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꽃피는 사랑방/알콩달콩 이야기
 
 
작성일 : 11-11-01 00:41
유치원 아이들 한로 지낸 이야기2(2011.10.17-10.21)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191  

 
2011년 10월 17일 달 날 (한로 9일째)
 지난 주말 비가 내리고 나더니 기온이 뚝 떨어져 몹시 추운 아침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내복을 챙겨 입었고, 겨울 잠바를 입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하늘은 파랗고 청명합니다. 민교는 자기 잠바는 개털 잠바라며 엄청 따뜻하다고 자랑을 합니다. 그 옆에서 다른 아이들도 내 잠바 따뜻하다고 합니다. 간식을 먹고 동하를 중심으로 남자 아이들은 전쟁놀이를 합니다. 훈련을 받는 거라고 하는데 소리 지르고 뛰고 휘두르고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시끄러운 실내를 벗어나고 싶었는지 여자 아이들은 줄넘기를 한다며 달팽이끈을 들고 마루로 나가 줄넘기 연습을 합니다. 간신히 한 번을 넘고는 얼마나 좋아하는지...
 점심을 먹고 나서는 호미를 하나씩 들고 싶은 구덩이를 팝니다. 내가 판 구덩이가 얼마나 깊은지 설명하며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는 얼굴들입니다. 모래 옆에 종이박스를 깔아놓고 쉬는 곳이라며 땅을 파다 힘들면 쉬어가기도 합니다.
 춥지만 아직 흙놀이를 할 수 있을 만큼 햇살이 따스한 날입니다.
 
2011년 10월 18일 불 날 한로 10일째)
 어제보다 기온이 더 떨어져 마암리엔 하얀 서리가 내려 있습니다. 햇살이 퍼져도 춥다 소리가 나옵니다. 난로를 틀어놓으니 따뜻하다며 그 앞에서 놀이를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민교가 ‘말하는 아궁이’라는 연극을 보여 준다고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앉아 구경을 하고 있네요. 간식을 먹고 나서는 남자 아이들은 어제에 이어 싸움 놀이를 합니다.
 오늘도 동하의 지휘아래 과격한 싸움 놀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7살 동하가 싸움 놀이를 주도하고 6살,5살 남자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선호하는 놀이인지 아님 형이 좋아서 그런 건지 별거부 없이 싸움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소란스러움이 싫은지 여자 아이들은 오늘도 마루로 나가 줄넘기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겉옷과 조끼도 벗어놓고 열심히 뛰더니 속닥속닥 고개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뭔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산책을 나가서는 민교와 유선이는 3학년 벼베기를 구경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원두막으로 달려갑니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뛰어 놀다보니 어느새 열이 나는지 잠바도 벗어버리고 신이 납니다.
 배추에 물을 주고 호박 밭을 살피는데 그 사이 새벽에 내린 서리에 잎은 모두 얼어 버리고 누런 호박 하나가 뒹굴고 있습니다. 역시 한쪽이 얼어있네요. 때 이른 추위가 호박을 이렇게 만들었네요. 아직 덜 여문 채 떨어진 호박으로 호박죽을 끓였는데 별 맛이 없네요.
 
2011년 10월 19일 물 날 (한로 11일째)
 새벽에 서리가 내리고 기온이 내려가 쌀쌀합니다. 하지만 햇살이 퍼지며 바람이 따뜻해 지더니 한 낮에는 내복까지 입어 그런지 열기가 느껴집니다. 유치원으로 달려온 유선이가 눈을 감아보라더니 황금메달을 걸어 줍니다. 현미 선생님은 벌써 노란 목걸이를 달고 계십니다. 핑크 마라톤하고 메달 받았던 것을 모방해 만들어 선물을 하는 듯합니다. 아이들의 모방력이란! 참으로 놀라울 정도입니다. 쏜살같이 달려온 동하는 뭔가를 열심히 만들더니 빨간 냄비 뚜껑에 달팽이 끈을 달아 현미 선생님께 걸어 드립니다. 메달 선물이라네요.^^
 아침 간식을 먹고 조안이는 혼자서 펠트 끼우기를 하며 선생님들께 말을 겁니다. 오늘은 아이들과 놀고 싶지 않은가 봅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도둑잡기 놀이, 줄넘기 등을 하며 어제에 이어 뛰고 달리고 하며 소란스럽게 놀이를 합니다.
 냉이를 캐러 초등텃밭으로 나가니 와~ 언제 이렇게 냉이들이 자랐는지 온통 냉이 천국입니다. 여기보라며, 냉이가 있다며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 선생님 주변에 모여 앉아 냉이를 캐기 시작합니다. 동하는 호미가 불편한지 긴 막대기로 흙을 파고 유선이는 냉이 캐 가져갈 봉지라며 집에서 미리 준비해온 큰 비닐 봉지에 잠시도 쉬지 않고 냉이를 캐 모읍니다.엄마가 많이 캐 오랬다며....... 민교는 호미로 몇 번 캐더니 조안이와 냉이 택배. 동인이와 동진이는 열심히 냉이 이파리만 뜯어 들고 와 냉이를 캤다며 보여줍니다. 아직 뿌리까지 뽑기에는 힘과 기술이 부족한가 봅니다. 한참 신나게 냉이를 캐고 있는데 민교는 실증이 났는지 배가 고프다며 밥 먹으러 가자고 조릅니다. 일을 해서 밥이 더 맛있을 거라며 오늘은 밥을 세 그릇 먹겠다고 합니다. 모두가 캔 냉이들은 한 바구니에 담아 똑같이 나누어 집으로 가져 갑니다. 아마도 오늘 저녁상에 냉잇국이나 냉이된장찌게가 올라오겠지요?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향긋한 냉이선물을 받은 행복한 가을날입니다.
 
