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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1-22 03:47
유치원 아이들 입동 지낸 이야기2 (2011.11.14-11.18)
 이름 : 대전교사회
조회 : 1,231  

 
2011년 11월 14일 달 날(입동 7일째)
겨울다운 쌀쌀한 날입니다. 풀잎마다 하얀 서리꽃이 내리고 바람은 차갑습니다. 햇살은 여전히 따스하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올 때 마다 “춥다”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오늘은 멀리 부산학사의 선생님께서 참관을 오셨습니다. 그리고 동인 동진이가 하늘에서 내려온 날입니다. 초등 형님들에게 늘 귀여움을 받는 쌍둥이들은 형님들이 선물한 팽이며 과자를 꼭 쥐고 들기를 합니다. 조안이는 유치원에 들어가자마자 선물을 만들고 유선이는 꼭 집에가서 풀러보라며 집에서 만들어온 선물을 주네요. 조금 늦게 들기를 한 민교는 구슬을 두 봉지 가져왔습니다. 별로 특별한 표시가 없는데도 동인이 것과 동진이 것을 구별해가며 나눠줍니다. 동하는 열심히 동생들이 초 켜는 것과 끄는 것 그리고 선물 구경하는 것을 도와줘야한다며 대신 다 해주네요.^^; 다른 사람이 그랬으면 화를 낼 텐데 친형이라 그랬는지 동인, 동진이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생일 축하가 끝나고 케잌을 나눠먹습니다. 동인이와 동진이가 고른 케잌이 달라 오늘은 케잌이 두 개나 있어 초등과 나눠먹습니다. 배가 아픈 민교는 죽을, 채식을 하는 유선이는 떡을 준비해 줍니다.
산책을 나가서는 셔요셔요를 뜯어먹고 아직 초록빛인 풀들을 모아 요리를 한다며 원두막으로 풀밭으로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오늘은 싸움놀이도 안하고 여섯 아이들이 오순도순 어울려 평화롭게 놀이를 합니다. 주로 놀이를 이끌어가는 동하가 평화로우니 아이들 놀이도 그 영향을 많이 받는 듯 합니다.
점심을 먹고는 지난주에 이어 종이박스로 집짓기 놀이를 합니다. 박스마다 한 아이씩 들어앉아 내 집이라고 자랑을 합니다. 동하는 내 집은 부잣집이라며 설명을 해 줍니다. 창고도 있고, 차고도 있고......그러더니 펼쳐진 박스들을 깔아놓고는 신을 벗고 돌아다니고 기차놀이를 합니다. 차장과 대장은 언제나 7살 동하입니다. 가끔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6살과 다툼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거 내 놀이니까 내 말 들어”하는 말에 평정이 됩니다. 조용히 7살 형님을 따라 터널을 기어다니고, 뱅글뱅글 돌고 멈추라면 멈추고 합니다.그 옆에서 쌍둥이들은 둘이서 같은 박스에 들어가 고개만 내밀고 앉아 있습니다. 작은 박스에 둘이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서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마루 끝에 걸어놓은 곶감이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날입니다.
 
2011년 11월 15일 불 날 (입동 8일째)
새벽에 서리가 내리고 바람이 차가운 날입니다. 지난 나무 날 아이들이 만들었던 쑥떡을 찌고 곶감 하려고 준비해 두었는데 어느새 홍시가 되어버린 감들을 아침간식으로 먹습니다. 유선이가 만들었다는 대형토끼(어른 손바닥만한 떡입니다.) 민교의 파도타기 길쭉이, 그리고 누군가가 만든 세모, 하트 별모양의 떡도 있습니다. 간식을 먹고 초등 3학년 형님들과 벼의 껍질을 벗기러 박명수선생님 어머님 댁으로 갑니다. 황금빛 볍씨들이 탈탈탈 기계속으로 들어가니 하얀 쌀이 되어 나옵니다. 아이들은 두 손으로 쌀을 받아 먹어봅니다. 꼭꼭 십어 먹으니 단 맛이 납니다. 껍질을 덜 벗긴 현미는 고소한 맛이 나네요. 아이들이 꽃나비는 어디있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꽃나비는 집을 나간 지 오래라고 하네요. 꽃나비 만날 생각에 잔뜩 기대를 하고 왔는데.......
