었던 모양입니다. 산딸기를 따서 동하형님부터 나눠주니 맛나게 먹습니다. 버찌나무 아래서 버찌 몇 개 주워 먹고 유치원에 갑니다. 감자를 얇게 썰어 구워주니 맛있게 먹습니다. 구운 감자와 보리차를 마시고 놀이를 합니다. 파티를 한다며 선생님들도 오라고 합니다. 불 날은 민교의 파티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민교가 마술쇼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바구니에서 강아지가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마술인데 아주 평범하게 바구니를 들썩이면 강아지가 들썩이더니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떨어지면 그냥 또 바구니에 넣는 마술ㅋㅋ. 참 귀여운 마술사 입니다. 하지만 표정은 어찌나 진지하고 심각한지 모릅니다.
유선이는 아침부터 뾰족뾰족한 마음인가 봅니다. 조안이가 깔깔깔 웃자, "난 하나도 안 재미없어." 하며 웃지 말라는 듯 핀잔을 주고 하얀 수공예 빗을 찾는다고 잠시 일어나 보라해도 여긴 절대로 없다며 꿈쩍도 안 합니다. 나중에 빗이 유선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발견 됐는데도 "내,내가 앉아있을땐 없었다요..."합니다. ㅎㅎㅎ. 아침열기 땐 동진이가 선생님 옆에 한다고 울먹이자 조안이가 선뜻 자리를 양보하고 민교도 동하에게 자리를 양보합니다. 산책시간에는 호미를 하나씩 들고 밭으로 갑니다. 오늘은 남은 감자를 캐는 날. 촉촉한 땅 속엔 손가락만한 굵기의 지렁이들이 먼저 인사를 합니다. 감자도 지난주보다 훨씬 굵게 자라있습니다. 그런데 감자를 반쯤 캘 때 까지도 조안 유선 동진이는 오리랑 닭들에게 풀 뜯어 주느라 바쁩니다. 감자 잎까지 가져다줍니다. 아! 그런데 아기오리가 두 마리만 보입니다. 한 마리는 어디로 간 걸까요? 나중에 알아보니 쥐들에게 잡아먹혔다고 합니다. 에궁 모두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으련만......
감자를 한 아름 안고 유치원으로 돌아옵니다. 오후엔 삼동이는 찱흙놀이 6살 아이들은 밭일구기 놀이를 합니다. 민교는 의자를 뒤집어 트렉터라며 밀고 다니고 조안이와 유선이는 호미로 밭을 갈고 떨어진 감을 주워 심어 줍니다. 텃밭 일을 할 때 그냥 놀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모방을 하고 있네요. 아이들은 그렇게 배우나 봅니다.
 
2011년 6월 29일 물 날 (하지 8일째)
노랗게 피어 짙은 꽃향기를 온 산에 퍼뜨렸던 꽃. 밤꽃이 어느새 떨어져 갈색 빛으로 땅님에게 돌아가셨습니다. 초록 잎들 사이로 빨갛게 익은 산딸기 몇 개씩 따먹고 시냇물과 인사하며 유치원에 가는 길엔 주황빛 원츄리, 보라빛 도라지꽃이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동인이와 동진이는 메뚜기 잡아본다고 풀숲으로 달려가고 조금 커다란 메뚜기를 보고 사마귀라고 합니다. 어제 감자 캐다 발견한 사마귀가 메뚜기보다 컸었는데 큰 놈은 다 사마귀인줄 아나 봅니다. 들기하는 길에 모시풀을 베어다가 끓여 빛 염색을 합니다. 동 매염을 넣으니 황토 빛으로 물이 듭니다. 간식은 어제 캐 두었던 감자를 쪄 김이 모락모락 포슬포슬 맛있는 햇감자를 먹습니다. 선생님들 아침모임 중에 노래를 부르자 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들고 있던 장난감을 두드리며 합창을 합니다. 즉흥 연주회가 열렸네요. ^^
산책을 나갈 땐 우체통 앞에 멈춰 아기새들을 구경하고 버찌도 몇 개 주워 먹고 동물우리에 가서 아기 오리도 보고 윗 샘가로 달려갑니다. 맛있는 산딸기를 따먹으러. 조안이가 몇 개는 우리가 먹고 몇 개는 오리와 닭들에게 주겠다고 하자 유선이는 우리 먹을 것도 없는데 오리를 주냐고 합니다.^^ 결국 자기 몫으로 받은 산딸기를 입속에 넣기도 하고 남겨 동물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네요. 텃밭에 오이도 어느새 열려 다 자랐습니다. 손가락만한 크기 이지만 조금씩 나눠 먹으니 상큼한 오이 맛이 입안에 퍼집니다. 동인이와 동진이는 냇가에서 물놀이를. 6,7살은 원두막에서 상상놀이를 합니다. 그러다가 선생님과 물고기를 잡습니다. 음식 찌꺼기를 담아왔던 바구니에 물고기들이 들어오니 작은 그릇에 담아놓고 돌과 풀도 넣어주며 장식을 해 줍니다.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 되어 물고기를 다시 냇가로 돌려주고 유치원으로 돌아옵니다. 비가 오려는지 꾸물꾸물 끈적끈적 하더니 오후에는 장대비가 내립니다.
 
