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꽃피는 사랑방/알콩달콩 이야기
 
 
작성일 : 11-03-19 02:09
유치원 아이들 경칩주간 지낸 이야기2 (2011.3.14-3.18)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538  

2011년 3월 14일 달 날
그늘진 계곡에는 아직 얼음이 남았지만 땅은 녹아 폭신폭신하고 시냇물은 힘차게 흘러가는 포근한 경칩 두 번째 주를 시작합니다. 물기 있는 논을 지날 때면 개구리들의 노랫소리가 우렁차고 여기저기 개구리 알들도  보입니다.
귤차를 마시고 아이들은 다함께 아침놀이를 합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를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합니다. 그런데 그 꽃 이름이 참 다양합니다. 도라지꽃도 피고 별꽃, 토끼풀꽃 개나리꽃 민들레꽃 제비꽃......
 캥거루 옷을 입은 민교가 “나 캥거루다요.”하고 팔짝 뛰며 조금 늦게 유치원에 들어옵니다. 아이들의 놀이는 무지개 놀이로 바뀝니다. 술래가 색을 말하면 그 색의 옷을 입은 아이가 한 발 앞으로 가는 놀이인데 아이들은 참으로 많은 색을 알고 있습니다. 연파랑, 연노랑, 연분홍을 부르는 민교. 빨강, 남색, 흰색, 핑크, 빨강 등의 다양한 색을 부르며 아이들이 공평하게 움직이도록 놀이를 유도하는 7살 동하와 6살 조안. 살구색이라고 말하고 모두의 얼굴이 살구색이라며 모두 움직이라하는 유선. 동인, 동진이는 놀이 내내 속닥속닥 둘이서 이야기를 하다가 네 색깔이 나왔으니 형들이 움직이라고 하면 폴짝폴짝 뛰며 좋아합니다.
아침내 하늘을 덮었던 구름들이 물러가자 해가 반짝 환한 미소를 드리웁니다. 오늘도 나물을 캐러 오리장 위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며칠 못 본 사이에 봄나물들이 쑥쑥 자라 있습니다. 쑥도 꽤 자라 뜯어 먹을 만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쑥 먹고 쑥쑥 자라겠지요?
아이들은 어느새 냇가로 달려 나갑니다. 선생님들이 땅에서 봄을 만나는 동안 아이들은 물 속에서 봄을 만납니다. 새봄에 깨어난 다슬기와 물고기를 잡고 나뭇잎 배를 띄우며 아이들은 그렇게 다가오는 봄님을 만납니다.

2011년 3월 15일 불 날
아침엔 구름이 끼어 흐리더니 햇살이 퍼지자 따뜻해집니다. 손이 발이 되는 요가를 하며 소가 밭을 가는 놀이를 해보고 나들이를  갑니다.
오늘은 유치원 텃밭을 만드는 날입니다. 마른 풀을 걷어내고 삽으로 흙을 뒤집어 줍니다. 아이들은 몇 삽 푸다가는 쪼르르 그네로 철봉으로 냇가로 뛰어가 놉니다.
새참 시간이 되자 모두 달려와 당근, 사과, 복숭아 효소를 먹습니다. 그리고 다시 밭갈이가 시작되자 몇 삽 푸던 아이들 다시 놀러갑니다. 선생님들은 열심히 돌도 골라내고 거름도 뿌려주고 마른 나뭇잎과 덤불이불도 덮어줍니다. 놀이를 하던 아이들은 가끔씩 들러 돌을 한 두 개씩 날라주고 갑니다. 그냥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과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은 농사를 짓는 일도, 먹고 노는 일도 참으로 자유스러워 보입니다. 모든 것에 걸림이 없는 이 아이들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2011년 3월 16일 물 날
봄을 시샘하는 겨울님이 다시 찾아 온 듯. 땅은 다시 딱딱해지고 논에는 살얼음이 얼어있습니다. 오후에는 하얀 눈발이 날립니다. 땅이 얼어 오늘은 밭갈이도, 나물 캐기도 못하고 불을 지펴 손을 녹이며 햇살 아래서 놉니다. 거센 바람이 불어와 지펴놨던 불이 커지자 아이들은 불이 났다며 막대기에 물을 묻혀와 두드립니다. 마침 초등 형님들은 화재 대피 훈련을 하느라 모두 마당으로 나와 있고 우리 아이들도 덩달아 뛰어갑니다. 불이 나면 자기가 끌거라며 비장한 표정을 짓는 아이도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아이들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연극 놀이를 합니다. 유치원 한쪽에 종이 벽돌로 오누이의 집을 짓고 작은 바구니에 하얀 조약돌을 담아 광주리에 담긴 떡을 합니다. 달팽이 끈으로 수수밭을 만들고 작은 의자 두 개를 붙여 나무와 그 옆에 옥황상제님이 사시는 하늘나라를 만듭니다.  그리고 호랑이 집도 만들었네요. 민교와 조안이는 오누이를 하고 유선이가 호랑이, 동하는 옥황상제. 선생님께는 어머니를 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쌍둥이는 관객이 되어 연극놀이를 합니다. 아이들은 이야기 속의 그 무엇이라도 만들어 내고 어떤 역할이라도 그대로 해 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듯합니다. 우리 모두에겐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2011년 3월 17일 나무 날
아침엔 쌀쌀했지만 햇살이 퍼지자 따뜻해집니다. 벚나무, 매실나무에 맺힌 꽃망울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집니다. 자유놀이 시간에 아이들은 정원을 만들어 소개 합니다. 달팽이 끈을 말아 꽃을 만들었다며 보여줍니다.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꽃다지, 제비꽃, 장미, 목련꽃...등이 피었다고 하네요. 아이들은 이제 곧 어떤 꽃들이 필지, 또 그 꽃들은 어떤 빛깔이고 어떤 모양일지 다 알고 있는 듯합니다.
바깥 나들이는 새로 만든 텃밭으로 갑니다. 선생님들이 땅도 좀 더 파고 흙도 골라내고 하는 동안 아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놉니다. 동하와 민교는 냇가에서 나무토막 띄우기를, 유선이와 조안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네를 타고, 동인이와 동진이는 모래 놀이터에서 케이크를 만듭니다.
점심은 원두막에서 양푼이 비빔밥을 먹습니다. 맵다며 혓바닥을 바람에 식히기도 합니다. 비빔밥을 다 먹고도 숟가락을 놓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굽지 않은 돌김에 밥을 싸 주자 맛나게 먹습니다. 김과 밥 고유의 맛을 느끼며 봄 햇살 아래서 먹는 밥은 꿀보다 맛있나봅니다.
별님이 소곤소곤 이야기해주는 시간에는 조안이가 일찍 귀가를 하고 다섯 명의 아이들이 앉아 주먹이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관람합니다. 한 달 동안 상상 속에서 듣던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만나니 더 재미있는 듯 아이들은 이야기 속으로 쏙 빠져듭니다. 그리고는 꿈나라로 가서 꿀잠을 잡니다.

