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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0-07 00:17
유치원 아이들 추분 지낸 이야기 (2011.9.26-9.30)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459  
 
2011년 9월 26일 달 날 (추분 4일째)
흰구름이 가득 내려앉은 산골 마을에 여섯 아이들이 체조를 합니다. 형님 발 아우 발을 열심히 돌리고 있는데 철푸덕 주저앉아 흙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알록달록 나뭇잎이 떨어진 가을 길을 지나 황금빛 벼들이 고개 숙인 가을 들판을 지나 유치원으로 달려갑니다.
오늘은 조안이가 유난히 힘이 없습니다. 난 선생님의 고양이라며 얼굴을 부비고 바느질하는 선생님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의 사랑을 먹고 싶은 모양입니다. 잠시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등이며 다리 발가락을 마사지 해주니 깔깔대며 간지럽고 아프다고 합니다. 힘이 없어 정리할 힘도 없다고 하는 조안이입니다.
장난감 가위로 스스로 이발을 했다는 동진이는 이마 가운데가 핀을 꽂은 것처럼 훤히 나오는 기막힌 헤어스타일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게 합니다. 오늘은 삼동이들이 유난히 들떠 있습니다. 동하는 동생들을 데리고 들개 놀이를 하면서 과격하게 뛰고, 부딪히고 넘어다니는 놀이를 합니다. 평소 소리 없이 마주 앉아 속닥이며 놀이를 하던 동인이와 동진이도 형들을 쫓아 까르르 웃기도 하고 큰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뛰어다닙니다. 이럴 땐 주말에 뭘하고 왔는지 참 궁금해집니다. 그렇다고 열심히 현재를 사는 아이들에게 물어 볼 수도 없고...... 유선이는 예전과 다름없이 소꿉방을 창고로 꾸며놓고 분주히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간식으로 단호박을 쪄주니 맛나게 먹습니다. “우리 엄마는 단호박이 안 나올 때 호박을 사서 맛이 없게 먹었다”고 유선이가 얘기하자 “난 귤을 먹었다.”며 지금도 귤이 나온다고 합니다. 철모르는 음식 먹지 말고 제철 음식 먹어야 아이들이 철이 들 텐데......하고 속으로 생각해 봅니다. 산책을 나가니 여기저기 톡톡 밤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주말동안 커다란 밤송이들이 익어 입을 벌리고 달려 있습니다. 현미 선생님이 막대기로 밤을 털고 아이들은 신나게 줍습니다. 민교는 발로 밤송이를 까고 유선이와 동하는 커다란 밤들만 골라 주으며 집에 가져가겠다고 합니다. 그 옆에서 동인이와 동진이는 제법 능숙하게 밤을 까먹고 조안이는 여전히 힘이 없다며 까 논 밤들만 오도독 먹습니다. 실내에서는 정신없이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드넓은 자연의 품으로 나오니 참 평화로와 보입니다. 자연이 아이들은 평화롭게 해 주는 건지 막혀있는 공간이 아이들을 답답하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나무 그늘에 앉아 빨갛게 익은 토마토, 초록 오이, 오도독 밤을 까먹고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 풀숲에 뛰어노는 메뚜기 몇^^을 구경하고 유치원으로 돌아갑니다. 마루에 앉아 푸른 자연을 벗 삼아 점심을 먹으니 아이들도 좋은지 맨날 여기서 먹느냐고 물어봅니다. 잔뜩 밤을 까먹은 동인이는 밥을 먹기 전에 응가를 한 번하고, 열심히 까느라 조금밖에 못 먹은 동진이는 평소와 다름없이 아무 말 없이 오직 먹는 데만 집중해 두 그릇 뚝딱 먹습니다. 이를 닦고 마당에 나가서는 황토 흙을 체에 걸러 쿠키도 만들고, 모래흙을 걸러 설탕이라고 뿌리며 놀이를 합니다. 감나무에 덜 익을 홍시가 발갛게 미소 지으며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2011년 9월 27일 불 날 (추분 5일째)
하얀 안개가 내려앉은 마암리 마을길엔 황금빛 벼들이 출렁출렁 춤을 춥니다. 굵은 알밤들이 익어 후두둑 떨어지고 감나무엔 잘 익은 홍시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코스모스 수줍게 웃음 짓는 길을 지나 유치원으로 들어갑니다. 따뜻한 차와 함께 찐 밤을 한바구니 까먹고 나니 유치원은 밤가루 천지가 됩니다. 유선이가 비와 쓰레받이를 들고와 청소를 합니다.
오늘의 놀이는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조안이와 민교는 개와 고양이가 되어 소꿉방 작은 테이블에 주인들이 먹을 식사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동하와 유선이는 그 개와 고양이를 주인으로 자신들이 지어 놓은 집안에 나란히 앉아 반죽을 하고 탁탁 두드리며 뭔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동인이와 동진이는 한쪽에 앉아 냄비뚜껑 팽이를 돌리며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눕니다. 창밖에서 구수하게 불 때는 냄새가 날아 들어와 구경을 나가니 현미선생님과 박명수 선생님이 봉선화 염액을 끓이고 계십니다. 내일은 봉선화빛 물들이기를 한다고 합니다. 소목과 치자를 함께 넣고 삶으면 빛도 좋고 여자들에게 좋은 성분이 된다고 합니다. 산책을 나가니 여기저기 밤송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입을 벌린 밤송이를 조안이와 동하가 털고 민교는 벗기고 유선이가 열심히 모읍니다. 그 옆에서 어제와 다름없이 동인이와 동진이는 열심히 밤을 까먹습니다. 가을 열매들이 풍성하게 익어, 보는 이도 모으는 이도 먹는 이도 배부른 날입니다.
 