2011년 6월 30일 나무 날 (하지 9일째)
어제에 이어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들기를 하던 동인이와 동진이가 서로 선생님 손을 잡겠다며 다투다 동인이가 동진이를 밀어버립니다. 둘이서 해결하라고 하니 동진이는 울고 동인이는 불편한 표정으로 걸어 가버립니다. 유치원에 간 동진이는 현미 선생님께 안겨 엉엉 울고 동인이는 "미안해"라고 말하고는 유치원으로 들어갑니다. 되도록 어른의 선입견으로 아이들의 일을 단정 짓지 않으려 애써 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어른인 나는 아이들에게 육체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마저 줄 수는 없다는 것을 늘 기억하려 애쓰지만 현실에선 그리 쉽지 않음을 다툼이 있을 때마다 실감합니다.
오전 간식은 하지 감자로 요리를 합니다. 3번째 만드는 감자전. 아이들 칼질하는 솜씨가 날로 늘어갑니다. 그런데 아이들마다 칼질하는 모양이 다 다릅니다. 한 조각씩 차근차근 썰어놓는 아이. 길게 썰면 되는데 더 썰어 다져놓는 아이. 끝까지 칼질을 하지 않아 큰 조각에 약간의 칼자국만 남은 채 붙어있는 아이. 가지각색으로 썰어진 감자들을 모아 부치미를 합니다. 땅님이 주신 감자로 맛난 부치미를 만들어 먹고 산책을 갑니다. 산딸기 몇 개 따먹고 냇가로 달려가 물고기를 잡습니다. 어제보다 물이 더 불어 물고기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민교는 열심히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더니 어느새 한 마리를 잡았네요. 소꿉놀이 통에 담긴 물고기들은 큰 냇가가 좋은지 힘차게 솟아올라 도망을 갑니다. 힘차게 흐르는 냇가에서 잠시나마 신나게 물고기과 놀고 유치원으로 돌아갑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종이비행기 접기에 빠져듭니다. 어느새 유치원은 종이 비행기로 가득찹니다. 6,7살 형님들은 5살 동생들에게 비행기를 접어 선물합니다. 기꺼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누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 자연의 모습을 닮아 있는 듯 합니다.
 
2011년 7월 1일 쇠 날 (하지 10일째)
비가 더 오려는지 하늘이 흐리고 가끔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간식을 먹고 오늘은 보림사로 나들이를 갑니다. 올라가는 길에 왕산딸기도 따 먹고 죽어있는 주홍빛 왕뱀도 만나 흙으로 옮겨주고 시냇물처럼 흐르는 새로 생긴 물줄기를 지나 청미래잎 몇 개 따며 보림사로 올라갑니다.
주홍빛 원츄리와 분홍빛 비비츄, 그리고 키 큰 접시꽃들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절을 하고 있으려니 한 보살님께서 명상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자기 나이만큼 숨을 들이쉬고 내쉬라하니 유선, 조안, 동하는 꽤 의젓하게 앉아 호흡을 합니다. 동진이는 숨을 들이쉬며 배가 나오게 하라는 어려운 주문에 인상을 쓰며 숨을 쉬고 동인이는 무슨 말인지 몰라 갈팡질팡, 민교는 눈을 감으면 깜깜해 앞이 안 보인다며 어깨를 올리고 몸을 들썩이며 부산스럽게 몸을 움직입니다. 보살님께서 세 친구는 잘한다며 칭찬을 하시고 나머지 세 친구는 조금 못했다고 하시니,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으쓱, 그러나 나머니 아이들은???...... 얘기가 길어지자 동인, 동진, 그리고 민교는 옆으로 앞으로 길게 드러눕습니다. 지루하다는 표현을 정직하게 몸으로 보여 주고 있는데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보살님은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시네요. 자연 속에서 살다보니 제대로 사람을 자라게 하는 것이 뭔지 순리대로 사는 게 뭔지 알게 되셨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맛난 비빔밥을 먹고 있으려니 초하루라고 불공드렸던 음식을 나누어 주십니다. 갖가지 과일과 완두콩으로 만든 떡을 먹고 쫄병 놀이를 조금 한 후 유치원으로 돌아옵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리 후속편을 상상하여 놀이를 하며 내려옵니다. 민교는 옥황상제, 동하는 청룡, 조안이는 달님, 동인이는 햇님,유선이와 동인이는 별로 놀이에 관심이 없습니다. 뜨거운 여름 햇살을 쬐며 걸으려니 땀이 뻘뻘. 간혹 있는 나무 그늘이 고마운 휴식처입니다. 6,7살 아이들은 번갈아가며 선생님의 보따리를 들어줍니다. 머리에 얹기도 하고 두 손으로 낑낑대며 들기도 하고 몇 발자국 걷다가 힘들다며 내려놓기도 합니다.
그렇게 여름 햇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유치원에 도착합니다. 얼굴도 씻고 발도 씻고 동하는 등목을 하고 싶다며 등에 물을 뿌려달라고 합니다.
소곤소곤 이야기를 듣고 꿀잠을 잡니다.
맴맴맴 매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산딸기와 감자가 풍성하게 열린 하지 주간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