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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1-15 15:17
유치원 아이들 입동 지낸 이야기 (2011.11.7-11.11)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234  

 
2011년 11월 7일 달 날 (상강 15일째)
짙은 안개와 회색 구름 그리고 쌀쌀한 바람이 아닌 부드러운 바람이 부는 겨울학기 첫째 날입니다. 일주일간의 겨울 들기 방학을 잘 쉬고 왔는지 아이들의 얼굴이 반짝거립니다. 머리카락도 반들반들 윤이 납니다. 동인이와 동진이는 일주일새 부쩍 자라 있는 듯. 오랜만에 만나면 쑥스러워 눈도 못 마주치더니 아침부터 신이 나 있습니다.
유치원 마당으로 들어서니 메타쉐콰이어 이파리들이 소복이 쌓여 있습니다. 아이들이 오르내리던 은행나무엔 잎이 모두 떨어져있고 단풍나무는 노랑 주황 빨강빛 잎들을 달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잎이 모두 떨어진 은행나무를 발견한 아이들 “와~ 나무가 대머리가 됐다.”며 나무와 인사를 하네요. 밤나무도 은행나무도 감나무도 모두 대머리가 되었네요. 산책을 나가는 길가엔 밤나무 잎들이 소복소복 쌓여 갈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 합니다.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밤 잎 비를 뿌려봅니다. 서로에게 뿌려주기도 하고 자신이게 뿌리기하고........
겨우 일주일 못 만난 풍경일텐데 그 변화는 놀라운 정도입니다. 아! 이래서 겨울들기 방학을 하는구나! 절로 이해가 갑니다. 동인 동진이는 지난 가을학기 내내 관찰했던 형님들의 놀이를 따라합니다. 철봉에 매달리기, 평행봉 오르기, 그네타기. 그 짧은 다리를 쭉쭉 뻗어 끙끙 대며 올라가고 매달리고 합니다.
유선이와 조안이는 서로 날 좀 보라며 철봉 앞돌기, 원숭이처럼 매달리기를 보여주고 민교와 동하는 평행봉 꼭대기에 올라가 중심잡고 서 있는 묘기를 보여줍니다. 가을동안 열심히 하더니 일주일새 갑자기 쑥 성장한 듯합니다. 참 신기합니다. 겨우 일주일이었을 뿐인데 풍광도, 아이들도 이렇게 달라져 보인다니....... 일주일 새 누가 마술이라도 부린 듯하네요.
 
2011년 11월 8일 불 날 (입동 1일째)
절기상으로 겨울에 들어가는 날이지만 하루 종일 따뜻하니 봄이 다시 오는 듯합니다. 하늘은 검은 구름들이 몰려왔다 잠시 해가 나오기도 하고 앙상한 가지들만이 그래도 겨울이 오고 있다고 알려주는 듯합니다. 밤을 쪄서 백초차와 함께 아침 간식을 먹습니다. 숟가락으로 밤을 파먹는 게 힘들 들었는지 조금하다 못하겠다고 하는 아이. 옷에 바닥에 입으로 들어간 밤보다 더 많은 밤을 떨구고도 끝까지 열심히 밤을 파먹는 아이. 끝까지 야무지게 깨끗하게 파먹는 아이. 저마다 가지각색으로 밤을 먹습니다.
산책을 나갈 때는 사각사각 낙엽들을 밟으며 양손 가득 낙엽을 모아 서로에게 뿌리기도 하며 신이 납니다. 염색을 하느라 매달아 놓은 줄을 이용해 전철타기 놀이를 합니다. 줄을 잡고 달려갔다 다른 줄로 갈아타고 달려오기도 합니다. 안내방송은 동하가 맡았습니다. “탄방역 내리세요, 노은역...” 아는 이름들이 나옵니다. 어제부터 꽃밭을 꾸민다는 조안이와 유선이는 열심히 꽃을 찾아다 심어주고는 구경을 시켜줍니다.
꽃만 심어놓은 꽃밭, 단풍잎을 심어놓은 단풍잎 밭, 그리고 내일은 풀밭도 만들거라고 하네요.^^
점심을 먹고는 구덩이도 파고 파논 구덩이에 낙엽을 넣고 빠져보기도 하고 흙과 물을 반죽해 쿠키와 그릇 모양을 찍어내기도 합니다.
낙엽들이 아이들의 놀이 친구가 된 날입니다.
 