2011년 9월 28일 물 날 (추분 6일째)
아침 6시 30분이 되자 해가 떠오르더니 저녁 6시 30분경이 되자 서산너머로 해가 넘어갑니다. 정말 딱 12시간동안 해가 떠 있는 때인가 봅니다. 추분 즈음엔 정말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나 봅니다. 하지만 오늘은 해가 뜨려다 다시 들어가니 하늘이 흐리고 어둡습니다.
오늘은 어제 끓여 두었던 봉선화로 빛 물들이기를 합니다. 하얀 천이 염료에 들어가자 노오란 귤빛이 됩니다. 민교를 시작으로 아이들도 손을 살짝 담가봅니다. 모두들 손이 귤이 됐다며 좋아합니다. 찬 물에 행굴 때는 서로 하겠다며 고사리 손을 넣고 천을 주물럭거립니다. 자- 이제 힘을 다해 천을 짤 시간. 조안이와 동인이가 열심히 천을 짜보지만 둘 다 같은 방향으로 돌리니 천이 그대로 있습니다. 민교는 어느새 흥미가 없어졌는지 옷이 젖었다며 옷을 갈아입고 옵니다. 천을 다 짜고 정리를 하는데 돌절구에 자리공 하나가 피어있습니다. 어디선가 발견한 물조리개로 물을 줘야 한다며 우르르 몰려들어 서로 물을 주겠다며 뿌려주니 금새 돌절구에 물이 가득차고 자리공은 물속에 잠긴 연꽃이 되었네요.
 
2011년 9월 29일 나무 날 (추분 7일째)
보슬보슬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나무 날 입니다. 후두둑, 나뭇잎에도 , 밤송이에도 꽃들에게도 산에도 들에도 조용히 비가 내립니다. “비는 왜 말이 없어요?”하고 동인이가 물어봅니다. “잘 들어봐요. 우산에 떨어질 땐 우산에게. 풀잎에 떨어질 땐 풀잎에게 말을 해요.” 하니까 “메뚜기에게도 말을 해요.”하며 동인이가 씩 웃습니다. 요즘 동인이와 동진이는 폴짤폴짝 뒤는 가을 벌레들과 저 높은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에 푹 빠져 있습니다.
오늘은 중등 과학선생님께서 유치원 구경하러 오셨습니다. 아이들은 키 큰 선생님이 나무라며 뛰어오르기도 하고 밥 먹고 간식을 먹을 때는 서로 옆에 앉으라며 선생님께 큰 관심을 보입니다. 슬쩍슬쩍 곁눈질로 선생님을 관찰하던 동인 동진이, 너무 잘 하려고 애쓰다가 아침시를 틀리고 맙니다. 아이들이 모두 웃자 화가 난 동인이는 한참을 삐져 있습니다.
비옷을 챙겨 입고 산책을 나갑니다. 밤나무에게 들러 떨어진 밤이 있나 살펴보고 냇가에 가서 밤 껍질 배도 띄워봅니다.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자 동진이가 “가을비가 장맛비 보다 더 많이 와요.” 합니다. 비가 내리니 유치원 텃밭의 배추들도 생기가 돕니다. 벼들도 가을비에 촉촉하게 젖어 있습니다. 원두막에 물이 들어와 있어 들어갈 수 없자 민교는 걸레로 물기를 닦겠다며 휘휘 걸레질을 합니다. 민교가 닦아준 원두막에 들어가 앉아 있으려니 주루룩 뚝뚝 여기저기서 빗물이 들어옵니다. 할 수 없이 다시 비옷을 입고 유치원으로 돌아갑니다.
점심을 먹고 나더니 오늘은 비가 오니 안에서 놀고 싶다고 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놉니다. 엄청 센 회오리, 온갖 무기들, 무지개를 그리고 이야기를 들은 후에 꿈나라로 갑니다.
 
