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하루.
5살들은 바나나 빛깔의 물이 만들어졌다며 빛칠하기를 하고 6살들은 빨강과 노랑 7살은 파랑을 더 첨가해 3가지 색으로 빛칠하기를 합니다.
하지 감자 얇게 썰어 구워주니 보리차와 함께 맛나게 먹습니다. 가끔 아린맛을 가진 감자들이 혓바닥을 따끔거리게 합니다.
산책을 갈 땐 어김없이 계곡에서 내려오는 냉장고 바람을 맞고 달맞이꽃이 필 준비를 하는 길을 지나 아기오리와 오리 닭들을 만나 인사를 합니다. 박명수 선생님께서 다 익은 자두 2개를 선물로 주십니다. 맛나게 자두를 나누어 먹고 민교와 동인, 동진이는 냇가에서 놀고 유선, 조안, 동하는 철봉에 나란히 매달리는 놀이를 합니다. 그러다 어느새 쪼르르 냇가로 달려가 물고기를 잡습니다. 와~ 오늘은 민교가 커다란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도전해 보지만 도전해 보지만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유선이와 조안이는 “시냇물은 졸졸졸졸~” 노래를 하며 춤을 추고 선생님은 빨간 산딸기를 다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십니다. 참 행복한 여름 시냇가 풍경입니다.
2011년 7월 14일 나무 날(소서 8일째)
비가 잠시 멈추고 구름이 몰려왔다 해가 잠시 나왔다 비가 뿌렸다 또 그쳤다를 반복하는 변덕스런 날입니다.
오늘은 여름빛 여행을 가는 날. 우리는 어디서 자느냐고 민교가 여러 번 물어봅니다. 초등형님들처럼 자고 오는지 알았나 봅니다.
지난 봄에 갔던 갑사로 갑니다. 차에서 내리는데 비가 옵니다. 버스 정류장에 자리를 펴고 앉아 간식을 먹고 있으니 비가 그치고 구름이 몰려갑니다. 6살 7살들은 가방을 하나씩 둘러메고 손에 우산 하나씩 들고 갑사로 갑니다. 봄에 봤던 사천왕상이 기억에 남는지 어디 있고 합니다. 팬티만 입고 혼나고 있는 마귀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왜 팬티만 입고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부처님께 절을 하고 가만히 불경소리를 듣습니다. 동인이는 “왜 스님이 노래를 해요?” 하고 묻습니다. 화장실에 가며 해우소에 가자고 하자 갑자기 동인 동진이가 “해우쪼에 가쩌~”하며 노래를 하기에 들어보니 버스안에서 초등형님들이 만들어 불렀던 노래를 어느새 따라하고 있었네요. 에고~ 모방의 힘이란!
계곡으로 내려가 밥을 먹습니다. 작은 산 모기들이 괴롭히기는 하지만 햇살이 있는 풀밭에 앉아 모두의 도시락을 열어놓고 사이좋게 나누어 먹습니다. 그리고는 냇가로 달려갑니다. 민교가 앞장서고 그 뒤를 동하가 따라가며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며 돌아다니고 물 건너는 걸 도와주자 동인이는 계곡 이곳저곳을 탐험하며 돌아다니고 동진이는 무섭다며 손을 놓지 않네요. 조안이와 유선이도 돌을 찾아 여기저기를 구경합니다. 그러다가 동하가 바위에 돌을 갈며 페인트칠을 한다고 하자 조안이는 청소를 한다며 돌을 들고 모두들 달려와 검은빛, 붉은빛 갈색 빛 돌로 돌 가는 놀이를 합니다. 그러다 민교가 돌 폭탄이라며 여기저기 돌을 풍덩 빠뜨리고 동하도 합세합니다. 잠시 뒤 동인, 동진이도 형님들을 따라 돌을 던지고 유선이와 조안이는 호박가게를 차립니다. 민교가 동하가 돌 댐을 만들자 쌍둥이들은 또 형님들을 따라 얕고 작은 돌 댐을 열심히 쌓습니다. 한참을 놀다 먹구름이 몰려와 물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바로 소나기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고맙게도 아이들이 노는 동안 구름들이 기다려줬나 봅니다. 버스 승강장에 앉아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푸른 산과 물안개 그리고 쏟아지는 빗줄기가 참 아름답게 보입니다.
2011년 7월 15일 쇠 날(소서 9일째)
오늘은 모처럼 햇님이 방긋 나오셨습니다. 나무 위에선 매미들이 신나게 노래를 하고 조용한 학교 운동장을 지나가면 유치원 여섯 천사들이 재잘재잘 놀고 있습니다.
민교는 몇 밤자면 달 날이 되냐며 방학이 언제 끝나는지 물어봅니다. 여름 방학동안 못 보는걸 아쉬워해 그러는 줄 알았더니 엄마랑 오래오래 같이 있는 게 좋다네요.^^;
걸레를 들고 다니며 유치원 구석구석 청소도 하고 걸레도 빨아 널어줍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이 송글송글. 갑자기 불어난 모기떼들이 여기저기를 간지럽힙니다. 유치원 마루는 여기저기 빗물이 새서 나무가 젖고 썩어 있습니다. 콩기름 칠을 해야 할 듯 합니다.
산책을 나가서는 고기도 잡고 함께 놀던 산과 들과 꽃과 나무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이불과 옷을 보자기에 싸고 오래 못 본다며 시계, 뱅글이, 물구나무서기, 물레방아 뒤로 넘어지는 것을 해 달라고 합니다. 한번씩 하고 나서는 꼭 안기고 뽀뽀도 하고 집으로 갑니다. 긴 여름방학 동안 모두 건강하게 지내길 빌며 아이들을 보냅니다.
이 여름이 끝나면 훌쩍 자라서 오겠지요? 귀여운 천사님들이 많이 그리울 듯 합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이 글을 써 두었었는데 어느새 개학이네요.^^
아이들 만날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레입니다. 저는 오늘도 천국으로 출근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