2011년 10월 20일 나무 날 (한로 12일째)
 날이 많이 풀려 따스합니다. 가끔 먹구름들이 몰려와 어두워지기도 하지만, 바람님이 구름을 데려가고 환한 햇님이 나오시니 바람이 다시 부드러워 집니다.
 어제 캔 냉이와 동인, 동진이가 냉이 캐다 발견한 당근, 그리고 양파를 넣고 냉이전을 부쳐먹고 놀이를 합니다.
펠트끼우기를 하는 유선이와 조안이에게 웃기기 놀이를 하자고 동하자 제안을 하자 돌아가며 웃기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금새 실증이 났는지 민교와 동하가 마술을 보여 준다고 합니다. 소꿉방 살림들을 모두 꺼내놓고 부산하게 준비를 하더니 드디어 마술을 보여줍니다. 마술 구경을 하며 유선이와 조안이는 펠트 끼운 것을 보여줍니다. 한편 유치원의 다른 한쪽 공간에선 동인이와 동진이가 천을 휘휘 저어가며 놀고 있습니다.
 산책을 나가서는 임금님 놀이를 합니다. 동하는 임금님, 유선이는 공주, 조안이는 천사 민교는 왕궁의 마차, 동인이와 동진이는 문지기라고 하네요.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그리고 집에 갈 때까지 이 상상 놀이가 계속됩니다. 내일도 이 놀이를 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이런 놀이를 했다는 걸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네요.^^
 상상의 나라에서 참 행복한 아이들입니다.
 
2011년 10월 21일 쇠 날 (한로 13일째)
 하늘은 잔뜩 화가 난 빛깔입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어둡습니다. 해가 안 나오고 날이 어두워서 그랬는지 오늘은 모두들 아침을 못 먹고 왔다고 합니다. 양말을 못 신고 온 아이도 있네요. 아침시간 얼마나 서둘렀을까? 아침도 못 먹여 보낸 부모님들 마음은 얼마나 안 좋으셨을까? 생각해보며 감자를 볶아 차와 함께 먹습니다. 아침 간식을 든든하게 먹고 보림사로 나들이를 갑니다. 지난주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유선이. 천천히 가면 보림사에 못 도착하고 돌아와야 된다며 빨리 올라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꽃도 보고 비행기도 보고 갈색 사마귀도 구경하고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가재도 옮겨주느라 아이들 발걸음은 점점 더 느려집니다. 동인이가 나무 씨앗을 주워서는 이것 보라며 어떤 메뚜기 날개 같다고 합니다. 나무의 씨앗이라고 설명해주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커다란 나무에 그 메뚜기 날개가 수백개나 달려 있습니다. 와! 하며 아이들은 그것을 따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씨앗 하나를 주워 날리니 헬리콥터처럼 뱅글뱅글 돌며 떨어집니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몇 번이고 씨앗을 주워 떨어트려 봅니다. 민교는 어느새 억새를 찾아 꺽어 달라고 합니다. 그러자 씨앗헬리콥터 놀이는 막을 내리고 우르르 몰려들어 나도 그거 꺽어 달라고 아우성. 곧 억새풀을 하나씩 흔들며 걸어 올라갑니다. 이리 우르르~ 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아이들은 따라쟁이들인가 봅니다.
 노랗게 빨갛게 파랗게 물든 가을 길을 걷는 일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작은 것 하나도 신비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들과 함께 걷다보니 어른인 나도 아이들에게 물들어 즐거워집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가을 길에서 한로 지낸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