2011년 9월 30일 쇠 날(추분 8일째)
어제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도 들판도 맑게 개어있습니다. 밭에 콩들은 누렇게 변해가고 배추와 무는 하루가 다르게 커져갑니다. 버스에서 내려 콩콩콩 체조를 하고 들기를 하려는데 조안이가 오늘은 아침밥을 못 먹어 힘이 없다며 앞을 막고 안겨 매달립니다. 한 주 내내 선생님 주변을 떠나지 않고 매달리고 안기고 하는 조안이는 뭔가 마음으로 원하는게 있는 모양입니다. 조안이를 따라 동하도 아침 3숟가락밖에 못 먹었다며 배가 고프다며 오늘 아침엔 어떤 간식을 줄거냐고 묻습니다. 떡 간식을 줄까? 했더니 무지개떡을 달라고 합니다. 무지개떡은 없다고 하니 그림으로 그려 도깨비 방망이로 나오게 하겠다며 유치원에 들어가자마자 그림을 그립니다. 여섯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무지개떡을 그립니다. 유선이는 도깨비 방망이도 만들어서 두드리고 떡을 가위로 오려 간식 접시에 나누어 줍니다. 오늘은 유선이의 그림 무지개떡도 함께 먹습니다. 동하는 화산을 그려 보여줍니다. 백두산의 화산과 후지산의 화산을 보여주며 어떤게 더 마음에 드는지 물어봅니다. 7살의 동하는 화산과 같은 내면의 변화를 격고 있는 모양입니다. 간식을 먹고 마라톤연습을 하러 금강변으로 갑니다. 쌀쌀한 바람과 따스한 햇님이 어우러지는 강변을 달려갑니다. 오늘은 2바퀴! 5000M에 도전합니다. 동하, 동인, 민교 순으로 선두 그룹이 달리고 그 뒤를 조안, 유선이가 쉼 없이 한결같은 느린 속도로 열심히 달려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안이가 치맛자락을 잡으며 “난 많이 뛰면 토한단 말예요.” 하며 울먹입니다. 더 이상 못 뛰겠다는 조안이식 표현입니다. 그래서 조안이 손을 잡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그 앞을 유선이가 시종일 같은 속도로 달려갑니다. 아이들마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네요. 결국 너무 힘들어 못 뛰겠다는 말 대신 “나 달리기 싫어.” 라며 화를 내는 동진이를 제외하고 모두 5000M 완주를 해냅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동인이와 동진이는 깊고 깊은 꿈나라 들어가고 나머지 아이들도 자다 깨다 유치원으로 갑니다. 아이들은 자고 일어나면 새 몸이 된다더니 낮잠을 나고 나서는 다시 쌩쌩해져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이들의 빠른 회복의 힘이 참 부러운 날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주간 지낸 이야기였습니다.

조영미 11-10-07 01:59
 
재밌네요~. 고맙습니다.
정은영(석환) 11-10-07 20:09
 
유치원 아이들 정말 잘 뜁니다. 작은 아이들이 뛰는 것 보면 참 대견스럽습니다.
유치원은 늘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