2011년 11월 9일 물 날 (입동 2일째)
겨울에 들었지만 여전히 따뜻한 날입니다. 하루 종일 검은 구름과 햇님이 나왔다 들어갔다 숨기장난을 합니다. 먼 산 나무들은 저녁놀을 빛으로 물들어가고 아이들의 빛칠 종이 위에도 가을빛이 물들여집니다.
유치원 안에서는 집도 짓고 인형극도 하고 놀더니 산책을 나가서는 어제에 이어 그네도 타고 평행봉놀이, 꽃밭가꾸기를 합니다. 그러다 남자 아이들이 그네에 모여 풀려있는 빨래줄을 이용해 놀이를 합니다. 동하가 그네에 끈을 묶고 민교와 동인, 동진이를 멀찍이 세우더니 그 끈을 잡아당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동하는 신나게 그네를 탑니다. 그런데 그네가 뒤로 물러날 땐 잡아당기기는 커녕 오히려 끌려가네요. 그래도 재미있는지 까르르 까르르 웃음 소리가 먼 산까지 퍼져 나갑니다.
 
2011년 11월 10일 나무 날 (입동 3일째)
하늘빛 회색빛 가끔 햇님이 나오시니 햇살 아래는 따뜻합니다. 아침인사를 하고 둥글레 놀이로 동방박사 연극을 합니다. 유선이는 마리아, 민교,동하,동진이는 동방박사,동인이는 양이 되어 선생님을 따라 노래를 부르며 연극을 합니다. 조안이는 마리아가 하고 싶었는지 오늘 연극에는 참여를 하지 않네요. 동인이와 동진이는 처음하는 연극이라 주로 말없이 관찰을 하고 민교는 멋진 포즈로 성물을 선물합니다. 7살 동하는 아이들에게 산책을 나가서도 이 연극 놀이를 하자고 자꾸 얘기해 보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연극에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하나 봅니다.
 
2011년 11월 11일 쇠 날 (입동 4일째)
일주일 내내 날이 흐리더니 드디어 새벽에 비가 내립니다. 아침엔 비가 그쳤지만 하늘이 잔뜩 구름으로 가득 차 있어 산행을 취소하고 유치원으로 들어갑니다. 바리바리 도시락을 싸 온 아이들은 왜 옥선 선생님  뒷산으로 안가냐고 묻습니다. 그래도 유치원에 들어가서는 장난감을 꺼내 신나게 놀이를 합니다. 매일 맛있는 간식과 식사를 챙겨주시던 유호영 선생님이 왜 안 오셨느냐며 주방 창문을 기웃거리니 아이들은 늘 하던 대로 안하며 영 어색하고 이상한가 봅니다. 오늘은 꽃동산으로 산책을 갑니다. 해와 함께 살짝 비가 내리니 비옷도 챙겨 입고 장화를 신고 질척한 논길을 지나 갈대도 따고 홍시도 주워 먹고 늘 가던 정자로 달려갑니다. 어제 했던 동방박사 놀이를 합니다. 마리아는 조안이, 요셉은 동하, 별은 유선이, 그리고 동방박사는 민교와 동진이, 동인이는 그냥 혼자 놀이를 합니다. 아직 노래가 익숙하지 않은지 선생님들께 계속 노래를 부르라고 합니다. 3번이고 4번이고 계속해서 같은 노래를 부르라며 요청을 합니다. 그 틈틈이 갈대 씨앗을 날리고 메뚜기도 보며 분주하네요.
따뜻한 입동, 겨울의 입구에서 한 주 지낸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