도정을 마치고 유치원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놀이를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겨울 집을 짓는다며 두껍고 튼튼하게 집을 짓고 잠바를 깔거나 뒤집어쓰고 앉아 있습니다. 날이 추워지니 아이들 놀이도 금새 겨울놀이 바뀌었나봅니다. 집을 다 짓고는 6,7살 아이들은 기차놀이 드라큐라 놀이를 하고 5살 아이들은 막대를 양손에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깔깔깔 신이 났습니다. 그 사이 도둑놈을 잡는 놀이를 하던 민교강아지가 도둑과 몸싸움을 하다 뒤로 넘어져 울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반응이 가지각색. 멀리서 얼른 달려와 끌어 앉고 괜찮냐며 만져주는 아이. 따뜻한데 가서 푹 쉬면 나을 거라며 말로만 치료해 주는 아이. 그냥 멀뚤멀뚱 서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누구 덕택으로 아픈 것이 나았는지는 모르지만 민교는 금새 울음을 그치고 다시 놀이를 시작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몹시 추운 날씨이지만 아이들은 추운대로 참 재미있게 놀이를 합니다. 오후가 되며 날이 많이 풀리고 따뜻해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민교가 지금은 가을 같다고 합니다. 눈도 안 오고, 날씨도 따뜻하고...... 겨울을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은 눈이 와야 진짜 겨울이 시작되나 봅니다. 언제쯤 눈님이 오시려나......
 
2011년 11월 16일 물 날 (입동 9일째)
하얀 서리가 풀잎마다 꽃처럼 내려있고 서쪽하늘에는 하얀 달님이 웃고 계시는 맑은 초겨울입니다.
홍시와 찐밤 그리고 보리차로 아침 간식을 먹고 놀이를 합니다. 민교 표현을 빌리자면 마음대로 어지르는 시간^^입니다. 3동이와 조안이는 작은 의자를 꺼내놓고 그림을 그립니다. 동글뱅이만 열심히 그리고 “뺑이에요.” “회오리예요.” 하던 쌍둥이의 그림에 어느새 무지개도 보이고 짧고 긴 선들도 보이고 이런저런 색들이 나오고 있네요. 무슨 그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는 듯 합니다. 동하는 크레용의 넓은 면을 이용해 종이 가득 무지개를 그렸습니다. 이제 얼마 후면 저 무지개 다리를 넘어 초등의 세계로 들어가겠지요? 칼,총,전쟁등의 그림을 그리던 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그림입니다. 조안이는 유선이와 민교를 그리겠다고 합니다. 귀여운 두 아이들이 조안이의 도화지에 들어옵니다. 민교는 왜 내가 유선이가 작냐며 투덜투덜. 그림 속에 자신을 그리는 것이 싫었나 봅니다. 이미 약속한 그림 두 장을 다 그린 유선이와 민교는 여러개의 달팽이 끈을 말아 커다란 달팽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림이 더 그리고 싶은 민교는 동인이에게 내가 그려준다며 동인이 종이에 이것저것 그리며 뭐라고 설명을 하고 동인이는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산책을 나가서는 두 여자 아이들은 빨래집게 모으기를 하고 네 남자 아이들은 빨랫줄을 들어주었던 대나무 장대로 원두막에 큰 공사를 하며 놀고 있네요. 동하는 둥그레 놀이 때 불렀던 강강술래를 흥얼거리며 놀이를 합니다. “껑자 껑자 고사리 대사리 껑자~~”
점심을 먹자마자 뒷마당으로 달려가 척척척 종이박스로 집을 짓고 터널을 만들고 종이박스 길을 깔더니 개와 염소 길들이기 놀이를 합니다. 오늘은 조안이가 조련사. 모두 조안이 말을 순순히 잘 듣고 조안이에게 매달리자 어깨가 으쓱해진 조안이는 들어가자는 노래를 부르자 못내 아쉬웠는지 이야기 듣는 거 재미없다며 투덜거립니다.
