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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9-02 20:07
유치원 아이들 처서 지낸 이야기 (2011.8.29-9.2.)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394  
 
2011년 8월 29일 달 날 (처서 7일째)
여름동안의 긴 쉼을 끝내고 유치원에 오는 첫 날입니다.
모처럼 맑게 갠 하늘엔 햇님이 방긋 웃으시고 밤나무엔 초록 밤송이가 달려 있습니다.
민교는 소원대로 방학동안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이 적었던지라 오늘을 유치원에 안 오고 엄마와 지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섯 아이들만 등원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유치원과 산과 들과 나무들 형님과 동생들이지만 장난감을 이것저것 꺼내어 놀이를 하다 보니 다시 낯익은 풍경입니다.
5살 동인이와 동진이는 식사 도우미도 척척 잘 해냅니다. 옷갈아 입는 모습도 더 능숙해지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잠이 들지도 않았네요. 여름방학동안 보이지 않게 참 많이 자랐나 봅니다. 동하와 유선 조안이는 밥 먹고 댐 공사를 하자며 토론을 합니다. 댐 공사를 하려면 밥도 많이 먹어야 한다며 두 그릇씩 뚝딱 먹고는 밖으로 나가 삽으로 흙을 푸고 물을 날라다 부으며 공사를 합니다. 나기를 할 때는 현미 선생님께 물레방아, 시계 뱅글이를 해 달라며 흔들고 매달리고 돌기를 하더니 놀이기구 선생님이라고 좋아라하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조금은 낮설게 시작한 가을학기 첫 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듯 편안하게 마무리를 합니다.
 
2011년 8월 30일 불 날 (처서 8일째)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있지만 물기가 많고 더운 날입니다. 돌 틈에는 벌들이 윙윙거리고 벽 사이엔 귀뚜라미 노랫소리가 들립니다. 박명수 선생님께서 햇밤 몇 개를 주워다 주시니 오도독오도독 밤을 까먹습니다.
엄마와 함께 등원한 민교가 반가운 얼굴로 쪼르르 달려와 안기고 오늘은 여섯 아이들이 모두 모여 놀이를 합니다. 소꿉방의 모든 살림들을 옮겨 커다란 집을 꾸밉니다. 동인이와 동진이는 회오리라며 둘이 마주앉아 달팽이끈을 휘휘 돌리고 묶고 몸에 감기도 합니다.
산책을 가서는 오리와 닭들에게 풀도 뜯어주고 냇가에서 배도 띄우고 물놀이도 합니다. 그 사이 선생님은 밭에 풀을 뽑고 배추 심을 준비를 합니다. 그 옆에서 소리 없이 밤과 벼들이 익어 갑니다.
 
2011년 8월 31일 물 날 (처서 9일째)
담 밑엔 봉선화가, 냇가엔 물봉선이 분홍빛으로 웃고 있네요. 담장을 타고 자라난 호박 덩굴 사이사이 노란 꽃과 주렁주렁 매달린 호박이 탐스러워 보입니다.
유치원으로 달려온 여섯 천사들. 오늘은 유치원 전체에 사다리로 담을 만들어 각자의 집들을 짓느라 분주합니다. 선생님들이 아침 만남을 할 때면 놀던 걸 모두 멈추고 달려와 옆에서서 노래를 합니다. 어떤 아이는 선생님의 손을 잡고 춤도 추고 어떤 아이는 작은 종이 벽돌 두 개를 쌓아놓고 그 위에 올라가 노래를 합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진지하고 귀여운지.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작은 노래공연을 합니다.
산책을 나가니 햇살이 따갑습니다. 유선이와 동하는 냇가로 탐험을 가고 동인이 동진이가 그 뒤를 따라 다닙니다. 민교와 조안이는 6살 나무에 올라가 있습니다. 그동안 선생님은 배추 모종을 심습니다.
점심엔 호박볶음에 오이무침. 밥에 썩썩 비벼 먹으니 꿀맛입니다. 초등 형님들이 텃밭에서 키운 채소들이라 그런지 맛이 더욱 좋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런 채소들은 아이들도 무척 잘 먹습니다.
여름동안 열린 열매들을 따다 먹고 겨울동안 먹을 채소들을 심은 날 이었습니다.
 