2011년 3월 18일 쇠 날
물이 고여 있는 곳엔 살얼음이 얼어 있지만 하늘엔 아침구름이 산책을 나오고 새들은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봄날입니다.
나비는 새봄에 아가를 낳으려는지 배가 불룩합니다. 임신한 나비를 위해 초등 형님들이 멸치를 가져다줍니다. 고마운 형님들!
그런데 차와 매실을 먹던 유치아이들이 갑자기 마루로 달려 나갑니다. 아침모임을 하는 선생님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흥겹게 춤을 추네요. 부끄럼쟁이 동인 동진이도 폴짝폴짝 뛰며 춤을 춥니다. 하하하^^ 모두가 행복해지는 봄날 아침입니다.
쇠 날마다 하는 유치원 대청소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쌓인 먼지까지 닦아 줍니다.방과 문, 신발장 마루를 닦고 또 닦습니다. 신발장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다듬이돌을 걸레로 닦은 아이들이 아까와 다른 돌이 나왔다며 선생님을 부릅니다. 햐~~ 정말 먼지와 때를 닦아내니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우리네 마음도 그렇게 닦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바깥나들이는 텃밭으로 갑니다. 2학년 형님들이 감자 심기를 도와주러 오셨네요. 형님들의 손길이 닿으니 어느새 이랑과 고랑이 생기고 제법 그럴싸한 밭이 되었습니다. 잠시 쉬는 시간. 당근과 복숭아 효소 간식을 먹고 감자를 잘라 재를 묻힌 후 이랑에 심어준 후 다시 풀 이불을 덮어 줍니다. 이랑을 만들고 감자를 심는 내내 아이들은 가끔 와서 들여다 보고 다시 자기 놀이를 하기에 바쁘네요. 2학년 아이들이 왜 유치원 아이들은 일을 안 하느냐고 묻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은 노는 게 일이고 공부 인 것을 이해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오늘도 점심은 원두막에서 2학년 언니들이 뜯어다준 냉이를 넣고 봄나물 비빔밥을 먹습니다. 밥을 먹고 선생님은 다시 새 밭을 일구시고 아이들은 저마다의 놀이를 즐깁니다. 가끔 아이들이 달려와 돌도 골라주고 풀이불도 덮어 주고는 다시 봄 햇살 속으로 뛰어갑니다.



조영미 11-03-20 12:03
 
  감사합니다....
정은영(석환) 11-03-20 22:31
 
  봄볕처럼 따사롭고 포근한 두 분 선생님들 덕분에 아이들이 봄햇살을 닮아 가는 것 같습니다.
항상 고마운 마음 가득 합니다.
조미란(박조안) 11-03-22 23:56
 
  항상 즐거운 글 감사합니다. 조안이는 정말 열심히 먹고 노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