매일같이 박스 집짓기 놀이만 하는 듯 한 아이들의 놀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매일 새로운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그리고 눈으로만이 아닌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2011년 11월 17일 나무 날 (입동 10일째)
물고기 비늘 같은 구름과 그 사이로 햇빛이 반짝이는 하늘. 서리는 내리지 않았지만 쌀쌀한 아침입니다. 잘 익은 무를 뽑아다가 굵게 채썰어 실로 엮어 처마 끝에 매달아 둡니다. 크기가 반으로 줄어든 곶감 옆에 하얀 무들이 줄줄이 달립니다. 햇살과 바람이 잘 말려주시겠지요?
산책을 나가서는 원두막과 시냇가를 돌아다니며 약초를 찾습니다. 그냥 잡초 같기만 한 초록 풀들을 작은 그릇에 가득 담아놓고 동하오빠가 아파서 치료해줄 약초들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아프다는 동하는 선생님과 열심히 실뜨기를 하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뒷마당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오늘은 빈 박스가 하나도 없네요. 하지만 아이들 조금도 실망하지 않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놀이를 합니다. 언제나 주어진 상황에 불평 없이 있는 그대로 알맞게 놀고 즐기는 아이들이 참 부럽습니다.
 
2011년 11월 18일 쇠 날(입동 11일째)
밤새 내린 겨울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빛이 반짝이는 아침입니다. 콩콩콩 체조를 하고 유치원에 들어가 놀이를 시작합니다. 선생님들이 쇠 날마다 하는 유치원 대청소를 시작하니 대부분의 아이들은 노느라 외면을 하고 동진이만 걸레를 들고 유치원의 먼지를 닦아냅니다.
아침열기를 한 후 도시락을 챙겨 보림사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순하게 생긴 개가 나타나 자꾸 따라오자 동인, 동진, 유선이는 기겁을 하고 아머지 아이들은 개를 만져봅니다. 개 때문에 무서웠는지 달리듯이 올라가니 순식간에 보림사에 도착했네요. 보림사의 보살님들께서 반갑게 아이들을 맞아주십니다. 절에서 담그셨다는 김치도 주시고 보이차도 주시고 돗자리도 선뜻 빌려주십니다. 법당에 들어가 절을 하고 명상을 하고 앉아 있으려니 동진이는 궁금한게 많은지 저 사람이 들고 있는 게 칼이냐? 아기 부처님이 쩌기 있다... 며 계속 이야기를 합니다. 동하와 민교는 동진이에게 조용히 하라며 훈계를 합니다.
법당 밖으로 나가자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흘러가고 햇살이 따스하니 봄날 같습니다. 아이들은 쫄병 놀이를 하며 잡고 잡히기를 하다가 점심을 먹습니다. 순식간에 밥을 먹고 숨기장난을 합니다. “다 숨었니?” 하고 묻자 “다 숨었다”며 대답을 해주니 어디 숨었는지 금방 알 듯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모두 한 장소에 숨어 있습니다. 그러더니 어디론가 사라진 아이들. 알고 보니 보석가게를 차렸네요. 칠성각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반짝이는 돌을 모아놓고 보석이라며 자랑을 합니다. 유치원으로 가자는 말에 매일 보림사에 오고 싶다며 쇠 날이 언제 또 오느냐며 투덜투덜 합니다.
달리듯이 유치원으로 돌아가는 길. 유치원으로 가는 길은 땀이 날 정도로 따뜻합니다. 6살7살 아이들이 내복만 입고 달려가고 동인이의 뒤를 이어 동진이까지 내복만 입고 허리엔 윗옷을 묶고 유치원으로 들어갑니다.
봄날처럼 따뜻한 입동. 쇠 날의 보림사 나들이 이야기였습니다.