2011년 9월 1일 나무 날 (처서 10일째)
가을이 되었건만 여름동안 비가 오느라 덜 더워서 아쉬웠는지 아침부터 햇살이 따갑습니다. 어제 심은 배추 모종이 말라죽을까 걱정이 되어 아침부터 물을 주고 보살펴줍니다. 어릴적엔 더 보살펴주고 사랑을 줘야 나중에 튼실하게 자라게 된다는데 사람과 똑같은 듯합니다.
복숭아, 당근, 사과를 썰어 오미자 효소에 섞어 화채를 만들어 먹습니다. 그동안 형님들 요리하는 걸 지켜보기만 하던 동인 동진이도 썰기에 도전합니다. 처음엔 왼손은 놀고 오른손으로만 칼질을 하더니 왼손으로 야채를 잡고 제법 안정감 있게 칼질을 합니다. 그러다 힘이 들면 왼손으로 칼을 옮겨 잡고 썰기도 합니다. “아! 맛있다.”며 새콤 달콤 시원한 화채를 두 그릇씩 뚝딱 먹습니다. 산책을 나갈 땐 햇밤 하나를 주워 먹고 원두막으로 달려가 여우야 놀이 ,다람쥐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등 이것저것 바꾸어 가며 한참을 놀더니 시냇가로 달려가 배를 띄우고 놀이를 합니다. 커다란 나무 판을 옮겨달라더니 그 위에 올라타고 판자타기 놀이를 합니다. 동하는 노까지 저어가며 제법 중심을 잘 잡고 올라탑니다. 민교는 윈드써핑이라도 하듯 판자위에서 몸을 흔들고 조안이는 퐁당 물속으로 떨어져도 신이 나서 웃습니다. 유선이는 나무 날에는 물에 안 들어간다며 물 바깥에서 놀더니 어느새 발을 조금 담그고 있네요.
여름 끝에 남은 더위가 들판의 열매를 익히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며 신이 납니다.
 
2011년 9월 2일 쇠 날 (처서 11일째)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 햇살이 따갑습니다.
유치원 대청소를 한 후 주먹밥을 만들어 보림사로 갑니다. 동진 동인이는 메뚜기를 발견하고는 “뭐가 자꾸 뛰어요.” 하며 쫒아 다닙니다. 그러다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한참을 심각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서 있습니다. “야! 도토리다”작고 귀여운 도토리를 줍는 6살 아이들. 동하의 모자에 주워 모으기로 합니다. 몇 발짝 올라가다 도토리만 보면 한참을 멈춰 서서 도토리를 줍습니다. 하지만 속을 까보니 벌레 먹었거나 썩어 있네요. 더 튼실한 열매들을 키우기 위해 약한 놈들은 일찍 떨어진 모양입니다. 나무 그늘이 나올 때마다 그늘 아래서 땀도 식히고 물도 마시며 쉬어쉬어 올라가는 길. 초등형님들은 어느새 보림사에 올라갔다 내려옵니다. 이제야 올라오며 형님들이 얘기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도 따고 열매도 주워가며 아주 천천히 올라갑니다.
드디어 보림사에 도착해 부처님께 절을 하고 맛있게 주먹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열심히 방아깨비를 쫓아다니기도 하고 잡기 놀이도 하다가 유치원으로 돌아옵니다.
이른 가을 열매들이 떨어진 가을 길. 유난히 햇살이 뜨거웠던 가을 문턱에서 다녀온 가을학기 첫 먼 산책이었습니다.

조영미 11-09-04 09:12
 
이 가을도 풍성하겠지요...고맙습니다.
박병현/조미란(… 11-09-07 12:30
 
오미자화채가 너무 맛난는지 조안이는 집에 오미자없냐구 하더라구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